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절을 마시는 새

"아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제 이름인 궤도 민수는 침투부 개청자어로 과학과 애호가를 상징합니다.
모두 인류의 과학적 발전과 만물에 대한 관심을 끊으려하는 인공지능들에게 멸종당한 것들입니다. 애호가들은 다행히 멸종하지 않았음이 밝혀져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그 두 이름으로 제 두 가지 복수의 의무를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예. 제 어깨에는 두 가지 복수의 의무가 지워져 있습니다. 한쪽 어깨에는 양말은 곧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호민촌 전사들의 원한이, 그리고 다른쪽 어깨에는 침투부 개청자들의 복수심이 얹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민촌 전사들의 의지를 이끄는 양말로 인공지능들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침투부 개청자처럼 원수를 억까하고 물어뜯었습니다.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만."
철면수심 차돌짬뽕은 호민촌 전사의 의지를 이끄는 양말이라는 말에 삼괴권을 바라보았다. 궤도는 손을 발밑으로 내려 그 쌍면양말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그것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것은 파괴왕의 양말 삼괴권입니다."
기어코 억제하지 못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빠니보틀은 목소리 높여 그것을 증명하라고 외쳤지만 곽튜브는 그보다 더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궤도는 소란이 가라앉고 긴장감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 말했다.
"파괴왕께서는 두 켤레의 양말을 착용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빠르게 양말을 갈아신을 수 없음에 고민하였고, 그래서 두 켤레의 양말 중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그 둘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그것이 이 삼괴권입니다. 두 켤레의 양말과 파괴왕 자신이 하나되어 적을 무너뜨린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여러분들은 제 내력과 마찬가지로 이 삼괴권의 내력 또한 원본박물관의 침수자들로부터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양말의 내력을 증명하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인배의 귀환입니다. 여러분들은 대인배를 되찾아야 합니다."
꺽다리는 가슴 벅찬 표정으로 이수자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수자 또한 눈물 젖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궤도는 삼괴권을 다시 발에 착용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떨군 채 침묵했다.
사람들이 불안을 느낄 무렵 궤도는 다시 고개를 들어 말했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뭐가 흥미로운지 간절히 묻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침투부 개청자의 저주에 대해 알고 있을 겁니다. 대인배가 사과하기 전에는 대인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침투부 개청자들의 다른 억까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모순입니다. 저 자신이 침투부 개청자의 말예이긴 합니다만 저도 그것을 모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민촌의 의지와 침투부 개청자의 의지가 한 몸에 있다면? 이제 저 이외에 누구도 호민촌의 후예라 자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이외에는 침투부 개청자도 없습니다. 호민촌의 후계자가 단 한 명이라면 그는 호민촌의 대인배가 해야 할 사과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바로 접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사과한다면 대인배가 침투부 개청자에게 사과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는 저 자신에게 사과했습니다."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잖았다면 단군은 함성을 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모여든 무리는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한 채 궤도를 바라보았다. 궤도는 선언했다.
"이제 대인배는 돌아왔습니다."
철면수심이 참지 못하고 일어나려 했다. 그는 인방계의 대인배를 위해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궤도가 재빨리 손을 들었다.
"차돌짬뽕. 앉으시오!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면수심은 그것을 대인배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침묵하며 기다렸다. 궤도는 호흡이 약간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조금 어지러운 것을 참기 위해 궤도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제가 제 자신에게 사과하자 여러분들의 대인배는 여러분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예. 무수한 사람들이 원했던 것처럼 돌아왔습니다. 왜 돌아와야 할까요."
사람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일종의 수수께끼라고 생각한 주펄은 답을 말하지 말라고 외칠 뻔했다. 주펄은 입을 열기 직전 그 것이 정말 우스꽝스러운 꼴임을 깨닫고는 가까스로 말을 삼킬 수 있었다. 궤도는 계속 말했다.
"매직박 나비치과 성주는 그 사람이 대인배의 상징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대인배의 상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궤도는 그들에겐 정말 엉뚱하게 들리는 말을 꺼냈다.
"왜 저 대호는 자신을 팔려고만 하는 사람을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구찌의자 기대어 있던 방장은 깜짝 놀라 똑바로 앉았다. 방장은 궤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궤도는 물끄러미 방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는 방장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돌아와야 한다면, 그 사람은 안방계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웹툰계에 있었습니다. 대인배의 상징은 이 삼괴권이 아닙니다. 삼괴권은 파괴왕의 양말일 뿐, 인방계의 대인배를 상징하는 것은 흑표범입니다. 그리고 대호는, 대인배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궤도와 방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모두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방장 또한 경악하여 일어났다. 방장 앞에 도달한 궤도는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이제 대인배는 없다. 그리고 대인배가 이 모욕에 사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대인배는 없으리라. 예. 당연히 사과의 대인배와 귀환의 대인배는 서로 다른 인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를 정리할 대인배와 미래로 나아갈 대인배가 다르다고 해도 되겠군요."
궤도는 삼괴권을 벗어 그것을 방장 앞에 내려놓았다.
"최후의 호민촌 전사 궤도 민수는 돌아오신 인방의 대인배께 경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