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가위를 소개합니다.
엄마는 천으로 소품 만드는 일을 하십니다.
소품 하나를 제작할 때 세세한 공정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천이 밀릴 수 있어서 중간중간 아주 작게 가위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나 엄청 쩌는 가위 샀어”
하면서 보여준 게 바로 이 가위입니다.


엄마가 일제 가위가 참 잘든다~ 하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이름은 초키가위라고 하더라구요.

보통 가위를 쓰면 가위날 앞쪽만 써서 자를 경우
밀리거나 잘 안 잘리는데
엄마가 산 초키가위는 끝날만 써도 잘 잘려서
일할 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었어요.
이거 올린다고 종이를 한번 잘라봤습니다.

한번 재봉을 해서 조금 두꺼워진 원단 부분도
쉽게 잘려서 너무 좋았어요.
엄마가 이걸로 매번 힘들어하셨거든요.
그래서 하나 더 사두고 작업해야겠다 싶어서
얼마주고 샀느냐 물으니
엄마가 입을 꾹 닫고 말을 안해주는 거예요.
그때 좀 수상하다 싶었는데 ㅋㅋ
며칠을 매달려 물어보니까 쿠*에서 구매한 내역을 보여주드라구요.

엄마가 산 가위는 31,670원이었습니다…
피스까스에 비하면 낮지만
아무리 그래도 3만원짜리 가위라니
게다가 이건 3년 전이었어서
그땐 피스까스도 몰랐어요
제 인생에 3만원짜리 가위는 처음 봤어요
가위 하나에 3만원이나 하는 게 믿을 수 없어
가위에 적힌 ‘ARS’, ‘일본’, ‘초키가위’ 라는 힌트를 얻어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배송비를 포함해도 2만원 안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엄마한테
“엄마! 이거 이만원도 안되게 살 수 있었어!”
라고 하니
“뭐?! 나 눈탱이 맞았네? 아이고…!!!”
하면서 절망가득한 표정을 지으시드라구요.
그 이후로 우리집에서는
이 가위를 ‘눈탱이 가위’라고 부르게 됐어요.
그리고 엄마의 쿠* 쇼핑은 금지되고
필요한 건 제가 적당한 가격 찾아서 사드렸습니다.

눈탱이 가위는 지금 작업실에 하나 더 사서 잘 쓰고 있답니다~~
눈탱이 맞긴 했지만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들어서 좋아요 ㅎㅎ
엄마랑 엄청 웃었던 추억이라 공유하고 싶었어요~
방장님의 피스까스는 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