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케이스 팬에서 윙윙 소리가 나서
컴퓨터 뚜껑을 열어봤다가
쌓이고 쌓인 먼지를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좀 더 명확한 표현은…
미안함
‘컴퓨터야! 사용만 하고 돌봐주지 못했구나..’
사실 저를 위해선 치킨 한마리 값도 선뜻 지불하면서
‘내가 아닌 컴퓨터를 위해 돈을 쓴 적이 있었나?’
저는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컴퓨터는 저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큰맘을 먹었습니다
무엇을 해줄까
어떻게 하면 네가 기뻐할까?
일단 당장 눈에 보이는 고장 난 팬을 교체하고..
그 다음은?
그때 마침! 우연히도! 문득!
음울한 녹빛을 내고 있는
초라한 4개의 부품이 보였습니다

삼성 DDR4-3200 32G(8G x 4) CL22
본래 예쁘고 소중한 쌍둥이처럼 2개의 슬롯만 사용하는 듀얼채널이 국룰이지만
차근차근 업그레이드 하다보니
오랜 세월 동안 시금치램에 4슬롯을 전부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 이거다!
근데 어떤 걸로?
커세어..
지스킬..
팀그룹..
사실 부품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라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챗지피티의 선택은 바로바로…
G.SKILL
맞습니다.
G-DRAGON 할때의 그 G 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브랜드라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금액은?
어찌보면 크고 어찌보면 작은…
하지만 저의 직업은
능력은 충분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한
선택적 백수….
잠시 컴퓨터를 위하고자 하는 마음이 수그러들었지만
양심! 너 양심도 없어? 저는 스스로에게 외쳤습니다!
그래 영혼을 바치진 못할지언정
이런 돈을 아끼진 말자
..양심이 승리했습니다..!

지스킬 DDR4-3600 트라이던트제트네오씨 CL16 32G(16G x 2)
아파트와 램의 공통점은 이름이 길면 좋다는 것
근데 이것만으로 괜찮을까?
이제 곧 여름인데…..
너도 좀 시원해져야 하지 않을까?
..저도 몰랐어요 제가 이 정도로 스윗 할 줄은……
캐리비안 베이를 연상시키는 수냉?
깊은 산골의 청량한 계곡을 연상시키는 공냉?
그래.. 캐리비안에 생맥보단 계곡에 백숙이지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듬직한 놈으로 골랐습니다
AK620
즉시 배송 주문주문주문 쿠팡 최고
근데 생각보다 조립이 쉽지 않았습니다
똥손이거든요
뚝딱뚝딱….

뚝딱뚝딱뚝딱……..

뚝딱뚝딱뚝딱뚝딱…………

잠시기존쿨러와CPU가찰싹달라붙어떨어지지않는사고가있었지만
그래도 해냈습니다…. 결국… 조립…. 완……..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아닌 컴퓨터에게 돈을 썼는데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 맛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근데 나… 너에게 제대로 한거지..?
그래서.. 테스트!
3D Mark 점수 측정!
BEFORE ( 26674 )

AFTER ( 29214 )


컴퓨터야
내 돈을 너를 위해 썼지만
너가 성장한 9.52%를 보면
마치 나를 위해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진 걸까?
앞으로도 멀어지지 않게 노력할게..!!
잘 지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