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군 제대 후 20대 초.

저는 친구의 소개로 아리따운 여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서로 본가에 거주 중이라 둘만의 장소가 마땅치 않고 그해 여름이 엄청난 폭염 이슈 때문에 아무래도 실내 데이트를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제대 후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아 숙박 어플로 찾다 보니 당시 몽촌토성역 쪽 모텔촌의 대실이 무한대실이라하여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저렴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애용했습니다.

한 열 댓번 이상 한 모텔을 가다 보니 사장님과 안면도 트고 저와 여자 친구는 사장님과 로비에서 대화도 많이 하고 사장님은 나중에 청첩장 꼭 달라고 하시고 저도 꼭 드리겠다고 주접이란 주접 다 떨며 친해져 더욱 자주 가게 되었죠.

하지만 결혼은 개뿔 이후 여자 친구와는 성격 차이로 헤어지게 되고 저는 취직을 하고 1년 반 후 저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렇게 새로 만난 친구와 알콩달콩 반년 정도 만났을 때였을까요.. 평범한 데이트를 하던 중 롯데타워에서 밥을 먹고 2차로 야장이 깔린 술집에서 날이 너무 좋다며 서로 대가리 꽃밭 모드로 마시다가 둘 다 알딸딸하게 취해버렸더랬죠.
저나 여자친구나 말로 안 해도 서로 쉬고 가자는 눈빛을 보냈고 저는 손이 가는 대로 핸드폰을 눌러 어플로 예약을 했습니다.

생각 없이 저는 전 여친과 자주 이용하던 모텔로 현 여친과 호방하게 진격했습니다.
입장을 함과 동시에 사장님은 계시지 않았고 카운터의 종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취해서 안일하게 사장님이 바뀌었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네요. 건물주이신데 ㅅㅂ..)
그러다 여자 친구는 부츠의 신발 끈이 풀려 완전 앉은 자세로 끈을 묶고 있었을 때 사장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오우 멋쟁이 오랜만~ xx이랑(전 여친) 결혼은 아직이고? 만날만큼 만났으면 결혼 해뿌러~”

저는 순간 술이 다 깨버렸고 당황스러워 얼어버렸습니다.
현 여자 친구도 끈을 다 묶었음에도 일어서지 못하고 얼어있더군요…
네… 사장님은 카운터 높이 때문에 끈을 묶던 현 여자 친구를 보지 못하셨고 실언을 하신겁니다.

여자친구는 방에 올라가고 사장님은 미안하다며 연신 저에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사장님은 반가운 마음에 하신거지만, 저는 그냥 사장님이 너무 미웠습니다. 하지만 모든게 이곳으로 온 저의 잘못이고 지난 인연의 이야기이니 여자친구가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고 저도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저는 설명을 했고 여자 친구는 화난 얼굴로 저에게 굳이 굳이 여기로 오게 된 이유가 뭐냐고 하기에 변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말대로 지난 인연이니까 여자 친구는 이해해 보겠다고 했지만 이 사건 이후 뭔가 감정이 사그라졌다고 저에게 고백을 하더군요.
결국 관계가 흐지부지 되다가 헤어지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진짜 등신같은 저의 실수 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