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는 세상의 다양한 분류군 중 꽤 번성한 분류군으로, 전 세계 남극부터 북극, 사막까지 분포하는 아주 성공한 생명체들이다.
이 중 대중들에게 “본인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종류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대답이 독수리일 것이다.
넓디 넓은 평야 위 푸른 하늘을 활공하는 독수리는 상상만 해도 그 분위기가 장엄하다.
조류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가끔 가다 하늘을 활공하는 맹금류를 보면 십중팔구 옆 사람에게, “야 저거 독수리 아니냐?” 하고 놀라며 신기해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반전이 있으니…
이 새끼들은 사실 독수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 ! !
뭔 개소리냐고?
사실 독수리라는 말은…. 대머리 독(禿) 뒤에 수리가 붙은 합성어이다. 저 친구들의 머리를 보아라. 방장의 정수리와는 다르게 매우 풍성하지 않은가? 위의 친구들은 독자를 뺀 그냥 보통 그냥 수리라고 부른다. 사실 수리보다는 수리과 조류, 수리류 등으로 부른다.
세간에서 종종 들리는 대머리독수리라는 말 또한 같은 맥락에서 틀린 말이다. 이는 풀어 말하면 대머리대머리수리이므로 같은 말이 두 번 들어있는 꼴이 된다. 무엇보다, 그냥 대머리독수리라는 말은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독수리는 당최 어떻게 생긴 놈인가?
독수리는 . . .
이렇게 생겼다!
진짜 머리가 목에 비해서 털이 확연히 적은, 그야말로… 탈모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어벙함과 똘망함이 살짝씩 섞인 아주 귀여운 이 녀석들이야말로, 독수리: 학명 Aegypius monachus 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저 위의 가짜녀석들과 이 정-통 독수리는 무엇이 다르냐? 첫 번째로, 일단 생긴게 다르다(...)
독수리는 머리가 발랑 까져 있다. 사실 나는 모습도 다르다.

뭔가 다른 수리류보다 더 무겁게 보인다. 마치 개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는 귀족 할아방탱이 같다. 다른 수리류보다 날개를 편 모습이 직사각형에 가깝지 않은가? 이것 또한 독수리의 특징이다. 사실 자세히 보면 생긴 게 다른 건 매우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긴 한다..
그럼 또 뭐가 다르냐? 얘네들의 습성이 다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독수리의 이미지이다. 고고히 하늘에서 활공하다가, 먹잇감을 포착하면 민첩하게 하강하여 사냥감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느낌이다.
이제 당신도 알겠지? 이 두 놈은 독수리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점은, 독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은 시체청소부이다. 어디 뒤진 동물 없나~ 하며 시체를 찾아 날아다니다가 찾으면 그 녀석을 아주 뼈만 남기고 모든 구성품을 없애버린다.

독수리 무리가 시체를 발견해 아주 전투적으로 먹고 있다.(사진에는 독수리가 아닌 수리인 흰꼬리수리와 큰부리까마귀가 같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시체를 발견하면 당연히 친구와 시켜먹는 탕수육마냥 내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하므로 매우 전투적으로 먹는다. 그래서 그 죽은 동물은 죽/은/동/물 이 되어 그 뼈가 아주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이 시체를 찾아 먹는 행위를 스캐빈징이라고 하거나, 시체청소부를 스캐빈저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반대로 사냥을 주로 해서 먹으면 프레데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친구만 독수리냐? 우리나라의 국명 기준으로는, yes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독수리는 머리가 까진 스캐빈저들을 통틀어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도래하는 친구들은 이 종 하나밖에 없긴 하다. 그래도 소개해 주자면, 고산대머리수리와 hooded vulture를 볼까?
왼쪽이 hooded vulture, 오른쪽이 고산대머리수리이다. 오른쪽 친구는 날다가 길을 잃어서 우리나라에 1회 도래한 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다. 왼쪽 친구도 우리나라에 살지는 않지만 그냥 예시로 가져왔다. 이런 친구들을 뭉뚱그려 독수리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쓸 일이 기본적으로 없다. 하지만 영어로는 다르다. 앞서 말했던 프레데터, 사냥을 하는 수리류들은 Eagle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독수리는 Vulture라고 부른다. 스타크래프트의 그 벌쳐가 맞다. 둘 다 익숙한 이름이지 않은가?

사실 굴퍼, 리퍼, 스트리퍼로 나뉘는 벌쳐의 종류라던가, 두개골과 부리의 형태 등 흥미로운 것들은 많지만 이쯤 하도록 하겠다..
독수리는 우리나라에도 많이들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이고, IUCN 등급 NT(Near Threatened)으로 종의 명운이 아주 확실하지는 않은 친구이다. 이런 귀여운 친구들을 겨울에 실제로 보고 싶다면, 파주나 철원 등에서 여는 독수리 식당을 한 번 방문해 보라. 아마 장관일 것이다. 남부 지방에도 하는 곳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여러분도 독수리와 수리를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지?
사진의 출처는 본인이 찍은 사진이거나 Cornell Lab of Ornithology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