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배변에 꽤 까다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당시 학교 화장실은 수세식이었습니다.
저는 수세식에서 제대로 자세를 잡지 않고 응가를 했다가 팬티에 묻어서 울었던 기억 때문에 수세식에서 응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세식 이용 횟수가 10번을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응가가 마려운 날이면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한 후,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집까지 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배변에 까다로운 아이가 자라 배변에 까다로운 어른이 되었고, 약 7년 전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신림동에서 공부 중이었습니다.
공부하고 있던 어느날 독서실에서 응가 신호가 왔는데,
독서실 화장실이 아무리 양변기라고 해도 불특정 다수가 쓰는 환경은 꺼림칙하고 불편했습니다(그렇다고 제가 깔끔한 편은 아닙니다.)
오랜 고민 끝에 자취방으로 가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자취방은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독서실에서 걸어서 10분 넘게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배를 움켜쥐고 언덕과 계단을 오르며 힘겹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지를 벗고 팬티까지 벗고, 변기에 앉으려는 찰나 나왔습니다. 응가가.
그렇게 변기 바로 앞 바닥에 볼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집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팬티까지 벗고 대변을 봅니다.)
막힌 게 풀리니 멈출 수가 없었고, 제 응가는 전부 변기 앞에 쏟아졌습니다.
그 당시 친구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친구가 오기 전에 치워야 했기에 급한 마음에 화장실 앞에 있던 쓰레받기로 퍼 담아 변기에 넣어 치웠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화장실 밖이 아니라 다행이다."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지금은 독서실에서 찍은 사진밖에 없네요.
그리고 아직 친구한테는 말하지 못한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