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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홀 실수 이야기

배고픈 조표
05.31
·
조회 205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일본 워킹홀리데이에 도전하였습니다.

 

(*나오는 인물들은 가명으로 기재한 점 참고부탁드립니다.) 

 

처음 일본에 간다고 했을 때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일자리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는 K-POP 아이돌과 콜라보한 굿즈를 판매하는 캐릭터 샵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하라주쿠에 일본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일본 지점에 직접 메일을 보냈고, ‘설마 답장이 올까?’ 싶었지만, 면접 날짜가 적힌 답장이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다행히 면접 후 채용이 되었고, 한국에서 하던 일과 유사해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점장님도, 부점장님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친절하였습니다.


무엇보다 K-POP이 인기가 많다 보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을 걸어주는 손님들도 많았고,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과도 가까워져 장난도 치고 웃으며 즐겁게 일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장과 부점장이 모두 늦게 출근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매장은 저희끼리 청소하며 오픈 준비를 하였고, 저는 2층에서 미미라는 동료와 함께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미는 전직 지하 아이돌 출신입니다. 얼굴이 귀엽고 이쁘장해서 야구장 맥주 걸을 할 때도 인기가 많았었다고 합니다.

 

2층에서 둘이 청소를 하는데 적적하니 음악을 틀었더니 갑자기 댄스 욕구가 올랐는지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멋져서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고 줌인, 줌아웃, 360도 회전까지 넣어가며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완전히 90년대 음악방송 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영상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이런 소중한 추억은 공유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며칠 뒤, 점장님께서 저를 조용히 옥상으로 부르셨습니다.
옥상에는 점장님과 ‘미즈키’라는 다른 직원이 함께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욘재쿤, 혹시 근무 중에 SNS 사용한 적 있나요?”

“네? SNS요? 뭐… 카톡 정도는 했지만…” 하고 말하자, 점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인스타에 영상 올렸잖아요.”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인스타에 업로드 해놓고 잊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네,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올렸는데…"

그러자 점장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근무 시간 중 그런 행위는 금지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사과드렸고, 저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혼날 각오도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점장님. 제가 찍었고 제가 올렸으니 제가 책임질겠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영상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즈키와 점장은 평소 미미를 견제하고 있었던 사이였습니다.
서로 감정이 쌓여 있던 두 사람이 이번 일을 계기로 미미를 ‘한 방’에 보내려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그저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었습니다.

 

특히 미즈키는 평소 점장님을 좋게 보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미미를 몰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미즈키는 저에게 “영재쿤은 책임 없어. 선배인 미미가 말렸어야지.”라고 말하며 책임을 미미에게 돌렸습니다.

 

‘내가 아니었더라면, 영상만 아니었더라면…’ 감정을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제 실수를 기회로 삼아 미즈키가 점장에게 폭로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미미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었는데 미미와 미즈키 사이가 나빠진 것은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매장에 쌍둥이 자매 직원이 있었는데, 근무 중 한 명이 갑자기 쓰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 속에서 미미가 미즈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왕좌왕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아.”

 

그 말이 미즈키에게는 매우 차갑게 들렸다고 합니다. 그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서늘한 기류가 생기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것이 결국 말 한 마디, 감정 하나로 이렇게 얽히고 설킬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일 이후 저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이것이 일본 특유의 앞에선 굽신굽신 뒤에서 찌른다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미즈키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끊었고, 그 이후로는 그녀를 신뢰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나중엔 언팔한걸 들키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니 이만 끝내겠습니다.

 

이상 일본에서의 앗! 나의 실수 사연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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