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새벽 12시쯤이었음.
잠이 안 와서 런닝하러 나감.
그 시간대엔 보통 사람 별로 없잖슴?
근데 가족 단위가 길을 걷고 있었음. 애 둘, 엄마, 아빠.
근데 분위기가 새벽 같지 않게 너무 활기참.
오후 2시처럼 서로 웃고 떠들고, 애들도 막 뛰어다니고 그럼.
새벽 12시에 저게 가능한가 싶었음.
근데 더 이상한 건, 그 가족 뒤에 중년 여경이 따라가고 있었음.
진짜 ‘졸졸’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일정 거리 유지하면서.
살면서 중년 여경 본 적 거의 없음. 그 연령대 여경 자체가 잘 없잖슴~
그때부터 약간 뒷골이 서늘해졌음.
조금 더 걷다가, 중년 아주머니 한 분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물어봄.
“혹시 반바지 입은 아기 못 봤어요?”
되게 슬퍼 보이고 급해 보이셔서 못 봤다고 하고 길 계속 걸었음.
근데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음.
새벽 12시에 애가 실종됐는데, 특징이 ‘반바지’ 하나라고?
상황 자체가 이상했음.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아까 그 여경이 가족 따라간 게 아니라
그 ‘반바지 입은 애기’ 찾고 있었던 거 같았음.
그제야 살짝 납득감.
그렇게 대충 두 시간쯤 런닝하고 집 가는 길이었음.
그런데 어느 아파트 입구에서
반바지만 입고 상의는 벗은 사람이 나오는 걸 봄.
순간 아까 그 애기인가? 싶어서 가까이 감.
자세히 보니까… 애기가 아니라, 할아버지였음.
반바지만 입고 실실 웃고 있음.
그러더니 갑자기 휴대폰 꺼내서
카메라 켜고는 아파트를 향해 드는 거임.
이상해서 뒤로 돌아가 슬쩍 화면 봤는데
카메라에는 아파트 창문 하나만 클로즈업되어 있었음.
줌도 안 당겼고, 화면도 안 흔들림.
그냥 그 창문만 계속 뚫어지게 보고 있었음.
그 순간 진짜 소름 끼쳐서 말도 안 하고
그냥 집으로 바로 튀어감.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오는 길에 그 가족도, 여경도, 아주머니도
아무도 안 보였음.
아예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