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핵폭발 실험장소 트리니티 사이트 방문기
오펜하이머 영화 개봉을 계기로 맨하탄 프로젝트와 트리니티 실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뉴멕시코에 이사도 왔겠다 트리니티 사이트는 한 번은 꼭 방문 해야겠다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찾다보니 해당 장소는 미군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평소에는 방문이 불가하고 매년 2회, 4월 첫 주 및 10월 셋째 주 토요일에만 민간에 개방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문 정보 사이트: https://home.army.mil/wsmr/contact/public-affairs-office/trinity-site-open-house
개봉 후 가장 빠른 개방일이 지난 토요일인 10월 21일이었고 드디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이트에서는 오펜하이머 영화 개봉 후 첫 공개이니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것을 경고하고 있었기에 일찍 출발하기로 마음먹었고 오전8시 입장 시작, 집에서 내비로 3시간 반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넉넉히 자정쯤 출발을 하였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두 가지 방문 방법을 안내하는데 하나는 Alamogodro라는 곳의 한 학교 주차장에 모여 함께 입장하는 루트, 하나는 해당 부대의 Stallion gate앞에서 대기하다 입장하는 루트인데, 전자는 첫 125대의 차량만 입장 가능이라고도 하고 집에서 더 먼 곳에서 집합을 하기에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사이트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말고 지도를 보고 찾아오는것이 좋을것이라며 겁을 주는데 저는 요즘 시대에 무슨놈의 지도냐 하며 대충 지도에 보이는 위치를 구글맵에 찍고 출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말라면 하지말라는 이유가 있었던게


민간 도로인 380도로에서 Stallion gate로 통하는 NM-525도로는 맵에 존재하지만 군 시설이라 그런지 절대로 내비가 경로에 포함시키는 법이 없어 내비만 믿고 따라가다 30분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처음 안내한 길은 사유지 입구로 막힌 장소였음…
우리나라는 군 시설 지도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식이라면 나중에 부대안에 들어가서 보니 미국은 지도 정보가 일부를 제외하면 완전 엉터리인 식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 번 길을 헤맨 후로 다시 도로를 찾으니 여러 표식을 통해 옳은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 4시에 도착하여 꽤 이른 시각이라 생각했지만 제 앞에 이미 30대의 차가 줄을 서있었습니다. 날이 밝을 때 까지 선잠을 잔 뒤 앞 줄을 구경하러 갔는데 초반 십여대의 차량은 캠핑카나 텐트를 완비한 전문 오픈런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들이었고, 이미 제 뒤에 끝도없이 이어진 차가 늘어선 것을 보고 자정에 출발을 한게 참 다행이구나 생각했습니다.
8시가 조금 지나자 게이트가 열리고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문지기 중 한 분이 차 한대한대 미국 시민권자냐고 묻고 있었고 저는 외국인이라고 말하니 옆 라인으로 오라고 하여 여권, 신분증, 차량 등록증 및 보험증을 확인하고 입장시켜주었습니다. 착한 역차별덕분에 10대가 넘는 차량을 앞질러 예상보다 빨리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 후로도 2-30분 가량을 더 운전 해 들어가야 했을 정도로 넓은 부지였고 이정도는 외진 곳에 있어야 그런 큰 실험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바로 트리니티 사이트 옆입니다.





재미나게도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직접 그릴에 고기와 소시지를 굽는 장면이었습니다. 먼 길 운전하여 허기진 관광객을 노리는 장면에 저는 그만 혹해버렸고 부리또를 하나 먹으며 관광을 시작하였습니다 (캐시 온리).


입구 옆에는 이러한 쇳덩어리가 전시되어있는데 녀석의 이름은 점보로 처음엔 플루토늄 폭발 실험에 확신이 없었고 플루토늄 생산이 힘들어 실험 실패시 온갖곳으로 흩어진 플루토늄을 주어담을 자신이 없었기에 폭탄을 이 쇳덩어리 안에 집어 넣은 채로 실험을 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실험 성공에 확신이 생기고 플루토늄 생산에 드는 비용도 적어지며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실험시 근처에 설치하여 폭발 위력을 가늠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귀여운 표지판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몇 몇 부스가 나오며 구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려 와이파이가 터집니다ㅋㅋ (비번: atombomb)

귀여운 스티커를 몇 개 집어옴

또 다른 부스에서는 핵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유리질 광석 트리니타이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스탭들이 직접 가이거 계측기로 방사능을 재보는데 수치가 바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시 탈출


이곳이 당시 폭발 실험이 있었던 위치 그라운드 제로입니다. 이 장소에 이를 상징하는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습니다. 오펜하이머 티셔츠를 입고 즉시 인증샷.


신기하게도 이날 아침 뚜렷한 햇무리가 관측되었으며, 머나먼 산 위에서 뚜렷하진 않았지만 보기드문 파동형 구름인 Kelvin-Helmholtz billow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상학자로서 이곳에 온 것보다 더 흥분된 순간이었..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팻맨과 거의 동일한 폭탄 껍질

뱀 나와유 표지판
뒤의 창고는 트리니타이트를 묻어둔 곳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이 일대가 모래가 고열에 변형된 유리질의 트리니타이트로 덮여있었다고 하던데 방사능의 위험도 있고 사람들이 훔쳐가고 등등의 이유로 묻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냥 옆에 있던 선인장
이 외에도 그라운드 제로를 둘러싼 철조망에 당시 중요한 사진들이 쭉 붙어있었습니다.




주차장의 셔틀버스를 타면 조금 떨어진곳에 위치한 맥도날드 랜치 하우스라는 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이곳에서 실험에 사용된 폭탄이 조립되었다는 것 같고 연구자 등의 숙소로도 사용된 것 같습니다.



발닦고왕


사실 집 내부에는 놀라울만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후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 후 다시 약 4시간의 운전을 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사는 로스 알라모스나 옆동네 산타페에는 한인마트고 식당이고 찾아볼 수 없기에 중간에 앨버커키에 들려 무언가를 잔뜩 사왔습니다.
관광을 마치고 트리니티 사이트를 벗어날 때 보니 어어어어어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줄을서서 대기하는 것을 보고 일찍 출발하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긴 줄을 구경하며 출구로 나오니 새벽엔 없었던 전쟁과 핵무기의 반대를 주장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무기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최근 발생한 큰 전쟁들을 고려했을 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와 여기가 그 핵폭발이 있던데구나 쩐다로 시작하여 하지만 역시 위험한 기술이구나를 느끼며 마무리하게 되는 훌륭한 관광 코스였습니다.
코딩 돌리는거 기다리며 폰으로 적느라 다른 카메라로 찍은 몇 몇 장면이 빠진게 아쉽지만 사실 별거 없으니 여기에서 마칩니다.
안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