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저는 어렸을때 무려 3가지의 실수를 저질러버렸습니다
바야흐로 때는 수십년전…
도X초등학교 3학년 6반 반장이었던
저는 성실하게 학교의 질서와 규율을 지키며
근면하게 학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희 반에 전학생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자 그대로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여기에 운 좋게도 전학생은
반장이었던 저의 옆자리에 배정을 받았으며
숙제 도와주기 / 필기노트 보여주기
여학우 소개시켜주기 / 근처 불량식품 문방구 맛집 추천해주기 등등
최대한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사이를 돈독하게 지냈습니다
어쩌다
음악시간에 같은 조가 되어
손을 잡고 스위스 춤을 출때는
처음으로 '아 이게 사랑이구나' 싶었지요
그렇게 건전하고 행복한 초등학교 3학년 생활을 오란도란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퇴근 시간 모두의 핫플레이스였던
학교 후문 자전거 주차장에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처음엔 “병아리 장수가 왔나?” 하며 다가갔는데
아니 글쎄 전학생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더니
어떤 몰상식한 놈이
전학생의 자전거 안장을 훔쳐갔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몰상식한 놈은 학교 일진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이라고 소문난 놈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몰상식한 놈은 전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 나랑 안 사귀면 이거 안 돌려줄거야”
저는 그걸 듣고
10살 인생 처음으로 배꼽에서부터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붉은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다행히
저는 어렸을때부터 농구와 수영 교육을 받아왔고
성장판이 일찍 열렸다보니 또래들에 비해 키가 매우 빠르게 컸으며
게다가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도내 S급 최장신 + 떡대 타이틀을 얻었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운동장 구석 소나무를 점령하고 있던 간악한 일진 무리에게 다가갔습니다
학교 반입 금지 물품인 비어캔맥주사탕을
건방지게 빨고 있던 일진 놈에게 다가가
“안장 돌려줘” 단 한마디를 시전했지만
혈기왕성한 초등학교 일진 무리는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학년까지 섞여있어서 결코 쉽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근처에는
저와 7살때부터 주말농구를 같이하던
혈기발랄한 전우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고
이를 목격한 전우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저를 도와줬습니다
결국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아놓으라고니가먼저놓으라고패싸움이 일어나게 됐지만
우리 자랑스러운 전우들은 훌륭하게도
위풍당당하게 안장을 탈환해왔고
우리를 건들면 다씨는 가만있지 않겠다면서
도X초등학교에서의 전설을 써내려갔습니다.
이에 전학생은 크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고
과일가게를 하시던 전학생의 부모님까지
나중에 따로 오셔서 고맙다며
제 몸집만한 과일 바구니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멜론이란 것을 영접했지요
하지만 전 멜론을 먹어보진 못 했습니다
왜냐면 과일을 깎아주실 어머니께서
제가 패싸움을 주도했다면서 혼내셨거든요
오히려 선생님이 어머니를 말릴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이건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성장판이 일찍 열려서
어렸을때부터 덩치가 남들보다 아주 많이 컸었기에
절대로 싸우면 안된다는 교육을 귀에 딱지가 들어왔거덩요
초등학교 1학년때 이미 몸무게 50KG를 찍었었고
초등학교 4학년때 키가 160cm를 넘겨서 농구부 초등부에서 중등부로 월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에 부모님의 혹독한 조기교육으로 인해 빠르게 애늙은이가 되버려서
초등학생때부터 별명이 형 / 아저씨 / 아버지 / 삼촌이기도 했고요
대충 강백호랑 용팔이가
언럭키 암흑진화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거에요
신현철보다는 신현필에 가까운?
아무튼 그렇게 찬란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인생 최대의 분기점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느날
맹우이자 베스트 프렌즈인 카제하야쿤이
전학생에게 이 편지를 건네달라며 옆자리인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이 카제하야쿤은 신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대단히 활력이 넘쳤었고
어느 종목이든 농구든 축구든 발야구든
팀을 가를때마다 항상 1순위로 뽑혀나갔으며
중간에 우리 팀으로 들어오면
속으로 ‘앗싸뵹’을 외치게 해주는 그런 친구였지요
일단은 동년배지만 약간 동경의 대상이었던?
