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천만 침순이 중 하나입니다
중딩 때 일입니다. 저는 당시 시골 중의 시골, 거의 산골짜기에 살았는데요. 버스정류장에서 저희 마을(우리집 포함 4채정도 옹기종기)까지 도보로 약 15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가로등이 딱 1개가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농작물에 피해준다고 게슴츠레한 수준으로 켜놔서, 밤에 가면 길이 진짜 ㄹㅇ 개어두웠습니다. 야자 끝나고 집 갈 때 하늘에 달이 뜨면 개꿀이다 하고 달빛으로 길 찾아 가고, 안뜨면 걍 감으로 갔습니다.
어느 달도 안뜬 날이었습니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여중생쟝 입장에선 개무서웠는데요. 야자 끝나고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랑 집 가는데, 그날도 너무 무서운겁니다. 한치앞도 안보이는 와중에 저희는 용기를 내고자 가오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속어 주의, 원래 욕하는 학생 아니고 모범생입니다)
나: 시발 덤벼 시발롬들아~
친구: 어 나 유단자야 시발 (유단자 아님)
나: 나와 개새끼들아
허공에 복싱하면서 친구랑 상욕을 날리며 두려윰을 극복하는 중이었는데 뮨제의 가로등을 지날 때였습니다
친구가 가로등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즈음 뚝 멈춰서더니..저기 누구 있는거 같지 않냐는 겁니다. 같이 숨죽이고 멈춰서서 그쪽을 바라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진짜 너무 무서워서, 저는 더욱 가오를 강화했습니다.
나: 우리아빠 조폭이야! 시발 나와! 나오라고!
그러고 저는 발앞에 있는 돌맹이를 발로 강하게 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가로등 빛 너머 어둠으로 굴러간 돌맹이가 잠시뒤 다시 돌아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돌맹이가 어떻게 다시 돌아오지..?
시이이이이발!!!!
저와 친구는 돌맹이가 빠꾸한 뒤 약 3초간 얼었다가 진심 마을이 떠나가라 저렇게 욕을 갈기고 반대편으로 미친듯이 도망갔습니다. 거의 8분은 걸어온 길이고 어두워서 한치 앞도 안보이는데 정류장까지 뻥안치고 1분도 안걸리고 미친듯이 뛰어간거같습니다. 하필 그때 친구는 다리를 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있어 잘 뛰지 못했는데 그순간은 친구고 뭐고 혼자 튀었습니다(미안해..)
근데 뒤에서 친구가 멈춰보라고 하는 겁니다.
알고보니.. 가로등 너머 숨어있던 사람은 바로 저희 아빠였습니다.. 밤이 어두워 저를 데리러오는 길이었는데 제가 오는 모습을 보고 서프라이즈로 놀래켜주려고 가로등 불 뒤로 숨어있다가 제가 던진 돌이 아빠 발에 맞고 튀어나왔던 겁니다.. 아빠는 아빠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빠가 조폭이라는 제 말을 듣고 (아빠조폭아님) 너무 웃겨서 웃느라고 말을 바로 못했는데 그 사이에 제가 쏜살같이 도망간것이죠.ㅎ
아빠인걸 알고나서는 안도감에 엉엉 울었답니다. 친구한테는 먼저 뛰어가서 경찰을 부르려 했다고 배신때린 행동에 대한 해명을 했습니다. 당시 부모님 앞에서 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라, 집에가서는 아빠한테 내가 욕한게 아니라 친구가 한거라고 변명했습니다.
쓰다보니 별일 아닌 거 같은데 저희 집에선 오래오래 회자된 웃픈 실수였답미다. 두려움을 이기고자 상욕하고 아빠 직업을 조폭으로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실수. 넘 짠하지 않나효?
이밖에도.. 이정현 테크노가 유행이었던 유딩시절 지역축제 무대에 기어올라가서 혼자 헤드뱅잉하다가 무대에서 떨어져 행사 조기종료 시킨 사건.. 초딩 시절 태평소 배우러 연수갔었을 때 배우러 온 분들이 대부분 4050 부모님뻘 어른들이었는데 연수 마지막날 뒤풀이때 노래방기기로 말달리자 불러서(닥쳐..닥쳐..닥치고 내말들ㅇ..) 갑분싸 된 사건.. 가족들이랑 노래방갔는데 자우림 낙화 불러서 가족들 걱정시킨 사건..
아기 시절 나..왜그랬을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