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어 잘 지립니다. 김성회님 처럼요.
때는 작년 말 일본여행 갔었을 때의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잘 지리는 제가
해외여행을 가면 이상하게 장 상태가 멀쩡하더라구요.(마치 알로라폼처럼 같은 장이지만 다른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것저것 마구 먹었습니다.
여행 5일 동안 한 번도 대변을 보지 않았고,
그렇게 별 탈 없이 일본여행을 마무리하려던 마지막 날
마지막 만찬을 뭘로 할까 하다가 때마침 제 앞에 인도식 카레집이 보이더라구요.
다른 데 찾아보기도 귀찮고 해서 들어가서 안일하게 매운 카레와 맥주를 시켜먹었습니다. 그다지 특별한 맛은 아니더군요.
(첫 번째 실수 : 일본까지 가서 아주 매운 인도식 카레를 먹은 것)
여튼 먹으면서 살짝살짝 신호가 왔지만 대장 알로라폼을 과도하게 믿었던 저는 무시하고 화장실에 가지 않았고(두 번째 실수 : 나의 장을 믿은 것),
그렇게 가게에서 나와 한 10분정도 걸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신호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하더군요.
급히 지도를 켜 나고야역까지 얼마나 남았나 확인해보니 15분 정도 남았더라구요.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역까지 갈 상황은 안 되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빼도박도 못하게 지리는 상황이었겠지만,
여기는 일본이었고, 일본이 어떤 나라입니까
편의점 강국으로써 편의점에도 화장실이 있는 나라 아닙니까
저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급히 편의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점포 수 약 5만5천여개로 세계 2위(1위는 한국)의
편의점 강국이라더니 아무리 걸어도 편의점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평소에는 잘만 보이더니 이녀석)
다른 수가 있나요. 저는 그렇게 일본 길거리 한복판에서 똥을 지리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서도 4~5번 밖에서 똥을 지린 경험이 있고,
그 장소도 버스, 엘리베이터, 길거리 다양했었기 때문에
똥 지리는 거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이번엔 다르더군요.
일본까지 와서 똥을 지렸다는 죄책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국제적인 똥쟁이로 인정받은 것 같은 묘한 성취감까지 몰려왔습니다.
여튼, 이미 벌어진 건 어쩔 수 없고 뒤처리를 해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하필 여행 마지막 날이라 호텔 체크아웃까지 끝마쳐 호텔로 돌아가서 씻을 수도 없는 상황 …
조금 걸으니 마침 편의점이 보이더군요.(한 1분만 더 참았어도…)
허겁지겁 편의점에 들어가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그렇게 바지를 벗으니 상태가 심각하더군요.
여행 5일치의 영양분이 시원하게 한 번에 배출된 것이었고
똥으로 전신 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마지막 팬티었기 때문에 열심히 똥을 치워가며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똥범벅 팬티를 휴지통에 쳐넣고, 혹시라도 전염되었을지 모르는 바지와 신발을 살피던 중
갑자기 밖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말없이 미친 듯이 문 두드리는 소리에 범죄라도 들킨 듯 화들짝 놀란 저는
어설픈 일본어로 “이마 데떼 키마스”(지금 나가요 ← 맞나요?)를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러 번 중얼거렸지만,
그럼에도 제가 나오지 않자 밖에서는 “다이죠부데스까?”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저는 “다이죠부데스”, “이마 데떼 키마스”를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외치며 부디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빌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뒤 제가 나오자 알바생은 제 몰골을 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보이며 “다이죠부데스까? 구급차 요비마쇼까?”라 물었고,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죽어가는 몰골이지 최대한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해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똥팬티까지 무단투기 해놓고 그냥 나가기는 미안해서, 남은 동전으로 숙취해소 음료를 사며 다시 한 번 알바생에게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저는 그렇게 일본을 떠났습니다.
알바생은 그날 밤이 되어서야 화장실을 치우며 사건의 진상을 깨달았겠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동안은 똥팬티 무단투기로 일본뉴스에 나와 세계적인 망신과 더불어
일본 입국금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