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5~6년전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 무궁화로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타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칸에는 저뿐이었습니다. 그때 또래의 여성분이 들어오더니 제앞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텅텅 빈 무궁화호에 하필 내 옆자리 여자가 앉자마자 운다? 너무 당황스런 상황에 저는 당시 유행하던 유튜브 몰카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하나둘 타고, 기차가 출발해도 그녀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INFP 답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떠난 그녀, 그를 보내고 홀로 집으로 내려가는 무궁화호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그때 낯선 옆자리 남자가 건네주는 휴지, 그녀는 살짝 웃으며 휴지를 받고 진정한다. 우연히도 내리는곳이 같았고 남자와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번호를 교환한다. -중략- 먼 훗날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귀여운 손주가 태어나고 할아버지가 된 남자는 손주의 이름은 000이라고 지었다.>
까지 생각하며 가방에 든 휴지를 줄까말까 수십번을 고민하던 차에 기차는 다음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 탑승한 어떤 남성분이 그녀와 제 좌석 옆에 서더니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남자가 그녀에게 제가 주지 못한 휴지를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선수 뺐겼다. 역시 남자는 자신감인데!!이런 멍청한놈!! 더 빨리 줬어야지!!"
하지만 그 남자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저기 여기 제자리인데요…”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멈추고 저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제.. 자리는 여기인데…”
네… 제가 호수를 착각해서 그녀의 자리에 앉아있던 것이였습니다. 어떤 사정으로 슬픔에 빠진 그녀는 그냥 옆자리에 털썩앉아 울었던겁니다.
어플로 열차 호수를 확인한 저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재빠르게 제자리로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졸지에 자리를 빼았고 휴지를 주는 싸이코패스가 될뻔했다는걸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만약 휴지를 줬다면 더 재밌는 썰이 되었을텐데, 손주이름을 생각하느라 주지 않은게 참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