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표군의 4번 타자, 강하의 수문장 문빙

언뜻 욕심이 없는 군벌로 묘사되지만 저 넓은 형주 땅을 20여년 다스린 유표,

그런 유표가 죽자 권력을 이어받은 유종이 조조에게 바로 항복하여

제대로 싸우는 모습도 안 나온 형주군에는 정말 인재가 없었을까?

조조에게 귀순했다가 이간계에 속아 처형된 채모와 장윤,

형주 동부를 강동의 손견→손책→손권으로 부터 막아낸 황조에 이어

형주 북부를 수호하고 강하의 수문장이 된 오늘의 주인공,

유표군의 4번 타자이자 에이스 문빙이다.

문빙 (? ~ ?) 자는 중업(仲業), 형주 남양군 완현 출신

삼국지 게임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그에 맞지 않는 준수한 능력치와 저 바이킹 투구 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을 무장이다.

왜 이렇게 뿔남?

1. 208년 조조에게 귀순

사실 유표군의 4번타자, 에이스라는 표현을 하기에는 약간 민망한 것이

유표 휘하 시절에는 문빙의 활약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주로 양양성에 머물며 북방의 수비를 맡았다고 하는데

조조와의 전투는 완성의 장수, 신야의 유비가 대리전을 치뤘기 때문에

형주군을 이끌고 지원군으로는 참전 정도는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막상 만무새 제갈량이 신야에서 하후돈의 1차 침입을 막은 후

 조조군의 2차 침공 때는 당시 형주목이었던 유종이 항복을 해버려서

조조군과 직접 겨룰 일이 없었다. 

유종이 항복할 때도 문빙은 보법이 달랐는데

위서 문빙전에 따르면 유종이 항복하러 갈 때에도 

본인은 형주를 지켜내지 못한 죄인이라며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한 뒤

조조가 한수를 넘어 형주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지난날 유형주(유표)를 보필하여 국가를 받들 수 없었고,

유형주가 비록 죽었으나, 항상 한천과 영토를 지키며, 살아서 어린 고아를 저버리지 않고,

죽어서 지하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랐으나, 부득이하게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실로 슬프고 부끄러워, 서둘러 나타나 뵐 낯이 없었을 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과연 조조는 이를 애처롭게 여겨 그대가 진정한 충신이라며 치켜세우고

그를 후하게 대접했다고 하니 괜히 유표군의 에이스가 아니다.

어쨌든 FA 대박을 치고 바로 조조의 호표기를 받아 조순과 함께 

유비를 추격하는 임무를 맡게 된 문빙은 무려 하루에 300리(120km)를 달려

장판파에서 유비를 따라잡아 공을 세운다.

하지만 이때 유비가 “주인을 저버린 역적”이라 일갈하자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를 놓아줬다고 하니

같이 유표 밑에서 동거동락하다 바로 잡아버리기에는

어느 정도 마지막 양심이 남아있었던 듯 싶다.

 그렇게 적벽대전이 끝나고 조조의 신임을 얻은 문빙은 항장임에도

강하태수로 임명되어 그곳을 수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지도에서 보듯 강하는 영토도 모두 점령하지 못한 최전선의 격전지로

관우 → 손권이 모두 강하를 노렸지만 문빙은 이를 모두 격퇴시키며

강하를 지켜낸다.

(이때 남쪽 강하태수는 유기공자가 맡는다.)

2. 청니/심구에서 관우를 격퇴

209년, 강릉성을 두고 조인과 주유가 남군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당시

관우는 북쪽으로 진군 하였는데 이때 청니(靑泥)에서 악진과 문빙에게 패배한다.

이후 강릉성을 비롯한 형주를 차지한 관우는 다시금 북진을 시작하는데

이 때 심구(尋口)에서 문빙이 또 관우를 상대로 승리한다.

문빙은 기병을 이끌고 나가 관우 군을 패퇴 시킨 뒤,

한진(漢津)까지 쫓아가서 그의 치중과 배까지 불살라버리는 공을 세우며

  연수정후로 봉해지고 토역장군에 오른다. 

이때의 충격이었을까 고나우는 219년까지 별 일 없이 지내다

형님이 한중공방전에서 승리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몸이 근질근질해졌는지

군을 일으켜 번성으로 향하고 마는데…

3.오나라 손권의 침공을 격퇴

그 다음은 모두가 알다시피 관우의 목과 함께 형주를 되찾은 손권은

이로 인해 222년에 벌어진 이릉대전에서 까지 승리를 거두게 되며 형주를 차지하게 된다.

이 때 조비가 빈집을 털러 오나라를 공격하였으나 도리어 패배하여 도망치게 되고

면구(沔口)에서 주둔하던 문빙이 오나라군을 격퇴하고

조비를 구해내며 신야후에 봉해지고 후장군에 오른다.

3번에 걸친 조비의 남정이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226년, 조비가 사망하여 조예가 뒤를 잇게 되자

이번에는 손권이 직접 5만 군을 일으켜

지긋지긋한 합비를 뒤로 하고 강하군의 석양을 포위하고 공격한다.

20여일을 공격을 퍼부었지만 문빙은 석양을 지켜내었고

결국 조예가 보낸 순우의 급습으로 도리어 손권이 퇴각하게 된다.

손권군이 퇴각하자 문빙은 곧바로 군을 끌고 추격에 나서게 되는데

장료 귀신이라도 씌인거처럼 오나라 병사들을 갈아버렸고

손권은 반장, 주연이 후미를 막아내어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문빙에게 신나게 얻어터진 손권은 합비의 장료 PTSD가 도진 것인지

다시는 친정을 하지 않았고 222년 수도를 강하 바로 아래 있는

무창으로 옮겨가며 북벌 의지를 내보이다가

문빙이 지키던 강하를 한번도 뚫어내지 못하고 결국

229년 다시 수도를 건업으로 옮기며 그 의지가 사그라들게 된다.

문빙은 그렇게 20여년을 강하의 수문장을 맡으며

강하를 철통같이 지켜내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문휴가 뒤를 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