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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에 관한 짧은 이야기 (수학과 입장)

정수론민수
23.02.09
·
조회 490

어렸을 때만해도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들 골치아파 했는데

 

이제는 인터스텔라와 같은 과학 대중화 덕분인지 사람들도 4차원 시공간이라는 개념도 익숙해진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조금 오해하신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서 수학과 입장에서 글을 써볼까 해.

 

‘시공간은 4차원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하지만

 

‘4차원은 시공간이다’ 혹은 ‘4번째 축은 시간이다’ 라는 표현은 나는 조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봐.

 

먼저 수학에서 정의하는 ‘가장 일반적인' 개념의 차원은, 공간 안에 한 점의 위치, 즉 좌표를 표현하는데 몇 개의 정보가 필요하냐야.

 

(일반적인 차원의 개념이라고 한 이유는, 그 외에도 크룰 차원, 프랙탈 차원, 하우스도르프 차원 등 다양한 개념들이 있기 때문)

 

예컨대 직선 상에 점의 위치를 표현하는데 몇 개의 숫자가 필요할까? 단 1개면 족하지. (수직선을 떠올려봐.)

 

평면에서는 2개의 숫자가 필요해. 공간에서는 3개가 필요하고. 그리고 시공간에서는 4개가 필요해. 단순히 공간상의 위치 뿐만 아니라, 어느 시점인지도 설명해야 하니까.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4차원은 시공간이다!’ 가 아니라, ‘시공간의 한 점을 표현하는데에는 4개의 정보(3개의 공간정보 + 1개의 시간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4차원을 사용한다'인 거야.

 

이것이 시공간은 4차원이다 라는 말이 맞는 이유지. 하지만 4차원이 꼭 시공간일 필요는 없어.

 

예컨대 우리가 y = f(x)같은 함수를 그리면 2차원 평면에 그리지? x축도 1차원, y축도 1차원이니까.

 

하지만 이 함수의 정의역을 복소수로, 치역도 복소수로 그린다 생각하면 2차원 평면에 그릴 수 없어. 복소수는 실수와 달리 직선으로 표현할 수 없거든. 복소수는 평면, 즉 2차원이야.

 

그래서 정의역 2차원 치역 2차원해서, 복소수 함수를 ‘제대로 그려낼려면’ 4차원 공간이 필요해. 그리고 이건 시공간과는 무관하지.

 

이런 방식으로 차원을 이해하면 더 높은 차원을 이해하는데 부담이 덜해.

 

‘아니 4차원이 시공간인데 그럼 5차원은 뭐야?! 5번째 축은 뭐인거지?!’ 하고 멘붕할 수 있지만

 

‘아, 5차원은 한 점을 표현하는데 숫자가 5개가 필요한 공간이구나. 이걸로 뭘 하려나?’가 되는거야.

 

이것이 수학자들이 더 높은 차원을 숨쉬듯 자연스럽게 쓰는 비법인 셈이지.

 

예를 들어 최근 필즈상 수상자인 마리나 비아조프스카는 8차원에서 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쌓아 올리는 법을 증명했고

 

필즈/아벨/울프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존 밀너는 7차원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위상적 대상을 발견했지. (6차원까지는 이런 게 없었다.)

 

조금 더 차원을 올려보면 수학에서 가~~~~장 ‘특이한 구조’인 몬스터 군은 196,883차원의 대상을 설명하는 구조고.

 

어쨌든, 종종 궤령부에 ‘4차원이 이런건가요’ 혹은 ‘5차원은 뭔가요’ 같은 차원에 관한 글을 보고

 

수학과 입장으로서, 사람들이 더 쉽게 차원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봤어.

