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침착맨님 그리고 침투부 시청자 여러분,
저는 6개월 아이의 아빠이자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늘 제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유치원 시절, 장난감보다는 책장 가득 채워진 IQ/EQ 두뇌 개발 책들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는 수학 영재로 선발되어 영재반 교육을 받았습니다.
유행하던 PC게임보다는 높은 난이도의 스도쿠나 웹 기반 미궁 게임을 즐겨 했죠.
또 일찍이 컴퓨터를 접해 정보의 바다에서 지식을 탐구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로 불렸습니다.
25살에 취업을 하고 친구를 통해 한 여성을 소개받았습니다.
4살 연하의 대학생이자 저보다 더 우수한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유식하고 배울 점 많은 사람’이라는 제 이상형과 일치했고
성격도 잘 맞아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열띤 대화를 나누던 중
제 입에서 튄 침 한 방울이 그녀의 눈 옆에 툭 떨어졌습니다.
그녀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밀레이스 뭐야~ 빨리 닦아줘!”
그 순간 제 표정은 굳어졌습니다.
만물박사의 사전에 의하면 침샘에서 분비되는 효소의 이름은 ‘아밀라아제’였기 때문입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저는 급격히 마음이 식었고 결국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30대 아저씨가 되어 침투부 최애 코너인 궤도 초대석을 들으며 설거지를 하던 중 익숙한 단어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두 귀를 의심하여 손에 묻은 거품도 닦지 않은 채 몇 번이고 되감기 해봤으나
궤도님의 입에서 나온 다섯 글자는 분명 ‘아밀레이스' 였습니다.
급하게 검색해보니 아밀레이스는 아밀라아제의 영어식 표기였고
4살이나 어린 그녀는 ‘아밀레이스’로 표기된 교과서로 교육을 받았던 것이었죠.
그녀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고, 제 별명은 ‘만물박사’에서 ‘천물박사’, ‘십물박사’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입을 열기 전 항상 검색부터 해보는 검색병에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