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어느 천재 수학자의 묘비명

정수론민수
23.07.17
·
조회 1046

 

수학자들에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를 묻는다면 누구를 꼽을까?

 

물론 저마다의 취향과 분야가 달라서 여러 인물이 언급되겠지.

 

가장 위대한 1명이 아니라 5명을 꼽으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항상 언급되는 분이시지 않을까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헝가리 출신의 천재 수학자 에르되시 팔이야.

 

(헝가리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이 앞으로 오기 때문에 에르되시가 성, 팔이 이름이야.)

 

그는 한 기관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생활을하는 다른 수학자들과 달리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연구한 방랑수학자야.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어느 도시에서 처음 만난 노숙자에게 강연 비용을 전부 주고 갔다는 일화도 있지.

 

그는 동료 수학자의 집에 찾아 가서 몇 주에서 몇 달을 식객생활하면서 공동 연구를 하다가

 

결과가 나오면 ‘해결됐다! 이거 잘 정리해서 발표해주게, 그럼 난 이만’ 하고 새로운 수학자의 집에 찾아가 머물곤 했대.

 

덕분에 출간 논문수가 1500을 넘기는데, 수학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야. (아마 수학 뿐만 아니라 전체에서도 없지 않을까.)

 

오죽하면 수학자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지.

 

‘에르되시를 만나고 싶다고? 그럼 기다리게. 그가 어느날 찾아올거야.’

 

에르되시는 살아 생전에 이런 말을 했었대.

 

나는 내 최후가 이러했으면 좋겠네. 강의를 하는거야. 정말 중요한 증명을 칠판에 써내려 간 것이지. 그 때 청중 중 한명이 소리쳤으면 하네 ‘그보다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요?’ 그러면 난 그를 보고 웃으며 답할 것이네. ‘그건 다음 세대에 맡기겠네’ 그렇게 말하고 쓰러졌으면 하네.

 

그런 소원을 품어온 덕일까, 그는 1996년 바르샤바로 학회를 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해. 그러고 다음과 같은 전설적인 묘비명을 남겼지.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댓글
무플방지위원회수석연구원
23.07.17
묘비명 멋지다...
랏코선생
23.07.17
와 묘비명... 평생 자신이 모르는 걸 찾아다니며 어리석음과 깨달음을 반복한 분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겠죠? 무지 멋지네요
정수론민수 글쓴이
23.07.17
수학은 항상 자신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마주하는 학문이다보니... 죽음이라는 비극 앞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을 발견하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랏코선생
23.07.17
괜찮다면 에르되시가 본인의 최후에 대해 말한 일화는 어떤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지 여쭤도 될까여? 청중의 질문은 무슨 뜻인지, 왜 그런 답을 하고 싶다는건지 잘모르겠어요 마지막까지 탐구하다가 죽고싶다는 얘기인건 대충 느껴지지만..
@정수론민수
정수론민수 글쓴이
23.07.17
보통 수학에서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그것의 일반화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예를 들어... '2차원에서는 어떤어떤 현상이 항상 나타난다' 라고 하면 '그럼 n차원에서는?'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변수가 하나인 방정식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면 '그럼 변수가 2개 혹은 그 이상이라면?' 이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를 일반화라고 해요.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일반화된 질문이 기존의 질문보다 대개 훨씬 어렵습니다. 에르되시가 말한 자신이 바라는 최후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은 자신이 해결하고, 그 이후의 것은 후대에 맡기고 싶다는 뜻 같아요. 물론 덧붙여 자신의 소명을 다 하고, 청중 앞에서 쓰러지고 싶다는 극적인 최후도 바랐던 것도 내심 있는 것 같습니다.
@랏코선생
랏코선생
23.07.18
오 이해 쏙쏙돼요! 일반화라는 말을 논증방법의 의미로만 알고있었어서 전혀 이해가 안됐는데 하나 배웠어요. 열정도 재능이라고 이 분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 이해하지 못하는 제 시선에선 인생의 최종장까지 연구에 바칠 수 있는 그 에너지가 가장 신기하네요...ㄷ 그 에르되시 수..그걸로 이름만 알고 있는 수학자였는데 독특한 일생을 살았구나 위인전 읽듯이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수론민수

🚀궤도사령부(궤도) 전체글

나무위키 지구온난화 D-day가 마치 시한부처럼 느껴지는.. 8
궤도
흥미진진
·
조회수 1055
·
23.07.19
궤도님 감기 얼른 쾌차하시길... 9
궤도
u295yu
·
조회수 867
·
23.07.19
완전수 이야기 2
궤도
정수론민수
·
조회수 423
·
23.07.19
궤도님 까와이 포인트 13
궤도
어우보기좋아
·
조회수 5072
·
23.07.18
궤피셜 자치령 글 항상 읽어, 18
궤도
산하랑
·
조회수 6791
·
23.07.18
실과 바늘만 있으면 궤도를 만들 수 있어.. 7
궤도
불닭침
·
조회수 637
·
23.07.18
궤도님과 줌에서 만날 수 있다고?!? 7
궤도
마요이
·
조회수 940
·
23.07.18
동물들의 행동은 그 의미를 알고 행동하는건지 본능인지 궁금합니다. 1
궤도
잘안해
·
조회수 483
·
23.07.18
궤도님 언제 나오시나요? 2
궤도
후두리찹찹
·
조회수 688
·
23.07.18
ufo처럼 찍힌 렌즈 플레어 이유가 뭘까용 2
질문
RMD
·
조회수 617
·
23.07.17
이왜맛 궤도편 풀버전 업로드 예정!! 3
궤도
서망고
·
조회수 765
·
23.07.17
나작궤 키링 4
궤도
hanyi
·
조회수 639
·
23.07.17
현재글 어느 천재 수학자의 묘비명 6
궤도
정수론민수
·
조회수 1046
·
23.07.17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 사인회에 다녀왔어요 3
궤도
간장게장양
·
조회수 607
·
23.07.16
의학쪽 질문이 있습니다 8
궤도
옺ㅂ우야
·
조회수 778
·
23.07.16
궤도님...! 2
궤도
땅콩샌드
·
조회수 626
·
23.07.16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사인회 하시는 중이네여...! 3
궤도
도리도리팽도리
·
조회수 535
·
23.07.16
핸드폰을 우주에서 쓸 수 있을까요? 12
궤도
곽싸울
·
조회수 882
·
23.07.16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던 식물품종의 저작권... 4
정보
안산식이름
·
조회수 678
·
23.07.16
아르바이트 관련 과학 질문 드립니다(뻘) 3
질문
양홍석
·
조회수 508
·
2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