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인기!
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단편 소설 브라키오사우루스

00이
06.29
·
조회 170

높이가 낮고 잎이 빽빽해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나무 밑에 한 공룡이 살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단 생존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과거, 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박치기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쓰러뜨렸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린 크롱스에게 박공(*박치기 공룡이라는 뜻)들이 말한다.

 

‘이런 얘기들은 어린 박공들한테 꿈을 심어주려고 누가 만든 거야’

 

‘상식적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말이 안 되지’

 

그러나 크롱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크롱스는 살면서 모든 순간을 박치기를 위해 보냈다. 박치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머리와 부딪히는 대상이 만나는 그 순간. 그것은 두 물체가 연결되며 일어나는 무언가다. 그 순간의 울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느껴지는 진동, 그 모든 것들을 노르망디 크롱스는 매일 바위에 박치기를 하며 익혔다. 그는 박치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느꼈다. 그에게 박치기는 하나의 예술이자 자기 자신의 일부였다. 박치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 그에게 브라키오사우루스 이야기에 대한 믿음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소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건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야.’

 

 


그러나 크롱스는 알지 못했다.

 

지금의 공룡 사회에서의 박치기는 무언가 달랐다. 박치기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박공들이 다수였고, 공식 박치기 리그는 기괴한 수준이었다. 박치기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경기에서의 박치기 각도 제한, 경기장 규모 문제로 인한 도움닫기 제한 등의 규칙과 무엇보다도 박공도 아닌 티라노사우루스가 감독, 코치 등의 영역에 간섭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아니아니 이렇게 하는 게 좀 더 리그 스타일이야.’

 

다른 박공들을 보고 노르망디 크롱스도 리그에 도전했지만, 얼마 안 가 튕겨져 나와 버리고 말았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자신의 박치기가 부정받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현재. 빽빽한 나무 밑.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겠지. 여러 요인이 겹쳤겠지. 노르망디 크롱스는 누워서 숨만 쉬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흐른다. 계절이 바뀐다. 어두운 나무 밑에서 노르망디 크롱스는 생각한다. 내가 이상한 걸까?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사는 지역에 가고 싶었는데.. 왜 내가 괴로워야 하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노르망디 크롱스는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머리가 점점 말랑해져 가는 게 느껴진다. 당연하지. 매일 바위에 머리를 박던 공룡인데. 알고 있다.

 

이때 노르망디 크롱스는 깨닫는다. 이럴 때에 누군가 구해줬으면 하지만 그런 공룡은 아무도 없었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박치기에 모든 것을 건 나머지 주변에 가까운 관계가 없었다.

 

 


이후 어떤 날.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곳에서 빽빽한 잎 너머로도 느껴질 만큼 무언가가 느껴진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정말 오랜만에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느낀다. 잎 너머를 보니,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전 지구 공룡들이 직감했을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해질 대로 해진 노르망디 크롱스이지만 이 순간 크롱스가 느낀 감정은 해방이 아니었다. 긴 괴로움의 시간에서의 해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달려 나갔다. 운석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이건 전 생명체의 종말이었다. 그러나 그건 크롱스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순간 노르망디 크롱스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돌덩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부딪쳤다.

 

 

 

운석은 자기 계획대로 지구에 충돌할 예정이었다. 웬 공룡이 자기를 향해 머리를 대고 달려드는 걸 보고도 그저 그대로 들이박았다. 계획대로 지구는 멸망했다. 그 공룡도 죽어 있다. 그러나 운석은, 분명 자기가 전부 박살 냈는데도 불구하고, 이 공룡에게 패배했다는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의 의지가, 에너지가 이 공룡과 충돌했을 때 그곳에 담겨 있었다. 이 공룡에게 흥미가 생긴 운석은 공룡의 찢어진 머리에 자신의 조각을 박아 공룡을 되살렸다. 공룡은 6천만 년 뒤에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꿈꾸면서 생각했다. 앞으로는 인연을 더 소중히 할 것이라고. 그 새 인연이 자기 이름도 새로 지어주면 좋겠다고

댓글
속좁은세마이
06.29
살짝 눈물 고임..

전체게시글 전체글

더워서 정신이 나가버린 인간
취미
고추사냥
·
조회수 353
·
07.01
동물피규어 전문가 16
유머
nlctxo
·
조회수 3313
·
07.01
자기 회사 풀네임을 몰랐던 PD 6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3781
·
07.01
통천의 선견지명 6
침착맨
침투부전문시청팀사원
·
조회수 4978
·
07.01
트와이스 정규 4집 "THIS IS FOR" Regardless : Live it! 1
취미
토냥천사
·
조회수 238
·
07.01
바나나 편하게 먹는 법 6
유머
맵찌리찌릿삑궷츢
·
조회수 703
·
06.30
독깻몬 2
독깨팔 창작 공모전
침침웅췸
·
조회수 366
·
06.30
이번 알파고님 초대석 보면서 느낀건데
침착맨
양끝맞추기
·
조회수 627
·
06.30
인기글 보니까 독깨팔 불러서 버츄얼 유튜버들이랑 합방
침착맨
치무차쿠만
·
조회수 359
·
06.30
얘 왜 사투리씀? 17
유머
국밥부장관
·
조회수 4859
·
06.30
뽀껫몬덱추천) 난천 한카리아스덱! 6
취미
비주ㄱl
·
조회수 255
·
06.30
경제 뉴비를 위한 오늘의 경제뉴스 요약(250630) - 잇코노미 2
취미
이병건치이병헌
·
조회수 202
·
06.30
오겜3 333번 참가자 다크웹 영상으로 해외 SNS에서 떠도는 영상 ㄷㄷㄷ 1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489
·
06.30
머리가 깨지도록 시원한 수박주스 3
유머
국밥부장관
·
조회수 437
·
06.30
🎥 [IVE ON] 장원영 X 짐빔 하이볼 BEHIND 1
취미
침착한까마구
·
조회수 250
·
06.30
틀린 말은 안 한 최강록 10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4937
·
06.30
신통방통 불면증을 해결하는 음료 8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618
·
06.30
남자 복싱 선수들을 싸잡아 무시하는 여자.jpg 7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3102
·
06.30
협박좀 해주니까 벌벌떨면서 납득하던데요?
침착한 구하기
태리야끼
·
조회수 310
·
06.30
얼마전에 침착맨님 블로그? 같은거 보신 영상이요 2
침투부 공유
바람개비
·
조회수 344
·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