자전거 안장 탈환전 때도 참전한 친구였습니다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때 저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반장이었던 저는 부탁에 약했기도 했고
초등학생의 경우 사랑도 사랑이지만
또 우정에 미친듯이 환장하는 종족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친구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어서
흔쾌히 손을 덜덜 떨며 수락했습니다
여기서 짐작하시겠지만 이것이 첫번째 실수였습니다
잠자리가 울던 늦은 여름
3학년 6반에는 최고의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누가봐도 선남선녀였고
누가봐도 풋풋한 커플이었지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커플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좁은 저는 그러지 못 했습니다
내 손으로 내 첫 사랑을 끝내버렸으니까요
10살 인생 처음으로 상실의 아픔을 겪은 저는
오로지 학업과 규율 확립에 힘을 쓰며
따가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초등학교에서
우리 학교 학생과 트러블이 발생하여 정상결전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장신 & 떡대 타이틀로 인해 강제로 참전하게 됐습니다
정상결전의 사유는 모릅니다
그냥 와야한대요
이렇게 덩치 크다고 불려가는 일이 적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낭만의 시대에서는 오히려 흔한 일이었고
아무래도 저의 키와 떡대는 도내에선 특정성이 될 정도였다보니 더더욱 안 나갈 수가 없었죠
사실 저는 패싸움에 말려든 적은 많았지만
실제 주먹을 휘두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머님께 파리채로 맞아가면서 조기교육을 받아왔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손이 아플 뿐더러 누군가를 때리는게 그닥 기분이 좋지도 않았었거덩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 익숙했던 저는 패싸움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가벼운 유혈사태 혹은 기브스 환자가 어지간하면 꼭 발생한다는걸 말이죠
다행히
저의 옆집 친구의 아버지가 경찰관이셔서
도X 롯데캐슬 지하주차장 오후 3시에
정상결전이 발발한다는걸 사전에 알렸고
저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 그 자리의 증인으로써 있어야 했기에
결국 정상결전에 참가해야 했습니다
는 구라고 사실 그냥 어버버버 하면서 뺄 수가 없었어용
하지만 혈기왕성하고 성격 좋은
저의 맹우들이 우리들도 도와주겠다며 발벗고 나섰고
그 중에는 카제하야쿤도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두번째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 친구들에게 패싸움 장소와 시간을 공지했던거죠
"혹시나 우리 애들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다른 초등학교 애들이 쫄아서 안 싸우지 않을까?"
같은 어리숙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나도 참혹했습니다
서로가 상상 이상으로 애들이 너무 많이 모였어요
행동력이 뛰어난 초등학생들이라 그런지
뭐 선전포고니 뭐니 그런거 없고
숨막히는 지하주차장 패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우당탕탕 아쒸안놔놓으라고아니가먼저놓으라고아씨뭐라고씨이이?
싸움이 무려 1분 동안이나 지속돼버렸고
사전에 연락을 받은 경찰관분과 경비원분들이 오셔서
그나마 빠르게 정리가 됐었습니다
이리저리 도망가는 초등학생들을 쫓아냈었지요
???
그리고
덩치가 가장 컸던 저는 경비원 아조씨한테 잡혀서
졸지에 패싸움 주동자가 되버렸습니다
이번 패싸움의 원인도 모르는데 말이죠
아마 고등학생이 싸움을 부추겼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렇게
경찰서 입구에 끌려간 저는 공포에 떨면서 알고 있는건 빠르게 죄다 불었습니다
저가요 반장인데요 저는 끌려온건데요 사실은요 말리려고 했는데요 아뇨 저 초등학생인데요 아니 진짜에요
그렇게 오해가 점점 깊어갈 쯔음에 다행히 친구 아버지 경찰관분이
빠르게 오셔서 교통 정리를 해주셨지만
불행하게도
저희 어머니가 친구 아버지보다 더 빠르게 오셔서
경찰서에서 푸짐하게 사랑의 매로 훈육하셨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면서
또 싸움내면 집에서 발가벗고 쫓아내겠다면서 말이죠
그렇게
죄송합니다를 수없이 외치고
울먹울먹이며 하루를 보내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했는데
어랍쇼? 교실이 웅성웅성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카제하야가 패싸움에서 다쳐서
기브스를 하고 온 것이었습니다
쾌활한 카제하야는 괜찮다 괜찮다하면서
남자애들이 네임팬으로 낙서하려던걸 굳건하게 방어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저는 어떤 시선을 느꼈습니다
바로 전학생의 따가운 시선을 말이죠
사실 제가 알리지 않았다면
카제하야가 다치지도 않았을테니까요
전학생은 거기서 저를 크게 꾸짖었습니다
이게 또 그럴만한게 거의 1달에 1번꼴로 싸움에 휘말렸거덩요
물론 저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전학생은 상당히 똑 부러진 성격이었다보니 아마
반장은 그러면 안 돼! 라는 이야기였겠지요
사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이미 저는 서러움 + 억울함 + 울음 스택이 쌓여있었고
여러모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3번째 실수를 저지릅니다
서러움을 참지 못 하고 울어버렸습니다
네 그냥 그 자리에서 냅다 울어버렸어요
그런데 그냥 엉엉 울어버린게 아니라
첫사랑 / 서러움 / 반장의무게 / 덩치만큰키다리돼지아저씨 / 학업스트레스 등등
모든 복합한 감정이 겹쳐서
바로 자리에서 아주 그냥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근데 너무 울어서
진짜 기억을 잃을때까지 울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우리집 천장이었더라고요
그래서 또 울었습니다
첫사랑이 아주 그냥 완벽하게 끝나버렸으니까요
이후엔 부끄러움을 못 이겨 이불킥을 하면서
이불을 비틀고 뭉치면서 엉엉 울었죠
그렇게 소문이 난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연애를 못 했고
전학생과는 끝까지 말 한마디 섞지 못했으며
여학우들에게는
울보 / 울보아저씨 / 울보할아방탱구라고 불렸습니다
지금까지 침하하에서만 공개하는
저의 부끄러운 실수와 수치스러운 과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