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다닐 때,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32평 아파트에 직원 2~3명이 함께 지내는 구조였는데,
어느 날 퇴근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보도 못한 슬리퍼 한 켤레가 보였다.
우리는 평소에 신발도 몇 개 안 되고,
누가 어떤 신발 신는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서로 익숙했는데
정체불명의 슬리퍼라니, 뭔가 이상했다.
혹시 새로 온 직원인가 싶어서 방 안에 대고 불러봤는데
집 안엔 나 혼자.
그 순간, 등골이 좀 서늘해짐.
"혹시 도둑이 아직 안 나간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괜히 심장이 빨라졌다.
겁은 났지만 확인은 해야 하니까
부엌에서 제일 만만한 ‘주방칼’을 들고
방이며 장롱이며 다 열어보며 수색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지만,
그땐 무서움이 앞섰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그래도 찝찝해서 같이 사는 직원들한테도 알리고
관리사무소에 부탁해서 엘리베이터 CCTV도 확인했다.
결과는…
아무도 안 찍혔다.
내가 퇴근하고 들어가는 장면만 남아 있었다.
이쯤 되면 무서움보다 의문이 더 커짐.
그래서 다시 기숙사로 와서 슬리퍼를 유심히 봤다.
희미하게 하얀 유성매직으로 뭔가 적혀 있는데,
눈을 가까이 대고 읽어보니,
‘○○당구장’
그리고 그 순간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날, 직원들이랑 1차로 술 마시고
2차로 근처 당구장을 갔었는데,
그 당구장에서 슬리퍼로 갈아신고 게임 치다가
그대로 신발 안 갈아신 채 슬리퍼 신고 집에 온 거였다.
결국…
도둑은 없었고,
문제는 술 먹고 당구장 슬리퍼를 훔쳐(?) 온 나였다.
※썰 푸는 재주가 없어 GPT 도움을 받아 조금 다듬었습니다~
(줄거리는 100%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