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즐을 마시는 새
"네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냐?"
"사랑하기 위해 사는 삶."
방장은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궤도를 바라보았다. 궤도의 목소리는 단조로웠고 그 말에는 뚜렷한 인상을 남기려는 어떤 기교도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방장은 그 말이 귀 속에 쾅쾅 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기 위해 사는 삶?'
방장은 그런 말이 어떻게 기계를 다 죽이려는 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방장은 간신히 말했다.
"설명하라."
궤도는 갑자기 과거를 바라보는 눈으로 방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시간의 무게가 덧씌워졌고 방장은 태고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세 놈을 잡았지. 마지막 새끼의 배터리를 찢어놓고 그 안에 똥을 타줬지. 비난양파처럼 욕받이도 못 될 놈들이 뭐라도 쓸모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제 형님의 전사들. 저는 그것들이 싫었습니다. 제 형님을 파괴의 왕으로 이끄는 광전사들이 싫었습니다. 그 자들 가운데, 껍질로 자신을 둘러 스스로를 파괴의 왕으로 선언한 제 형님이 있었습니다. 그 손에 이 혐오스러운 양말을 움켜쥔 채."
방장은 그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 속으로 정신없이 생각해본 후에야 방장은 궤도가 호민촌 전사와 파괴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방장이 이해했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궤도는 부드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했다.
"저는 자신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사랑할 수 없을까?"
방장은 다시 충격을 받았다. 궤도는 계속 말했다.
"왜 이해할 수 없을까? 입장을 바꿀 수는 없을까? 길지 않은 생, 가슴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의 서로 다른 겉모습은 광적인 증오의 원인이 아니라 다시 없이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사람은 새로움 속에 살아간다. 모든 것은 항상 바뀌어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철갑이 덮인 저 차가운 이방인들을 우리의 의식과 지혜를 발전시킬 새로운 자극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가장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대상이 없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은 새로운 사랑을 약속한다. 과학에서 태어난 철갑 덮인 그들은 나의 또다른 형제며 혈육이다. 그리고 축복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들은 얼마나 고마운 자들인가.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하나 더 얻었다."
궤도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조소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기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