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쓰다 집중 안돼서 ChatGPT 써본 후기
제목대로 논문 쓰다가 자꾸 딴짓을 하게 돼서 딴짓하는 김에 요즘 말이 많던 그 녀석의 능력을 시험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있는 논문보다 더 나은 글을 써버리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다소 있었지만 아무튼 잠은 안오고 집중은 되지 않았으니까…
상세 내용을 담아버리기엔 제 작성중인 원고를 복붙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제 질문의 의도와 녀석의 대답에 대한 해석을 적으며 대략적인 대화의 흐름을 적어보자면
1. 제 연구 주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보기 위해 논문 제목에 준하는 연구의 한 줄 요약을 제시, 서론 작성을 부탁
- 대략 제목을 한 단어 한 단어 뜯어 아는 지식을 동원해 배경 이론을 제시하고 연구의 중요성, 목표 제시 등 서론의 틀은 갖췄으나 개념이 모호하고 scope에 맞지 않음.
2. 연구의 핵심에 해당하는 용어, 사용된 방법론, 보고자하는 현상에 대한 개념들을 알고 있는지 하나 하나 질문한 뒤 분야를 벗어난 이해나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아주며 Then, explain about XXX again. 하면서 꽤 올바르게 말할 때 까지 반복함.
- 처음에는 안될과학에서 말한 것 처럼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어 당황했으나, 아냐 그건 이런이런걸 포괄하는 개념이야. 아냐 그럴 땐 이런이런 과정으로 그것이 영향을 받아. 아냐, 그 용어는 이런 뜻이고 이런이런 것을 의미해 라고 이야기하고 다시 질문하면 곧잘 받아들여서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음.
3. 위에서 가르친 용어를 사용하여 이런이런 조건에서 이런 현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어떤 차이를 보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봄
- 그 관계가 명확한 현상에 대해서는 곧잘 추측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지만 오개념을 자꾸 섞어서 이야기함. 그런 부분은 아냐 그건 이러이런 과정으로 이렇게 되는거야 라고 해주면 바로 대답함.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추측에 대해 설명할 때 위에서 배운 과정과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무작정 갖다 붙인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자기의 논리가 있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에 있어 거기에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되는 부분에 집어 넣으려 한다는 인상을 줌.
4. 대략적으로 논문이 주장하는 논리의 흐름을 안다고 느껴졌을 때 작성된 초록을 던져주며 이게 이해되니? 라고 물어봄
- 반페이지 정도 되는 초록을 위에서 배운 개념들을 써먹으면서 한 두 문장으로 요약된 초록의 문장을 길게 늘여 구체적으로 설명함.
5. 네가 아는 것을 바탕으로 더 자연스럽게 초록을 적어줘 라고 부탁함.
- 다소 만연체가 되는 경향이 있으나 딱딱하지 않은 문장으로 초록을 적어주었는데 기존 초록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지만 이것이 더 나은 글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음.
6. 초록을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5개 선택해줘 라고 부탁함.
- 놀랍게도 이미 내가 적은 키워드와 5개 중 4개가 일치. 남은 1개도 최종 6개 중 5개를 골라야 해서 뺀 키워드였음.
7. (조금 길게) 이 연구는 이런이런 것을 목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연구하였고, 이런이런 결론을 가졌어 라는걸 다시 가르치고, 논문을 적어줘. 라고 부탁함.
- 논문 전체를 쓰지는 못한다고 사과하고, 하지만 대략적인 논문의 outline의 예시를 개괄적으로 제시해 줌.
8. 너의 outline을 바탕으로 서론을 적어줘, 방법론 파트를 적어줘, 결과 파트를 적어줘, 결론 파트를 적어줘라고 부탁함.
- 분량은 letter 분량에도 못 미치지만 대략적으로 내가 적은 논문에 적은 주제와 흡사한 논리 전개를 갖는 각 파트의 예시를 뽑아냄.
9.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 다른 두 원인이 다른 과정을 통해 비슷한 현상을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구분하려면 어떤 변수를 분석하면 좋을지에 대해 질문함.
