11월 8일 개기월식)수능 9일 남은 고3 현역, 야자 뛰쳐나가다...?!
안녕하세요, 입시 끝나고 재밌으면서도 유익한 시간 보내고자 침투부X안될과학 궤도님 영상을 즐겨보는 고3입니다.
전엔 편집본 보다가 성에 안 차서 요즘은 원본박물관만 봅니다.
어제 올라온 원본박물관 보다가 11월 8일 개기월식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 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궤도님께도 공유하고 싶어서 적어봅니다..(진짜 보시려나…?)
당시 수능이 얼마 안 남았고, 기숙사 학교인데 많은 친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내고 집에 갔던 터라 어수선하기도하고 그랬습니다.
3학년 교실에도 이번 천왕성도 가리는 개기월식을 놓치면 200년 뒤에나 볼 수 있다는 말에 술렁거렸습니다.
저희 반에는 지구과학만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분명 학교 마치고도 같은 담장 안에 지내는데 얼굴을 볼 수가 없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저녁 먹고 부지런히 교실에 왔더라고요. 그 개기월식 관측하겠다고 말임다.
감동받았습니다.
저도 볼까말까 고민 엄청 했습니다. 개기월식이 시작하는 그 시간즈음이 바로 야자 시작시간이었거든요.
'사감쌤한테 말씀을 드릴까? 그냥 토낄까? 나중에 화장실 갔다고 거짓말칠까?'
순간 이런 고민하는 것 조차 시간낭비라는 생각에 바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과학실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은 문이 항상 열려있고 조류 탐사를 위한 쌍안경이 있었거든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이 진귀한 순간 자연의 광활함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그러고 말았습니다…ㅎㅎ
그리고 저는 다시 달렸습니다. 한 5분정도 겁나게 뛰어서 학교 밖 가로등이 가장 없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겨우겨우 도착해서 쌍안경 렌즈를 박박 닦아주고 안경 앞에 갖다댔습니다.
어쩌면 천왕성은 쌍안경으로 봐도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진짜 모습은 침투부 영상 보면서 알았어요ㅋㅋㅋ)
이전에 봤던 개기월식과 다를 바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200년 뒤에야 다시 볼 수있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 내가 같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어릴 때보다 개기월식 같은 현상을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여기게 됐는데, 그걸 경계하면서 자연현상을 관측하려고 했던 저의 그 열정이 좋았습니다.
물론 수능 공부 그날은 제대로 못 했지만, 문제집만 보면서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슴으로 얻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올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탄과 놀라움이 있어야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합니다.
저도 뭐 이제 스물을 앞두고 있지만, 궤도님 영상을 꾸준히 보면서 그 감탄과 놀라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하고 싶네요.
행복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