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인기!
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단편 소설 브라키오사우루스

00이
06.29
·
조회 301

높이가 낮고 잎이 빽빽해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나무 밑에 한 공룡이 살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단 생존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과거, 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박치기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쓰러뜨렸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린 크롱스에게 박공(*박치기 공룡이라는 뜻)들이 말한다.

 

‘이런 얘기들은 어린 박공들한테 꿈을 심어주려고 누가 만든 거야’

 

‘상식적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말이 안 되지’

 

그러나 크롱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크롱스는 살면서 모든 순간을 박치기를 위해 보냈다. 박치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머리와 부딪히는 대상이 만나는 그 순간. 그것은 두 물체가 연결되며 일어나는 무언가다. 그 순간의 울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느껴지는 진동, 그 모든 것들을 노르망디 크롱스는 매일 바위에 박치기를 하며 익혔다. 그는 박치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느꼈다. 그에게 박치기는 하나의 예술이자 자기 자신의 일부였다. 박치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 그에게 브라키오사우루스 이야기에 대한 믿음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소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건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야.’

 

 


그러나 크롱스는 알지 못했다.

 

지금의 공룡 사회에서의 박치기는 무언가 달랐다. 박치기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박공들이 다수였고, 공식 박치기 리그는 기괴한 수준이었다. 박치기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경기에서의 박치기 각도 제한, 경기장 규모 문제로 인한 도움닫기 제한 등의 규칙과 무엇보다도 박공도 아닌 티라노사우루스가 감독, 코치 등의 영역에 간섭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아니아니 이렇게 하는 게 좀 더 리그 스타일이야.’

 

다른 박공들을 보고 노르망디 크롱스도 리그에 도전했지만, 얼마 안 가 튕겨져 나와 버리고 말았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자신의 박치기가 부정받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현재. 빽빽한 나무 밑.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겠지. 여러 요인이 겹쳤겠지. 노르망디 크롱스는 누워서 숨만 쉬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흐른다. 계절이 바뀐다. 어두운 나무 밑에서 노르망디 크롱스는 생각한다. 내가 이상한 걸까?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사는 지역에 가고 싶었는데.. 왜 내가 괴로워야 하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노르망디 크롱스는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머리가 점점 말랑해져 가는 게 느껴진다. 당연하지. 매일 바위에 머리를 박던 공룡인데. 알고 있다.

 

이때 노르망디 크롱스는 깨닫는다. 이럴 때에 누군가 구해줬으면 하지만 그런 공룡은 아무도 없었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박치기에 모든 것을 건 나머지 주변에 가까운 관계가 없었다.

 

 


이후 어떤 날.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곳에서 빽빽한 잎 너머로도 느껴질 만큼 무언가가 느껴진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정말 오랜만에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느낀다. 잎 너머를 보니,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전 지구 공룡들이 직감했을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해질 대로 해진 노르망디 크롱스이지만 이 순간 크롱스가 느낀 감정은 해방이 아니었다. 긴 괴로움의 시간에서의 해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달려 나갔다. 운석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이건 전 생명체의 종말이었다. 그러나 그건 크롱스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순간 노르망디 크롱스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돌덩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부딪쳤다.

 

 

 

운석은 자기 계획대로 지구에 충돌할 예정이었다. 웬 공룡이 자기를 향해 머리를 대고 달려드는 걸 보고도 그저 그대로 들이박았다. 계획대로 지구는 멸망했다. 그 공룡도 죽어 있다. 그러나 운석은, 분명 자기가 전부 박살 냈는데도 불구하고, 이 공룡에게 패배했다는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의 의지가, 에너지가 이 공룡과 충돌했을 때 그곳에 담겨 있었다. 이 공룡에게 흥미가 생긴 운석은 공룡의 찢어진 머리에 자신의 조각을 박아 공룡을 되살렸다. 공룡은 6천만 년 뒤에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노르망디 크롱스는 꿈꾸면서 생각했다. 앞으로는 인연을 더 소중히 할 것이라고. 그 새 인연이 자기 이름도 새로 지어주면 좋겠다고

댓글
속좁은세마이
06.29
살짝 눈물 고임..

전체게시글 전체글

이게 운동 안하는 40대의 점프력? 18
침착맨
진류고슴도치전위
·
조회수 5231
·
07.17
방장이 교동이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말았습니다 15
침착맨
조자건
·
조회수 4930
·
07.17
프랑스 화가가 그린 바텐더 8
유머
라노llano
·
조회수 3831
·
07.17
마지막에 눈물 쏟는 공포게임
방송 해줘요
랜드로버
·
조회수 422
·
07.17
한국 최고의 미스터리.jpg 1
유머
여섯시내고향
·
조회수 829
·
07.17
하 근데 산나비 게임 여운 엄청 남네요 7
침착맨
침착한시즈니
·
조회수 744
·
07.17
미국에서 제일 친절하게 이용 안내한다고 소문난 기관.jpg 3
유머
바이코딘
·
조회수 808
·
07.17
산나비 마지막 도네까지 그냥 재밌던 사람도 있음 35
침착맨
라니스푼
·
조회수 5187
·
07.17
산바니 아직 안봤잔슴 4
침착맨
종수부하병건
·
조회수 543
·
07.17
어제 마지막은 타노스와 스타로드를 보는 것 같았음
침착맨
미1친개딱딱한돌빵
·
조회수 450
·
07.17
[케인] PC방에서 마주치기 싫은 진상 월드컵
인방
고추사냥
·
조회수 363
·
07.17
스테이씨 'I WANT IT' MV Teaser 1
취미
쭈이잉
·
조회수 328
·
07.17
방송에서 외향형찐따 형태의 도네이션 얼마면 눈감아줄수있다고 봄?  
침착맨
이생말뒤
·
조회수 883
·
07.17
저 산나비 못봤는데 스포당하기 싫어서 10
침착맨
홀로있는사람들
·
조회수 766
·
07.17
아침부터 닭 뜯어먹는 미친 인간 3
취미
고추사냥
·
조회수 568
·
07.17
10년 세뇌를 5분만에 푸는 방법 18
유머
라노llano
·
조회수 4713
·
07.17
개 밥그릇 가져간 사람 진짜 나쁘다 12
유머
옾월량
·
조회수 4108
·
07.17
(*정답드래그*) 2025.07.17 꼬들 꼬오오오오들 12
취미
오프라인
·
조회수 346
·
07.17
(약후방) 이겨야한다 / 딸깍 작가님 근황 13
유머
히히히핫
·
조회수 4935
·
07.17
헝가리에 간 통금보 1
인방
옾월량
·
조회수 492
·
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