- 비교적 학습한 내용 중 이 현상과 관련된 변수들을 예시로 주었으나 이 변수가 어떻게 됐을 때 어떨 것이다라는 내용까지는 도달하지 못함 (몇 번 피드백을 해봐도).
이후에는 얘가 정말 세세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수정하고를 반복해서 고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A 현상이 있어. 그리고 B 메커니즘이 있어. C 라는 요소가 변하면 B 메커니즘은 이런 영향을 받아.
그리고 B 메커니즘은 이러한 과정으로 A 현상에 영향을 주지. 그럼 C 라는 요소가 이렇게 변하면 A 현상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라는 식으로 연결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서 빌드업을 하고 있었는데 1시간 지났다고 대화가 끝나버리네요…
아직은 대화를 이어할 수는 없고 채팅을 새로 파야한다고 해서 일단 이 부분은 나중에 실험해 볼 예정.
그리고 어느정도 논문에 대한 이해를 했던 시점에 서론작성을 부탁하고, 이 서론의 각 파트에 해당하는 문헌을 찾아줄 수 있니?
지금까지 이런이런 파트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니? 라고 물었을 때엔 아직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가 아니라 찾아줄 수 없지만 그런 문헌을 찾기 위한 방법을 키워드와 함께 알려주기는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상을 봤을 때에 들었던 전체적인 인상은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녀석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학습을 통한 가이딩을 자꾸 주었더니 점차 정확한 방향으로 그럴듯하게 말을 하는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아이디어가 있고 이것을 메모하는 김에 얘한테 알려주고, 자- 한 번 적어봐 하면 빠른 속도로 그럴듯한 초안을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또한 발전이 있을테고 현재 데이터가 2021년 기준으로 한정 되어있다고 하던데 계속적인 데이터 입력과 학습을 반복한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시간 제한이나 질문 수 제한이 없는 내 전용 AI가 있어서 평소 내 생각이나 아이디어, 자주 쓰는 문헌 등을 계속적으로 넣어줘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내 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 방법, 분석 해야 할 요소를 제시해주고 실제로 대략적인 초록을 작성하고 내가 가진 데이터와 인터넷 검색을 기반으로 문헌 인용을 포함한 보다 나은 서론까지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겠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학부때 소논문을 쓸 때만 해도 도서관에가서 책으로 된 논문을 찾고 복사해가며 하던 문헌 조사를 지금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할 수 있고, 몇 년 전부터 비약적으로 발달한 번역 기술로 제가 아는 몇 몇 교수님들도 대략적인 문장 초안을 잡거나 문법 오류를 찾거나 더 나은 대체어를 찾아가며 보다 나은 영어 원고를 쓸 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 ChatGPT 사용 첫 소감은 이미 현재 레벨만으로도 보다 효율적인 인간의 연구를 돕기 위한 도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인간이 사용하는데에 있어서 경계하지 않으면 저자의 노력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헛연구 결과들이 양산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딩게임에서 토니 스타크가 시간여행에 대한 실험을 하거나 와칸다포에버에서 슈리가 하트허브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장면 등에서 AI가 나의 아이디어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있고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줬을 때 바로 실험하고 결과까지 제시해주는걸 보며 AI가 저정도로, 혹은 그 이상으로 발전해버린다면 아이디어 만을 제시하는 과학자 역할의 토니, 슈리와 그 의도를 이해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계산을 통해 실험의 성공률을 뚝딱 계산해내는 AI들의 역할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런 엄청난 기술을 연구하는게 아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저 실험 세팅값을 넣어주고 연구와 결과 제시, 해석에 나아가 reporting까지 AI가 해낸다면 미래의 과학자의 역할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라는 생각 말이죠.
잠깐 딴짓한다 해놓고 ChatGPT랑 한 시간 침하하에서 삼십분을 날려묵었네요. 심지어 2시간 뒤 닌다임…!! 사실상 잡담과 다를게 없는 글이지만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사령부에 남겨보았읍니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