댓글
그냥회사원
23.02.10
차원이 다른 설명
서망고
23.02.10
감사하다 정수론민수야
내 분야에서도 어떠한 변수를 다른 여러가지 변수를 활용해 특성을 세분화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론적 부분에서도 정말 독립된 차원(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의 최소 갯수)은 몇 개인가 하는 문제라든가 계산과학적 개념으로 볼 때 시공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변수가 추가되어 차원이 커질수록 계산시간이 차원수 만큼의 거듭제곱에 가깝게 늘어나버리니 어떻게든 계산 시간을 줄이려는 아이디어를 끝없이 내고 있기도 하고 있어서 차원 = 독립적인 변수의 갯수 정도로 받아들이는게 익숙하기는 한데 나도 실생활에선 별 생각없이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 시간까지 하면 4차원 이래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한듯ㅋㅋㅋ
정수론민수 글쓴이
23.02.10
그렇죠. 과학 분야에 종사하시면 차원에 대한 직관을 쌓을 기회 (그래프를 그린다거나, 변수를 조절한다거나 등)이 많은데, 일반인들의 경우는 3차원이 아닌 차원을 접할 일이 적고, 종종 차원에 대한 오해를 하시기 쉬우시지요. 예전에 누가 '4차원이 시간이라면 5차원은 온도가 아닐까'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51구역
23.02.10
x y z ict
펄순이
23.02.10
본문 내용 읽다가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요. 8차원에서 구를 효율적으로 쌓는 방법 같은 (뭔가 일반인 입장에선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힘든) 연구 소재들은 실생활에서 응용해서 써먹을 분야가 있나요? 아니면 수학이라는 학문 내에서만 사용 및 응용될 수 있는 소재인 건가요?
정수론민수 글쓴이
23.02.10
글쎄요, 수학자들은 어떠한 목적성을 갖고 수학을 연구하다기보단, 순수한 호기심에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하지만 또 언젠가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예컨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4차원 민코프스키 공간도, 아인슈타인 이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만든 당시에는 이것이 어떤 과학 이론과 접목될지는 몰랐겠지요.
닥터프레드릭쇼팽
23.02.10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 중 하나에요. 수학과 과학은 어떤 상호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는가?
@정수론민수
서망고
23.02.10
저는 저런 수학적 논문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며 제 분야에 써먹을만한게 없나 하고 다니는 사람 중 하나인데
원/구는 2/3차원의 변수 두/세개의 제곱의 합이 일정한 선/면을 나타내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쌓는다는 이야기는 (3차원을 예로 들어) 구슬을 바닥에 쫙 깔고 그 위에 구슬을 쫙 깔면 그 빈틈으로 들어가듯이 단위 면적당 빈틈이 가장 적은 경우를 나타내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 때 모든 구의 중심 사이의 거리 평균은 최소값이 되겠죠. 위에 세계제일ㅅㅅ맨님이 말씀해주신 변수처럼 상대론에서 x y z ict 라고 정의된 4차원에서 (사건사이의) 거리 제곱은 x^2 + y^2 + z^2 + (ict)^2 라고 정의되는데 이 값이 일정한 시공간을 4차원의 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아까 구슬의 사례처럼 고려해 봤을 때 이 4차원의 구를 효율적으로 쌓는 문제는 구의 중심에 해당하는 모든 지점 사이의 (사건의) 거리가 가장 짧은 경우를 알아내는 문제와 동일할겁니다. 여기까지는 뭔가 상상이 되는데 그냥 여기에서 뜬금없이 그 중심 사이를 이동할 때 드는 지루함을 나타내는 변수 a가 등장한다고 해보죠. 이해를 쉽게 하기위해 다시 3차원에서 시작해서 내가 어떤 거리만큼 이동하는데 소모되는 정신력의 제곱을 x^2 + y^2 + z^2 + a^2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x y z a 네가지로 표현되는 4차원에서 어떤 거리를 이동할 때 소모되는 정신력을 최소화 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로 바뀌게 되겠죠? 이런 식으로 실제이든 아니든 뭔가 8가지 변수로 표현이되는데 각각의 제곱의 합이 최소화가 되는 문제를 발견했다면 (제곱의 합으로만 표현이 된다면 각각의 변수의 규모는 scaling이 가능)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저 방법이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많이 알려진 예시로 리만가설에 대한 문제 역시 수학의 난제 중 하나에서 핵심이 되는 식이 원자 내 전자 분포를 설명하는 식과 정확히 동일하여 이것이 해결되면 저것도 해결된다 하는 흐름이 되었던 것 처럼 어떤 실제 현상을 뛰어넘는 차원의 문제든 잠재적인 응용적 가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응용적 가치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재미있는데
인사할시간도없
23.02.10
근데 이렇게 계속 차원을 무한정 정의할수 있으면 무한차원도 존재하나요?
51구역
23.02.10
수학적으로는 무한한 차원이 존재 가능함
정수론민수 글쓴이
23.02.10
있지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라 정확히 어떤 의미로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선형 대수학을 무한 차원으로 확장시킨 것이 함수 해석학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대수학에서도 formal polynomial ring이라고, 무한히 높은 차수의 변수들을 가진 것을 공부하긴 합니다. (x, x^2, x^3, ... 은 독립적이기 하기 때문에, 각각을 다른 축으로 여기는 관점이 있습니다. 선형대수학에서 이런 접근을 자주 하지요.)
슈윙거팬티도둑파인만
23.02.10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함수가 무한차원이죠. 힐버트 공간은 양자역학에서도 쓰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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