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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갇혀본 적이 있으신가요?

배고픈 관녕
05.27
·
조회 242

 

이야기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로 돌아갑니다.

 

간부로 군대에 입대한 저는 훈련을 마치고 간부용 숙소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부대는 새롭게 간부용 숙소를 짓고 있는 상황이었고,

 

짬이 부족한 제가 배정 받은 숙소는 곧 폐쇄를 앞둔 숙소였습니다.

 

그 곳은 굉장히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방 2개를 양 옆에 두고 가운데 화장실 하나를 공유해서 쓰는 형태였습니다.

 

보통 화장실 문은 화장실 안쪽에서 잠그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구조로 인해 옆방에서 화장실을 통해 다른 방으로 이동을 할 수 없도록 화장실 문은 방쪽에서 잠그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내가 쓰고 있을 때 옆 방 사람이 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곧 폐쇄를 앞둔 숙소라 빈 방이 대부분이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숙소로 퇴근한 저는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금방 나올 거라서 폰도 안 들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면서 방문을 잠그고 들어갔습니다.

 

……

 

?

 

…..

 

오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보안을 위해 방에 들어가면서 항상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던 저는 화장실에 들어가면서도 문을 잠그면서 들어가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양쪽 문이 잠겨서 화장실에 갇히게 된 것이죠.

 

어떻게든 잠긴 문을 열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큰 소리로 소리를 내 보았지만 생각보다 방음이 잘 되어있어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곧 폐쇄될 숙소에 몇 명이나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화장실 문 아래쪽이 문보다는 얇은 합판으로 되어 있어서 그걸 부수고 나가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나무판을 부수다가는 크게 다칠 것 같았고, 그걸 다 부순다 하여도 작은 공간으로 제가 나갈 수 있을 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폐쇄를 앞둔 숙소라서 비어있는 방이 많았고,

 

옆 방에 사람이 사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시간… 2시간…이 흐르고

 

어떻게든 화장실 문을 부수고 나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그 때

 

옆 방에서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행히도 옆 방은 빈 방이 아니었고.

 

뒤늦게 퇴근한 옆 방 문을 열심히 두드렸고,

 

놀라지 않고 문을 열어준 옆 방의 전우 덕분에

 

간신히 화장실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나왔지만 숙소 출입문 역시 잠겨있었기 때문에 관리실에 가서 마스터키를 빌려서 겨우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 날 이후 저는 아무리 볼 일이 아무리 짧더라도 화장실을 갈 때 폰을 들고가게 되었습니다. 문을 잠그는 습관도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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