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렵니까?
제가 아홉 살 때 즈음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집은 이모들끼리 사이가 좋아 외가 친척끼리 주말마다 모이곤 했는데,
자연스레 저와 사촌 형도 주말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제가 아홉 살 때 사촌 형은 이미 머리가 클 만큼 커서 그 당시 저에게는 뽀스 포지션이었는데,
뽀스 포지션의 형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아니면 강해보이고 싶었는지
학교에서 막 배운 욕설을 거의 한 달 동안 사촌 형에게 자랑하듯 계속 나불대고 다녔지 뭐에요?
그 욕설의 뜻도 잘 모르고 말이죠.
아무튼, 그 날도 외할머니 댁 안방에 놓여져 있는 컴퓨터 앞에 둘이 나란히 앉아
사촌 형 메이플스토리 하는 것을 구경 중이었는데, 제가 뜻도 모르는 욕을 또 해버린 것이죠.
X발! X발놈! X발놈아!
이런 느낌의 욕설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쳐 맞은 것만 기억나고 뭐라고 욕 했는지는 기억도 잘 안 남)
그렇게 욕을 하고 낄낄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촌 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안방 문을 슥 닫고는 저를 안방과 옷방 사이 통로로 데려가서 무지막지하게 줘패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를 한참 패곤 사촌 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마저 했고요.
애가 안방 구석에서 우니까 어른들이 막 와서 왜 그러냐고 묻는데,
제가 사촌 형이 때렸다고 그랬더니 어른들은 자초지종도 안 들어보고 왜 어린 애를 때리냐고 사촌형을
막 나무라고, 심지어 이모부는 저희 아버지 어머니께 사과까지 하셨습니다.
그땐 너무 어렸어서 몰랐는데, 30살 넘게 먹은 지금은 나였어도 줘 팰 듯…
아무튼 그랬습니다. 나이 먹고 사촌 형이랑 술 한 잔 하면서 이 얘기 했는데
서로 한참 웃고 그랬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