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양주에 있는 작은 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막사 내 인원이 많지 않고, 생활관마다 6~8명 정도만 배치되는 정말 작은 부대였습니다.
그 부대는 선진병영문화를 선도한다며 무려 ‘전원동기제’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병부터 병장까지 모두 동기로써 서로 존중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더군요.
하지만 제가 그 부대에 신병으로 들어갔을 때는 그 제도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고, 선임들은 쉬쉬하며 원래 적용하던 한 달씩 동기를 끊는 제도를 유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병답게 억까도 당하고 정까도 당하고 약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상담관 같은 사람이 찾아와 저의 일주일 생활은 어땠느냐 따위의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답해버립니다. “전원동기제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마편인 줄도 몰랐던 겁니다…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면 되는 건 줄 알았죠… 이등병이 뭘 알겠어요…
상담 며칠 후, 부대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옵니다.
일병, 상병, 병장 할 것 없이 모두가 저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저한테만 말이죠.
가끔 살갑기도 했던 선임들의 눈에서 온정이 싹 사라진 것을 보고 제가 조져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아… 이것이 마편의 위력이구나… 이것이 군대의 일처리 방식이구나…
남은 군생활을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없으니 선임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다행히 일주일 된 신병의 실수 정도로 넘어가 분위기는 곧 정상화되었지만, 일병 때까지 요주의 인물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후에 들은 바로는, 연대장 차량 운전병이었던 맞선임은 연대장에게 다이렉트 쌍욕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마음의 편지란 그런 것입니다. 혹시 쓰실 일 있는 분들은 조심하세요. 어떤 식으로 소원을 들어줄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