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분들은 설정 스포? 조심 하세요!
얼마전 우연히 5화쯤까지 흥미롭게 봤는데 방장이 스포 감상회하길래
이번주에 1기 정주행 다 하고 감상회 보면 되겠다~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어 봤습니다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자꾸만 자꾸만 몰입이 안 되더라구요.
이걸 다 참고 견뎌야 언젠가 재미가 있어지는 걸까요..?
거인 정체나 다음화 전개가 궁금해서 계속 보기는 했는데 말이죠,
이게 일단 인간들이 무력으로 범접할 수 없다는 거인의 존재부터가 아무래도 상상이 어려워서 잘 와닿지 않고,
특히 거인의 묘사에서 설득력이 떨어진 부분은 보통 때 전투원들을 너무 쉽게 전멸시켰다가 미카사랑 리바이 같은 애만 오면 또 너무 쉽게 잡힌다는 겁니다.
해당 캐릭터들이 규격 외로 쎄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인의 전투력 기복만 너무 심해 보여서 이해가 잘 안 돼요. 그러니 거인이 쎄다는 것에도 공감도 안 되고요.
덩치만 보면 당연히 인간이 벌레로 느껴질 만큼 쎄야하는데, 언제는 날아가는 요원도 점프로 씹어먹으면서 언제는 앞에 있던 인간 도망가고 목덜미 썰릴 때까지 멍하니 있고.. 기행종이 돌연변인가 본데 걔네 말고 보통 거인들 전투력에 통일성이 안 느껴집니다.
리바이 혼자서 몇십마리 썰어버릴 수 있을 것처럼 나오는 것도 무슨 슈퍼 솔져가 있는 세계도 아닌데 혼자서 너무 밸붕 같고요. 뭔 설정이 숨어 있는지는 몰라도 계속 봐야되는 입장에서 거인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에 매력이 떨어졌습니다.
두번째로 감성적인 공감이 안 되는 점. 이것도 좀 큰데요, 에렌이 월 로제 꼭지 탈환 전투 시 각성하면서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자유로워야하기 때문에 계속 싸워야 한다’고 외치는 부분입니다.
이게 아마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인 거 같은데 지극히 인간중심적 사고를 뭐 그렇게 절박하게까지 외치는지 잘 모르겠고 (자유를 찾는다 해봤자 결국 자연을 인간의 입맛대로 개발하는 게 전부일 텐데 엄청 숭고한 권리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점), 일제 역사를 아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제국주의로 같은 인간을 노예화하던 나라에서 자기들을 향한 억압을 부수고 자유롭겠다는 감정을 부르짖는 것처럼 보여서 몰입이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보는 동안 몰입을 하고 싶어서 계속 노력을 했는데도 자꾸 이런저런 것들 때문에 집중이 깨지고 결국 놓게 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예전에 강철의 연금술사를 훨씬 재밌게 봤던 지라 에렌이 거인 변신할 때는 대체 저 물질 에너지가 어디서 온다는 건지, 아무리 판타지라도 최소한의 원리도 없는 건가 싶더군요.
물론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전부 판타지이지만 손가락 깨문다고 15미터의 신체기관이 소환된다는 세계관 자체에 설득이 잘 안 된 거 같아요. 아싸리 마법 세계라 하면 모르겠는데 무기나 장비는 또 나름 엄근진하게(과학적인 것처럼) 묘사하니 더 혼란스럽고.. 생뚱 맞은 설정의 비밀을 알겠다고 몇시간이나 계속 참고 볼 수도 없구요.
결론적으로 그놈의 거인이 뭔지 궁금은 하지만 그 지하실까지 가는 동안 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몰입감이 부족해 탈선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설마 넷플릭스판으로 봤기 때문은 아니겠죠?
그나마 위안인 부분은 이번 기회에 13화까지 봤놨으니 어디서 진격거 보라는 말 들었을 때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는 점..?
내 취향은 아니라고 말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