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울어버렸지 뭡니까.
전무님 상담소 시즌이 아니지만, 이전에 전무님의 상담 영상들을 보며 마음 따뜻해진 기억이 있어 그냥 글 한 번 써봅니다.
저는 30대 중반에 늦깎이로 9급 공무원이 된 한국인입니다. 뭐 이것저것, 사기업도 다녀보고 공공기관에서도 일해보고, 외국 생활도 도전해보고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좀 늦게 공무원이 되었죠. 이 쪽이 뭐 박봉에다가 더러운 꼴 당하는 일이 많다지만, 그래도 아무튼 그 안정성이나 휴가와 휴직 같은 게 잘 보장되는 것 때문에, 또 경력과 무관하게 시험만 잘 치르면 된다는 점 때문에 이쪽을 선택했죠.
아무튼 몇 달 정도 힘든 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잘 출근하고 퇴근하고 하며 지내다가 오늘은 오전에 아주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어요.
뭐 제 관할 업무에 관해서 무슨 민원이 있었는데, 민원인은 이게 불법이니 벌금(정확히는 과태료)을 물려서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게 불편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불법이거나 과태료 처분 대상인 건 아니었던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차근차근 설명해드렸더니 뭐 수긍하는 척하다가 삐쳤나봅니다. 곧이어 딱 봐도 그 민원인 지인인 듯한 사람들에게서 연달아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 민원건에 대해서 뭐 이거 불법 아니냐, 과태료 대상 아니냐, 처벌 못 하냐, 뭐 그런 식으로요. 그 중에는 자기가 지금 변호사와 상담 중이라며, 그거 실무자(글쓴이)의 직권 남용 혹은 업무 태만 아니냐고 따지며 제 신원을 묻기에, 저는 당당히 제 소속과 이름을 다 밝혀드렸습니다. 어차피 전화 받을 때 처음부터 관등성명…을 대게 되어 있고요. 뭐 그런 식의 민원을 종일 상대하고 나니 진이 쭉 빠지더라고요.
이런 사정을 금방 알게 된 부서원들이나 발령 동기들이 위로를 해주기도 했고, 변호사인 친구가 해준 “행정심판, 행정소송은 일반적인 변호사들에게 꽤 어려운 일이다.” 란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뭐 잘 견디고, 눈치 안 보고 아주 칼퇴근을 했습니다. T1과 DK의 LCK 플레이오프 경기를 볼 생각으로 집으로 직행해서 에어컨 틀고 빠삐코 하나 뜯어서 먹는데 어라?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흐르더라고요. 저는 아가(baby라는 뜻)도 아닌데 속으로 울지 못하고 겉으로 눈물이 흘러버린 하남자가 된 것입니다. 그나마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기에 망정이지,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과 함께 살았더라면 참 민망할 뻔했지 뭡니까.
그냥 그렇게 눈물이 좀 흐르고 나니까, 누군가에게 이런 걸 좀 털고 싶더랍니다. 자연스레 전무님의 다양한 인생경험이 묻어나던 상담소 영상들이 떠올라서 여기에 그냥 뭐라도 써봅니다. 쉽지 않네요, 30대 중반의 말단 공무원으로 사는 것. 근데 뭐, 방장 말처럼 야발삼창 하고 다시 또 내일은 출근합니다. 태풍이 온다니까 재난 긴급 소집이 될 수도 있으니 일찍 푹 쉬어야겠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있다면, 그냥 고맙습니다. 그럼 풍바 침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