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린이의 씨네필 도전기, 7월 15편 후기

7월에 본 15편의 영화들의 후기글입니다

원래 더 많이 보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 많이 못 봐서 아쉬운 한 달이였습니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2025, 홍상수)

시인 동화가 여자친구 준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시골의 소박한 풍경과 적은 등장인물, 이러한 소박함과 잘 어울리는 영상까지

러닝타임이 홍상수 영화 치고 긴 편임에도, 주인공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너무 공감이 되서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봤던 홍상수 영화들 (2편 밖에 안 보긴 했지만..)과 다르게 상당히 평범하고 정석적이라 아쉬웠습니다)

자연에게 물어봤자..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 홍상수)

영화감독 함춘수가 영화 일로 수원으로 내려왔다가 윤희정이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실험적인 색채가 강했던 홍상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직관적이라 항상 이해하기 힘들었던 제목과 주제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었던 영화로, 가장 좋았던 홍상수 영화였습니다

정재영과 김민희의 절제적이면서 감정적인 면모가 들어나는 연기 티키타카는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목부터 명작 냄새 풀풀나는 명작!

★★★★☆

이 영화 이후 김민희와 홍상수의 관계를 아는 사람: 

플로우 (2024, 긴츠 질발로디스)

자연 재해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동물들의 모험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대사 없이 오직 동물들의 울음소리로 전개되는 영화로, 그래서 그런지 블렌더로 만들어진 황홀한 영상미랑 시너지를 일으켜 상당히 졸렸던 영화였습니다

그럼에도 동물들의 협동과 영상미 덕에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감동을 줍니다

미용 마옹, 미용 마옹 랄랄라랄라

★★★☆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1987, 에릭 로메르)

시청에서 일하는 블랑슈가 새 친구 레아와 어울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에릭 로메르 영화 중에서 가장 편한 분위기를 가졌으며, 웃긴 장면들도 꽤나 있습니다

또 상당히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말로 유쾌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부분에선,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색깔처럼 다채로운 우리들의 사랑

★★★★

퍼니 게임 (1997, 미카엘 하네케)

한 가족이 별장에 놀러갔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충격과 공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상도 못 할 전개와 상황들, 철저하게 감독에게 조종당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재밌었잖아요, 안 그래요?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공주 나우시카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브리 작품은 아니지만, 사실상 지브리의 첫 작품으로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지브리 작품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로,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40년 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세련된 액션과 연출, 나우시카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확실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서 확실히 원령공주와 주제가 상당히 비슷하단 걸 느꼈었는데, 좀 찾아보니 제대로 느낀 거 같더라고요

순수한 재미와 감동

★★★★☆

그랜 토리노 (2008, 클린트 이스트우드)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월트 코왈스키가 옆집으로 이사 온 동양인 소년 타오와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스트우드의 개인적인 생각이 매우 많이 투영된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참전 용사란 설정은 한때 서부극의 아이콘이였던 그의 모습이 보였고, 월트와 타오의 관계는 전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말하고자하는 가족의 형태가 보였습니다

새로운 연출도, 놀라운 스토리도 없지만, 이 영화의 울림과 그랜 토리노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강렬했습니다

이스트우드옹은 그냥 영화를 잘 만듦 ㅇㅇ

★★★★☆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5, 장건재)

고령화로 쇠락해가는 나라현의 고조시에서의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한국과 일본 합작의 영화로, 다른 나라인 일본 시골에서 풍겨지는 한국 시골의 내음과 흑백과 컬러의 교차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여름날의 햇빛의 뜨거운 열기와 수줍고 소박한 사랑, 낭만이란 단어를 시각화한다면 이 영화가 그 결과물이지 않나 싶네요

그 여름날, 우리들이 써내린 우리들만의 환상곡

★★★★☆

초록물고기 (1997, 이창동)

갓 전역한 막동이 조직에 들어가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처음으로 본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로, 극도의 리얼리즘과 막동의 상황, 연출이 영화보단 문학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한석규가 열연한 막동의 이야기가 더 비극적이었던 거 같았습니다

이미 현실이라는 어항 속에 갇힌 초록물고기,,,

★★★★

박하사탕 (2000, 이창동)

시간을 거슬러 보여주는 영호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역순으로 흐르는 특이한 영화의 구조와 전작처럼 문학적인 모습, 때묻은 연출

지금까지 봐왔던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던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경구라는 배우가 더더욱 빛나보였습니다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스티븐 스필버그)

제2차 세계 대전,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구출 부대의 여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오프닝인 오마하 해변부터 마지막 전투까지 숨이 멎을 정도의 정신 나간 몰입도를 보여주는 영화로, 진짜 전쟁을 3시간 동안 체험시켜 줍니다

노르망디 상륙, 독일군과의 시가전, 어디에 있는 지 모를 저격수의 기습, 티거와 판터 전차 그리고 전우애 등등

왜 전쟁 영화들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인 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영화로써, 전쟁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의 역설의 장인 전쟁에서 보여주는 가장 역설적인 휴머니즘

★★★★☆

네이키드 런치 (1991,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해충 방역사 윌리엄 리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원작인 윌리엄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부터 잘라내기 기법으로 인해 매우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이 영화 또한 난해하다 못해 논리 자체가 없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해에 개봉한 윌리엄 버로스의 또 다른 작품, 퀴어의 실사화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한층 더 무의식적이고 초현실적인, 한마디로 진짜 약하고 만든 듯한 영화인 거 같습니다

은유와 상징이 넘쳐나고, 윌리엄 버로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는 또 있답니다

말그대로 그냥 느껴하는 영화였고, 이 부분에서 정말 잘 만든 영화인 건 맞았기에

지네 묵땨~

★★★★

미세리코르디아 (2024, 알랭 기로디)

자신이 과거 일했던 빵집의 사장님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고향 마을엔 온 제레미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처음엔 고요한 마을과 나무가 우거진 습한 숲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배경 때문에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단 한 번에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 이후부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미세리코르디아, 프랑스어로 자비란 제목으로 보여주는 자비와 관용,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스릴러, 그리고 실소가 나오는 블랙 유머들까지

이 영화의 주제를 정확히 말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재미었습니다

자비, 욕망 그리고 버섯

★★★★

슈퍼맨 (2025, 제임스 건)

DCEU가 망하고, 제임스 건을 주축으로 한 DCU의 첫 장편 영화인 슈퍼맨입니다

모든 미디어믹스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본 슈퍼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의 단점인 개성 부족이나 액션은 잘 못 느꼈습니다

오히려 더 새로웠고, 오래간만에 본 명확한 선악 구도의 영화인지라 더 재밌었습니다

제임스 건의 대표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냄새가 많이 나긴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이 영화의 고유 맛은 확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잭스나 작품은 슈퍼맨이 아니라 울트라맨이라 해서 일본 울트라맨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따로 캐릭터가 있더라고요

맨 오브 스틸은 시간 되면 바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

8 ½ (1963,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감독 구이도가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펠리니의 작품 수와 연관된 제목, 감독의 고뇌와 고통, 연출가와 제작자의 관계, 창작자 개인, 영화와 삶과 같은 주제들로 가득한 영화로, 펠리니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영화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과 더불어 코미디와 초현실적인 분위기까지 합쳐지니 영화가 시끌벅적하면서도 동시에 음울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세련된 연출로 만들어내니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개인의 고뇌와 혼란을 예술로 승화시킨 펠리니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했습니다

★★★★★

8월엔 더 많이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