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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선배와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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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
조회 433

  “우리 헤어져.”

 

  그녀가 결국 그 말을 꺼냈다.

 

  “결국 그 선배랑 사귀기로 한 거야?”

  “응, 미안해…”  

  

  비밀 연애를 한 탓인지.

  복학생 선배에게 고백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탓인지.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질 필요는 없었다.

 

  “아냐, 괜찮아. 그냥 친구로 잘 지내자.” 

 

 

  *

 

 

  그녀와는 수업이 몇 개 겹쳤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다.

  가끔 서로 작게 의식할 뿐.

 

  그 복학생 선배와는 다행히 겹치는 수업이 없어 마주치지도 않았고.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

 

  이별 얼마 후 시작된 학교 축제. 

  과 활동을 하는 내내 숨 막히는 삼자대면이 계속됐다.

 

  “아…..”

  “음…..”

  “어…..”

  

  상대방이 어색해하니까 나까지 신경 쓰였다. 

 

  이런 상황은 싫은데. 

  다른 사람들한테 자초지종을 말하고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과 주점이 끝나갈 때쯤, 복학생 선배가 나를 불러냈다.

 

  “조용한 곳에 가서 잠깐 얘기 좀 할래…?”  

  “어… 그럴까요?”

 

  우리 둘은 인적이 드문 으슥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축제 시기의 캠퍼스 여기저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ㅈㅅㅇ, 그만 좀 마셔라.”

  “아~~ 더 마실 수 있잖슴~”

  “빵애예요!”

  

  한동안 돌아다녔으나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그때, 복학생 선배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우리 과방 가서 얘기할까? 지금 시간엔 사람 없을 텐데.”

 

  밤 11시가 넘어가는 시간. 

 

  과연 건물 안에는 사람이 적었다. 

  불도 대부분 꺼져있어 나름 분위기도 잡힌 상황.

 

  우린 조용한 과방에서 얼마간 대화를 나눴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지만.

 

  “나는 너희 둘이 사귀는 줄 몰랐었어. 그래서 고백한 건데…”

  

  “우리 서로 어색해하지 말자.”

 

  대충 이런 얘기. 어쨌든 대화는 잘 마무리됐다.

 

  그런데.

 

  “어? 저 기숙사 통금시간 지났는데요.”

  “…그래?”

  “어쩌죠?”

  “할 수 없이 여기서 같이 자야겠는걸.”

 

  선배도 기숙사에 살았던가?

  복학생은 기숙사 TO가 적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그때의 난 그런 판단을 할 여유가 없었다.

  술도 꽤 마신 탓에 정신도 몽롱했고, 잠도 쏟아졌다.

 

  “그럼 여기서 같이 잘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방 안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장판 구역이 있었다.

 

  원래는 꽤 넓은 편인데.

 

  축제에 쓸 각종 짐들이 널려있어 그날따라 공간이 빡빡했다.

  마침 딱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정도.

 

  우리는 나란히 누워 잠들었다. 

  

  그러다, 잠결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

 

  “으음?”

 

  힘겹게 눈을 떴는데…  

 

  내가 그 선배를 껴안고 있더라.

 

  그것도 옆으로. 

  한쪽 다리까지 그 남자 배 위에 야무지게 올려놓은 채.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혹시 잠결에 내가 실수로 껴안은 건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수습할 수 있어.

  그 선배도 자고 있을 테니까 그냥 슬며시 내리면 되는 거야!

 

  나는 조심스레 그 선배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게다가 무언가 깊게 고민하는 눈빛…?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쳤다.

 

  선배는 애초에 잠도 안 잔 거 같은데, 어째서 나를 안 밀어냈지?

 

  팔베개는 왜 해준 거지..

  

  무슨 생각을 저리 심각하게 하는 거지…  

 

  내가 말을 걸어야 하나? 

  그럼 더 어색해지려나..

 

  잠결에 은근슬쩍 다시 내릴까?

  그러다 다리가 어딘가에 걸리면 더 이상해지지 않을까…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는 선배를 껴안은 채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눈을 떴을 때 선배는 곁에 없었다.

   

  다행히 내겐 아무 일도 없었다. 아마도.

 

  바람대로 우린 어색한 사이가 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 선배를 마주친 적조차 없었으니까.

 

  

  *

 

  

  그날의 일. 

  내 인생의 흑역사 3순위쯤 하지 않을까.

 

  요즘도 가끔 그 선배가 떠오른다.

    

  그 눈빛은 대체 뭐였을까.

  그 선배는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양성 전혀 아닙니다!

  어쩌다 잠결에 복학생 선배를 껴안았는데, 그 선배가 깨어있었을 뿐입니다!

  

  

댓글
충직한 이감
06.01
??????
하여자인 곽도
06.01
혼란스럽네요…
배부른 이숙
06.01
"요즘도 가끔 그 선배가 떠오른다." ㅋㅋㅋㅋㅋㅋ;;;
가난한 하진
06.01
이게 그 BL인가 뭔가라는 건가요
띠요옹당황한 노욱
06.01
선배…
피곤한 조해
06.01
선배: 쟤 방금 분명히 눈 떴는데 왜 안 내리지...?
부끄러운 공손월
06.01
홀란스럽네요... 양성이신 그쪽이신가요...?
띠요옹당황한 대릉
4일전
영화 챌린저스 아시나요?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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