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에 대해서 (장문)
여기에 이런 글 올리는 게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고 제목도 조금 거창한가 싶지만 호기심을 못참고 올려봅니다.
일단 저는 사회과학계통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아직 학사학위도 없는 한낱 학부생 나부랭이지만 최근에 SSK, STS 등의 흔히 과학학으로 불리는 분야들에 관심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연구방법론이나 학문 사이의 간극에 대해 조금씩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융합분야 관련 종사자분들을 보다 보면 이공계 학사 졸 → 인문사회계(혹은 이공계) 석•박사 졸 이 많으시더라고요. 또 제가 관심이 생겼다고 말은 하지만 책 한두권 훑어보고 강의 좀 본게 거의 다라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지식이 모자르기에, 사회과학에 대해서
“사회과학이 과학임? ㅋㅋ 근본도 없는 게”
“의대출신 변호사는 가능한데 법대 출신 엔지니어는 불가능함”
“아무나 할 수 있는 전문성 없는 분야”
같은 글들을 보면 저는 이공계 전공으로 시작한 게 아니어서 직접 경험한 적이 없으니 ‘진짜 그런가? 이공계는 다른가?’ 싶으면서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우열을 구분짓는 게 썩 건강한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침핳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다보면 가끔씩 종교, 선악구분,정의(justice) 등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신학과 구분되는 종교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이나 같은 단어에 대해 학자마다 다양한 정의와 해석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 등 자연과학 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 대해서도 대중적으로 인식이 부족한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굳이 어디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사회과학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장 제 전공에 대해서도 뭘 배우는 과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여타 커뮤니티에서는 누가봐도 분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막연한 혐오를 뱉어내는 경우가 가끔씩 보이기도 합니다. 또, 개중에는 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권위자의 말을 맥락없이 인용하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은 저도 궁극적으로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 모두 자연과학적인 이론들에 의해 설명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종교적 믿음이 과학을 대신했듯이, 아직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인식은 지금 당장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사실과 증명만큼 가치와 방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어느 한쪽이 무가치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애초에 분야가 완벽히 구분되거나 한쪽이 무결하지도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또 소칼 혹스 등으로 유명한 학계간의 갈등도 있었고(그 논지에 대한 오독으로 생긴 오해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유명해서 예시로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문송합니다 등으로 대표되는 취업문제와 연계된 조롱성 밈이라든지, 전공생으로서는 속상하게도 문과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인식도 깔려 있기에 사회과학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금새 시무룩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에 사회과학이론들을 보았을 때 무슨 헛소린가 싶을 정도로 구멍 숭숭 뚫린 것처럼 보이는 이론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더 깊게 보면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저도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정도로, 일부 편견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싶게 됩니다.
이게 제가 온라인에서 이야기되는 단편적인 부분들만 보고 사람들의 인식이 낮다느니 하는 판단을 함부로 하는 것인지 잘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혼자 굶망굶망하며 개념을 혼동하고 오류 가득한 생각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가 의심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혹 알량한 지식으로 젠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부끄럽지만 지금 이 글에서도 사회과학이 뭔지조차 제대로 정의를 못내린 채 뭉뚱그리고 있네요. 인문사회과학 혹은 문과라고 대체해서 이해하셔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1. 현재 한국에서의 사회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정말 별로인가? 인지도도 낮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별 가치없는 것이라 생각할까?
2.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말들(위의 예시 등)은 그저 편협한 사람들의 사고인가? 혹은 명확한 사실 기반의 왜곡되고 무례해진 표현들일 뿐인가?
3. 인문사회계통보다 이공계통 학문을 먼저 배워두는 것이 융합분야 및 타 비전공 분야 학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가?
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들이 궁금합니다(세 가지를 모두 답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족이지만, 어디에서 주워듣기로는 “중요하지 않은 학문은 없는데 유독 인문사회계통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배우고 직접 깨달아야 한다’ 라는 태도가 만연해있는 것이 문제” 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제가 알아서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여기에는 궤도님이 계시기도 하고 이공계 전공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생생한 의견이 궁금하여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