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혹시 청해부대를 아시나요?
저는 원피스 세계관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진짜 찐으로 해군 vs 해적들의 치열한 한판승부를 벌이는 곳에서
화끈한 군생활을 하다 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앞서 해군 출신이 아니시라면 수에즈운하와 청해부대에 모를테니 아주 잠시 설명하고 가겠습니다.
대항해시대를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유럽의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수에즈운하가 없던 그 시절.
인도에 홍차를 사러 가고 싶은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를 빙 둘러서 인도양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수많은 해적들은

마다가스카르 섬에 자리잡고 인도양과 희망봉을 오가며 화끈한 약탈을 벌였더랬죠.
하지만 수에즈운하가 건설되고 해적들의 뱅뱅사거리 같았던 마다가스카르는
찬란했던 해적문명의 깃발을 소말리아에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어이 대한민국. 유럽에 수출을 하고 싶나? 후후. 과연, 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가능 할 까?”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에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로 지나가야 하는 곳이 바로 수에즈운하.
수에즈운하로 몰리는 수많은 상선들과 그 상선을 호시탐탐 노리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맹위를 떨치자.
결국 칼을 빼든 세계정부..!
해적들을 잡아 족치기 위해 세계정부 UN 안보리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영해에 군함이 밀고 들어가 개박살을 내도 문제가 없다는 버스터콜을 승인하게 됩니다.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습니까?
흰수염은 죽기 직전 “원피스는 실존한다!” 라고 외쳤고
실제로 21세기 지금까지도 해군과 해적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오야지가 말했던 원피스는 실존한다.. 라는 말..
소말리아 해적과 유엔안보리의 결의문을 예언한 게 아녔을지 싶네요.
여러분이 설거지를 하며 침투부를 보고 있는 지금도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해군 VS 해적의 원피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놀라운사실…!!!
여기까지 청해부대에 대해 들으셨다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기실겁니다.
“아니 ㄹㅇ;; 진짜 21세기에 해적이 있어? 그게 가능해?”
라는 원초적인 궁금증 말이죠.
그 궁금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평소 소말리아 해적들은 평범하게 어업에 종사를 합니다.
실제로 소말리아 해적들의 배를 보시면 저렇게 어업용 배같이 생긴 게 대부분이죠.
그렇기 때문에 수에즈운하 근처를 지나는 상선들은
바다에 있는 수많은 어업용 배들을 모두 해적선이라고 규정 짓지 못합니다.
실제로 수에즈운하 근처를 가보면 정말 뺵뺵하게 수많은 배들이 넘쳐나는데 (ㄹㅇ 개많습니다)
그 배들이 보인다고 수많은 상선들이 하나같이 우리 해적만난 거 같으니까 구조해주세요!! 라고 SOS 신고를 하지 못 하는게 현실이죠

그리고 그 수많은 배들 중에 하나의 '진짜' 해적선은 은밀하게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놓은 사다리와 RPG를 꺼냅니다
RPG로 배를 조준하면서 요상한 영어(약간 인도식 영어임)로 멈추지 않으면 쏴서 터트리겠다는 협박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들은 통통배 모터 최대출력가동으로 상선에 진입을 시도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어딘가에 걸어서 올라가게 만들어진 사다리가 보이실건데
저 사다리가 실제 해적질의 알파이자 오메가 입니다.
작전관님께 이야기 들어보면 RPG는 나무로 만들거나 그냥 쇠파이프 용접해서 만든 협박용이 대부분이라 하더라고요
여기서 재밌는건
러시아 북한 이란같이 10상남자 테토남의 나라는 상선내부에 총과 보디가드를 두고 해적을 향해 총을 갈겨버립니다.
(실제로 이 해역에 군함을 파견 할만큼 돈이 없는 나라의 상선들은 러시아 배처럼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러시아 국기 걸고 있으면 해적들도 흠칫 하거든요)
보통의 상선들은 사다리를 타고 넘어오려는 해적들을 소방용 호스로 물 대포를 쏘는 게 최선의 항전이기 때문에
사다리를 상선에 걸고 AK를 든 해적이 함선내부에 진입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거죠.
선장은 목숨을 걸고 전 선원들에게 결사항전을 지시 하던가 (ㄹㅇㅋㅋ)
얌전히 목숨을 걸지 않고 인질이 되어 협상품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거죠.
이때 등장하는 게 바로 청해부대입니다.
대한민국 상선 뿐만 아니라 UN회원국 상선들을 안전한 지역까지 호위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청해부대인거죠.
어때요 정말 낭만 넘치지 않나요?
이런 개꿀잼 몰카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루피가 어릴 적 만난 대해적 상크스 때문에 물이 잘못 들어 해군이 아닌 해적루트를 선택한 것 과 같이
소말리에는 수많은 후샤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 수많은 어린 아이들은 크게 한탕(?)하고 돌아온 해적들을 동경하며
자신도 커서 해적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있는 게 소말리아의 현실이랍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재밌는 몇 가지 TMI 더 말해보겠습니다.
당시 저는 2010년도 초반에 파병을 다녀왔고 청해부대를 가게 되면
병 기준 2000달러를 추가수당으로 받게 됩니다.
2000달러와 함께 원래 받던 병 월급과 30일 풀로 꽉꽉 눌러담은 생명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당시 환율 1090원 기준
240만원 정도 매달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에서야 병들의 처우가 개선되어 많은 월급을 받는다지만 그당시 군대에서 240만원을 받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었죠.
거기다가 군함이 기름과 부식을 보급받기 위해 수많은 나라 항구에 기항할때마다
그 나라에서 외출을 보내줍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에서 소말리아로 향했을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기름과 물자를 보급 받았는데
2박3일동안 배가 자카르타 항구에 기항했고
그 2박3일 동안 수병 장교 부사관 모두 순번을 나눠
자카르타 외출을 나갔었습니다
제가 당시 갔던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오만
아부다비
두바이
세이셸
이집트
몰타
싱가포르
이렇게 많은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봤네요.
거기다가 저렇게 외출을 보내줄때면 용돈으로 100달러씩 쥐어주기까지 해서
아주 많은 경험을 했었더랬죠.
적도를 넘을때면 제사를 지내고 적도바다에 빠지고 수영하며 놀았던 특별한 경험
수백마리 고래가 함께 용틀임을 할때 느끼는 영혼의 흔들림
미세먼지라곤 없는 망망대해, 쏟아질 듯 아름다운 은하수를 보며 피우던 디스플러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인연들
지금의 저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하루하루 회사를 다니면서 늙어가고 있지만
20대 초반
가장 푸르렀던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시큰시큰해오는 걸 느낍니다.
머나먼 이억만리 소말리아 해역에서 아직도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대한민국 해군 여러분들
정말 응원하고 감사합니다!!!!!!

저의 가장 큰 보물은 딸이지만
저의 가장 사연있는 물건은 바로 이 시계랍니다.
해외파병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시계인데
케이스 앞부분에는 당시 대통령의 각인이 박혀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머리속에
여름이었다. 라는 문구가 재생되는 흐뭇한 시계입니다
PS.
여러분도 원피스를 볼 때 저의 청해부대 이야기를 생각하며 봐보세요.
참고로 저는, 악독한 해적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걸로 모자라 당대 최고 해적의 왼팔이던 '그놈'을 끔살내버린
해군 원수 붉은 개 님을 가장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