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험생이던 시절, 학원에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학원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사람이 몰려서 늘 줄을 서야 했어요.
어느 날,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부터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급한 건 아니고, 애매하게 아픈 느낌? 이게 그냥 배탈인지, 아니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느낌인지 헷갈리는 정도였어요.
그래도 뭔가... 일단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되어서 화장실로 향했어요.
저희 학원 화장실은 진짜 작아서 소변기는 2개, 좌변기는 1개뿐이었거든요.
그래서 늘 줄이 생기곤 했는데, 다행히 그날은 타이밍이 좋아서 바로 좌변기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고 조심스럽게 힘을 줘봤는데... 혹시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배가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결과(?)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살짝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앉아 있다 보니, 잠깐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문 옆에 있는 휴지를 슬쩍 봤더니…
세상에,
휴지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처음엔 '와 다행이다… 혹시 몰랐으면 큰일 날 뻔했네' 싶었는데,
정작 저는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었고,
밖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작은 화장실이라 그런지, 바로 옆 세면대에서 손 씻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그래서 혹시 제가 나가자마자 누군가 들어와서 “어? 왜 휴지가 없지?” 하고 당황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더 복잡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혹시 제가 나갔을 때, 누군가 화장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방금 저 사람 나왔는데… 근데 여긴 휴지가 없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럼 혹시 "저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안 닦고 나간 건가…?"
이런 오해를 살 수도 있잖아요 😰
게다가 정말 어이없는 망상인데요…
혹시 누군가는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제가 그 변기칸에 들어가는 걸 보고
‘쟤 어떻게 하나 보자 ㅋㅋ’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저의 상상을 공감해주시는 분이 계시리라고 믿습니다.._)
그럼 제가 물만 내리고 나가는 순간, 그 사람은 모든 상황을 눈치채고 말겠죠...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한 번 들어오니까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물 내리고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저만의 해결책!! 이 떠올랐습니다.
“물을 안내리고 나가자!”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변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건 어려워도,
누군가 뚜껑을 열었을 때 '아, 여긴 아직 안 썼구나' 하고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휴지가 없는 것도 미리 확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변기 안에 오줌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다음에 들어온 사람이 “어? 왜 물을 안 내렸지?” 하고 의문을 가질 거잖아요.
그래서 물을 내리려고 하는데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휴지칸을 봤을 때,
“아, 휴지가 없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러면서 이제 저에게 “ 아.. 감사하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는
혹시라도 누군가가 정말 내 대처가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간 후에 변기를 확인하게 된다면, 그 안에 ddong이 없고 오줌만 남아 있는 걸 보고
‘아, 이 사람은 큰일은 안 봤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잠깐 '이게 도덕적으로 괜찮은 걸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스스로 납득했어요!
그래서 조용히 뚜껑만 닫고, 물은 내리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나왔을 때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손을 씻고 나올 수 있었어요.
혹시 ‘물을 안 내리고 나간 게 왜 실수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의 실수는!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휴지부터 확인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
그 일 이후로는, 저는 변기칸에 들어갈 때 무조건 휴지부터 확인! 하고 앉습니다.
여러분도 꼭 기억하세요.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체크할 것은 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