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천재 수학자의 묘비명

수학자들에게 20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를 묻는다면 누구를 꼽을까?
물론 저마다의 취향과 분야가 달라서 여러 인물이 언급되겠지.
가장 위대한 1명이 아니라 5명을 꼽으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항상 언급되는 분이시지 않을까 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헝가리 출신의 천재 수학자 에르되시 팔이야.
(헝가리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이 앞으로 오기 때문에 에르되시가 성, 팔이 이름이야.)
그는 한 기관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생활을하는 다른 수학자들과 달리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연구한 방랑수학자야.
돈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어느 도시에서 처음 만난 노숙자에게 강연 비용을 전부 주고 갔다는 일화도 있지.
그는 동료 수학자의 집에 찾아 가서 몇 주에서 몇 달을 식객생활하면서 공동 연구를 하다가
결과가 나오면 ‘해결됐다! 이거 잘 정리해서 발표해주게, 그럼 난 이만’ 하고 새로운 수학자의 집에 찾아가 머물곤 했대.
덕분에 출간 논문수가 1500을 넘기는데, 수학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야. (아마 수학 뿐만 아니라 전체에서도 없지 않을까.)
오죽하면 수학자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지.
‘에르되시를 만나고 싶다고? 그럼 기다리게. 그가 어느날 찾아올거야.’
에르되시는 살아 생전에 이런 말을 했었대.
나는 내 최후가 이러했으면 좋겠네. 강의를 하는거야. 정말 중요한 증명을 칠판에 써내려 간 것이지. 그 때 청중 중 한명이 소리쳤으면 하네 ‘그보다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요?’ 그러면 난 그를 보고 웃으며 답할 것이네. ‘그건 다음 세대에 맡기겠네’ 그렇게 말하고 쓰러졌으면 하네.
그런 소원을 품어온 덕일까, 그는 1996년 바르샤바로 학회를 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해. 그러고 다음과 같은 전설적인 묘비명을 남겼지.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