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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노벨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정수론민수
23.01.14
·
조회 553

과학에서 위대한 업적을 만든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으로는 노벨상이 있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알겠지만, 노벨 수학상은 없어. 아니 수학자 서러워서 못 살겠네!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위한 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왜 수학에 노벨상이 없는지는 사물궁이도 다룬 적이 있다! (참고로 본인이 원고를 맡았었다.)


가장 유명한 상으로는 필즈상이 있지. 필즈상은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제정한 상이야. 국제 수학 연맹이 주관하고 있고,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시상하고 있지. (대신 한번 시상할 때 최소 2명, 최대 4명에게 상을 줘.) 첫 시상식이 1936년이었으니, 거의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상이지.


필즈상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어. 왠지 24K일 거 같지만 사실 14K고. 가운데 새겨진 인물은 누굴까? 왠지 유명한 수학자라면 피타고라스나 유클리드일 거 같은데, 의외로 아르키메데스가 새겨져 있어. 물론 아르키메데스도 위대한 수학자이지만, 유클리드와 피타고라스에 비해선 좀 생소한 느낌인데 말야.

 

수학계 상의 넘사벽 필즈상, 가운데 그려진 인물은 의외로 아르키메데스다.


아르키메데스 주위로는 Transire suum pectus mundoque potiri라고 쓰여져 있어. 번역하면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어 우주를 붙잡으라'라는 뜻이야. (와 라틴어 배운걸 여기서 써먹네.) 고대 로마 시인 마닐리우스의 아스트로노미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이라는 사실은 아마 대부분의 수학자들도 모르는 이야기일걸?


상의 뒷면에도 라틴어가 적혀져 있는데, '탁월한 저작(업적)을 기념하고자, 전세계의 수학자들이 모였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해. 그리고 옆면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적혀져 있지.


상금도 있는데 캐나다 달러로 15,000불. 한화 약 1400만원이야. 나중에 소개될 상들에 비하면 상금 규모가 가장 적어.

 

필즈상은 오늘 소개할 상들 중 유일하게 나이 제한 조건이 붙어있어. 시상식이 있는 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만 40세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그것이지. 350년동안 풀리지 않았던 난제를 해결한 앤드루 와일즈도 안타깝게 40을 조금 넘겨 필즈상을 받지 못했단 이야기는 과학 애호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지. (대신 필즈 특별상을 받으셨어.)

 

350년의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했지만, 당시 40세를 조금 넘겨서 필즈상을 아깝게 놓친 앤드루 와일즈.


필즈상이 워낙에 유명한 상이다보니 여러 재밌는 이야기나 기록들이 몇몇 있는데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만 몇 개 꼽아오면...


1. 가장 젊은 필즈상 수상자는 장 피에르 세르, 27살에 수상했다.
2. 각 나라마다 필즈상 수상자를 몇명 배출했냐는 오랜 자존심 싸움이었다. 하지만 수상자 중에선 '무국적자'도 있었다. 
3. 수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전적은 여럿 있었다.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심지어 문학상 수상자도 있었다. 하지만 필즈상을 받은 비수학자는 오직 한 명,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튼이 그 인물이다.
4.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한 그리고리 페렐만은 유일하게 필즈상을 거부한 수상자다. 
5. 필즈상 시상식은 2014년에 한국에서 진행됐는데,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이 때 배출됐다.
6. 2018년엔 브라질에서 필즈상 시상식이 있었다. 그 중 한 수상자는 상을 받자마자 도난당했다.
7. 작년엔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한국 부모님 아래서 자란 미국 시민권자)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인 수상자는 없다. 또한 2번째 여성 수상자도 나왔다.


다음으로 소개할 상은 아벨상이야. 필즈상보단 덜 유명해도, 아마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 상이 아닐까 싶어. 그 이유는...
1. 노벨상처럼 매년 수상한다.
2. 필즈상과 달리 나이 제한 조건이 없다.
3. 노벨상처럼 학자의 평생의 업적에 대해 시상한다.
4. 노르웨이 정부가 주관한다. (노벨상은 스웨덴 학회)
5. 애초에 수학의 노벨상을 염두하고 만든 상이다.

 

역사는 짧지만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려 마땅한 아벨상


5번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원래 아벨상은 1899년 노르웨이 수학자 소푸스 리(한국인으로 오해할까봐 말하자면, Lee가 아니라 Lie이다.)에 의해 제안되었어.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하나의 국가였고, 국왕 오스카 2세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지. 하지만 이내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분리되면서 정치적 혼란기에 빠지고 이 일도 흐지부지 되어버려. 그러다 100년 후 2001년에, 안되겠소, 지금이라도 만듭시다! 한 것이 아벨상이지. 고작 20년밖엔 안됐지만, 그래도 수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 중 하나야.


