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이라서 기타 취미에 넣었어요.
전체 다 만화로 그려보고 싶은데 도무지 여력이 되지 않아서 아쉬운대로 그림을 몇 장 끼워넣는 걸로 했습니다.
기면증 (발작수면 및 허탈발작)이라는 신경계통 질병 환자입니다.
상시 졸리고 갑자기 잠들기도 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밤에 수면을 유지하는 능력도 떨어져서 수시로 깹니다.
질병관리청 공식 자료
https://helpline.kdca.go.kr/cdchelp/ph/rdiz/selectRdizInfDetail.do?menu=&rdizCd=RA201810571
사회생활 수기를 쓰게 된 계기는,
5.12.(월) 점심시간에 사무실 바닥에 혼자 쓰러져 잠든 채로 상사에게 발견되는 일이 있었어요.
소속 기관장과 상급기관 인사팀에 사안이 보고되었고,
상사가 사전에 알고는 계셨으나 직접 보니 감당 불가한 것 같다며 인사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셔서,
인사담당자 등을 비롯한 관리자분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거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일단은 지켜보자고 마무리된 상태입니다만….
이후에도 건강 상태와 업무 능력 및 지속적인 수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폭탄 돌리기로 기관 이동을 전전하게 될 수 있는 상태예요.
아무래도 3주 동안 저도 많이 지치고 상심한 면이 있어서 일종의 자가 치유로서 글을 쓰게 됐어요.
기면증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면 평생 그다지 콘텐츠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는군요. ㅋㅋ
기면증약(각성제)을 먹어도 최소한의 졸음은 남아있고, 근무시간 중 잠에 저항하는 것도 패시브로 에너지가 닳다보니 체력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네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유지할 마지막 기회 같은데 수시로 마음이 꺾여서… 기록이라도 남겨보자 싶었어요.
(참고로 상사가 처음에는 놀라서 저렇게 말씀하셨지만 이전에도 지금도 업무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 많이 주고 계십니다.
근무 중 별도의 결재 절차 없이 구두 보고만 하고 쉬다 오게 해주시는 등….)
아무튼,
생방송 챙겨보는 열혈 시청자는 아닙니다만… 자다 깨면 유튜브에서 재밌어보이는 편들 틀어놓고 자장가 삼아 자고는 했어서 침하하에도 올려봅니다.
최근 3주 심란했던 기간에는 궤도님 나온 과학시리즈 틀어놓고 잤어요. 이그노벨상 편 특히 재밌게 들으면서 쿨쿨….
그럼 주말 동안 썼던 1화 올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하고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ㅡㅡㅡㅡㅡ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
다니던 대학 병원의 담당 의사 선생님께 나처럼 기면증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삶에 대해 물어보았다. 처음 진단을 받은 이후 개인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의사 선생님께 직접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일로 다른 환자분들은 직장 생활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졌어요.”

당장 그날 오후에 교육청 인사 담당자와의 면담을 앞두고 있던지라 내심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었다. 이를테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하고 있더라’든지, 혹은 ‘힘들지만 그럭저럭 잘하고 있더라….’ 같은 말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는 내용이었다.
“음…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은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은 제가 아는 분 중에는 없어요.”
그러니까, 본인 환자 중에는 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내게 의사 선생님이 몇 마디 덧붙이셨다.
“기면증이 흔한 병은 아니기도 하고, 제가 수면 질환만 보는 게 아니라서 환자가 많지는 않아요.”
말하자면 표본이 적다는 건데… 수면 센터가 따로 있어서 검사와 진단이 가능한 대학 병원이니 막연히 환자가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도 의외였고,
아무리 담당하는 기면증 환자 수가 적다고는 해도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는 일반적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살짝 넋이 나간 채로 진료가 이어졌다. 직장 제출용 진단서에 기재해 주실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해 주셨고, 잠이 부족하지 않도록 최소한 7시간은 자야 한다는 당부와, 각성제 용량을 다시 증량 조절하겠다고 하셨다.
‘사실 그렇게까지 이상한 건 아니긴 해.’
당장 나만 해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다가 질병 휴직을 내고 집에서 칩거했었으니….
다음 예약 일정을 정하고 나서 진료가 종료되었다. 옆에 놓아둔 가방을 챙겨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게 의사 선생님이 인사를 건넸다.
“잘 해결되시기를 바라요.”
지금은 준비가 안 됐지만 3주 뒤에 다시 올 때는, 기면증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해서 직장에 제공할 만한 자료를 만들어 주시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이셨다.
“감사해요. 면담 잘하고 올게요.”
진료실을 나가기 전, 차가운 금속성이 느껴지는 손잡이를 손에 쥔 채 잠시 멈춰 섰다.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선생님을 다시 마주 보았다.
“제가 나중에… 정년까지 일한 환자 사례로 남도록 해볼게요.”



"**유의 사항**
1. <자는 게 특기입니다만?!>은 기면증을 진단 받은 한 개인으로서 작성하는 사회생활 고군분투 수기입니다.
2. 마음이 수시로 꺾이는 상황에서 일종의 자가 치유를 위해 토해내는 사적인 기록이며, 저는 기면증 환자군 전체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3. 직장 생활 경험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질환에 대한 정보 전달 자체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글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