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를 보고 지금까지 참았던 질문이걸랑요
개봉 후에 과학적 설정이나 촬영기법이 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저는 과학이면서도 좀더 철학적인 궁금증이 생겼더랬지요.
아바타 1편의 악역?이었던 쿼리치 대령이 이번에는 아바타의 몸에 기억을 이식해서 다시 한번 주인공과 대치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슬쩍 언급된 내용이 “마지막 전투 이전에 지금까지의 기억을 서버에 백업해놔서 아바타 신체에 다운로드가 가능했다"는 설정입니다. 실제로 쿼리치 대령은 마지막 전투, 정확히는 백업 이후의 기억이 없는 채로 깨어납니다.
여기서 제가 갑자기 고민이 생긴겁니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가 “나"라고 인식하는 지금의 자아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클텐데, 사실 “나"라는 자아는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이 누적되어서 추상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란 말이지요? 그렇다면 쿼리치 대령의 기억을 모두 가진 채 새로 태어난 아바타가 "나는 쿼리치 대령이다"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 자아와 죽은 쿼리치 대령의 자아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기억의 공백에 대해 우리는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우스갯소리로 오늘의 숙제나 업무를 미루면서 “그건 내일의 내가 책임지겠지~”라는 말을 하면서도 사실 지금의 나는 내일의 나와 의식을 공유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매일 잠들기 전 서버에 기억을 백업하는 행위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여러 종교와 신앙에서도 “환생"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막상 환생 후 전생의 기억이 없다면 그게 지금의 “나"의 자아에게는 끝이라는 사실은 동일하지 않을까요? 기억이 지워진 환생만으로 죽음의 공포가 극복될까요?
영화 [로보캅 리부트]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큰 사고를 당해서 머리와 심장, 폐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체를 로봇으로 대체합니다. 그때까지는 로보캅은 “나는 알렉스다”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 부분은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뇌의 일부를 조금씩 기계로 대체했다고 봅시다. 아주 작은 뇌 조각이 남을때까지도 로보캅은 “나는 알렉스다"라고 생각하겠지요? 여기서 갸우뚱 해지는겁니다. 그리고 결국 뇌의 전체를 기계로 대체해버리고 나서도 로보캅이 “나는 알렉스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대륙을 지배했던 진시황도 결국 피하지 못했던 죽음이 과학으로 극복될 수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