먼저 아벨상이 왜 아벨상이냐. Nobel에 대항하기 위해 Abel이냐? 그건 아니고... 아벨상은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이야. 고작 30도 안되는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떴지만,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증명한 노르웨이 수학자였지. 노르웨이 수학계의 자랑이랄까.

 

정수론민수 선정, 수학계의 미소년, 닐스 헨리크 아벨.


아벨상은 매년 최대 2명만 수상하기 때문에, '올해는 어떤 분야에서 상을 받을까?'가 수학자들에겐 최대 관심사이지. 우리가 알만한 수상자로는, 역시 앤드루 와일즈와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가 있어. 아쉽게도 존 내쉬는 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또 앞서 소개한 최연소 필즈상 수상자인 장 피에르 세르가 바로 최초의 아벨상 수상자기도 해.


상금 얘기를 빼먹을 수 없는데, 필즈상보단 더 상금 규모가 훨씬 커. 노르웨이 정부에서 시상하기 때문에 750만 노르웨이 크로네가 주어지는데, 한화로 약 10억원에 달하는 돈이야.

 

1970년대에 생겨 수학의 노벨상을 자처해온 울프상


또 소개할 상은 울프 수학상. 울프재단에서 만든 상인데, 이건 이스라엘에서 주관하는 상이야. 흔히 3대 수학상 하면 필즈상, 아벨상, 울프 수학상이 꼽혀. 아벨상과는 다르게, 울프상은 여러 분야에 매년 시상해. 분야는 농업, 화학, 수학, 의학, 물리학, 그리고 예술이 있어. 상금은 10만 달러가 걸려있지. 3대 수학상을 상금 순으로 나열하면 필즈 < 울프 < 아벨 이야.


울프 수학상은 1978년부터 시상해서 매년 0~2명씩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어. (상을 주지 않는 해도 있어서 0명이라고 했어.) 아벨상과 마찬가지로 평생의 업적을 치하하는 목적에서 주는 상이지. 사실 목적도 아벨상과 비슷하고, 상금도 아벨상에 비해서 부족하다보니, 조금 아벨상에 밀리는 감이 있어, 하지만 아벨상보다 역사는 조금 더 길지만.


필즈상, 아벨상, 울프상을 '모두 딴' 이른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인물은 얼마나 될까? 직저 확인해본 바, 총 5명의 수학자만이 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어. 젊은 나이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쌓아야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것을 계속 유지해야 하다보니까, 굉장히 적은 수의 수학자들만이 이 경지에 도달했지.

 

2020년 아벨상 또한 거머쥐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그리고리 마르굴리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상은 브레이크스루상


마지막으로 소개할 상은 브레이크스루 수학상. 역사는 굉장히 짧은데,마크 주커버그의 후원에 힘입어 엄청난 자금력과 섭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이야. 브레이크 스루상은 생명과학, 물리학, 수학 이렇게 세 분야로 되어있고, 개인이 받을 때도 있고 팀 단위로 받을 때도 있어. 상금은 300만달러, 약 37억으로 오늘 소개한 상 중 가장 상금규모가 큰 상이지.


브레이크스루상은 창립 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아. 미국이 지난 50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 아폴로 달착륙을 기점으로 삼는 듯 해.) 이것을 뒤집기 위해선 과학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 어린 학생들이 과학자를 동경하고, 과학자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 덕분에 미국적인 색깔이 강한 상이야. 주펄 아조씨가 좋아하실듯?! 시상식도 세계 3대 영화제 뺨치게 진행해.

 

2018년 브레이크스루 시상식을 진행한 모건 프리먼, 수상자들도 관객도 정장을 빼입어서 영화제 느낌이 물씬 난다.


2018년엔 내 대수학 교수님인 제임스 맥커넌 교수님께서 수상하셨대서 시상식을 돌려봤는데, 면면이 화려하더만! 시상식 진행자는 모건 프리먼, 시상자중에선 미스 USA, 인스타그램 CEO, 영화배우, 미식축구선수등이 있더라고. 정말로 미국의 과학 궐기의 야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상식이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큰 상이지.


자 이렇게 수학의 유명한 상들을 소개해봤어. 물론 나같은 일개 수학과 학부생에겐 너무 먼 이야기지만, 그래도 아는 분이 어떤 상을 탔다더라 하면 나까지 괜시리 뿌듯해지는 듯 해. (예컨대 내 지도교수의 지도교수의 지도교수는 울프상 수상자고, 그 지도교수는 필즈상 수상자야. 사실 나와의 연관성은 엄청 희박하지만 그래도 괜히 혼자 자랑스러운 그런 관계 ㅎㅎㅎ) 아무쪼록 이처럼 수학에도 다양한 상이 많으니, 한국인 수상자도 수상하는 그 날까지 관심 많이 가져주길 바라!

댓글
w3y0pq
23.01.14
멋지다... (문과대학원생)
덱시부프로펜
23.01.14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잉어와붕어
23.01.14
항상 글을 쉽고 재밌게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사물궁이에서도 활약하셨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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