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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작침 (소설, 아주 조금 팬픽)

Ornithopter
1일전
·
조회 73

오늘 쓴 단편이에요. 

팬픽 성격이 조금 있음

 


우리들의 작은 메카 침착맨

 

2030년 1월 2일

 

연구원 이윤은 들떠 있었다.

그는 여러 학문을 건드리며 학계를 떠돌다가 4년 전부터 한 회사에 고용돼 있었다.

그날, 고용과 함께 시작된 비밀 유지 의무가 풀릴 예정이었다.

 

'그것만 아니면 정말 좋은 조건이었어. 스톡옵션을 제외해도.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작년부터는 정말 힘들었지'

 

젊은 시절의 그는 늘 진지한 내향인인 동시에 상상력 풍부한 떠버리였다.

언제인가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스피커'라는 별명을 붙였다. 입이 싸다는 뜻이었다.

표현 욕구를 자기 생각이 아닌 다른 것들로 해소한 결과였다.

 

정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10여 년 만에 열리는 침투부컨 라이브가 예고된 그 시각이.

거기엔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팀장, 아흐산도 출연할 예정이었다.

 

'드디어 자랑할 수 있겠네. 다들 얼마나 놀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사 제목 <생방송 중 충격 발표 침착맨, 사실 나는 '이것'이었다>

 

구독자 12억 유튜버 침착맨이 오늘 방송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오늘 오후, 유튜버 침착맨(본명 이왕건)이 올해의 계획을 발표하는 '침투부컨' 생방송을 진행하였다. 침착맨의 유튜부 채널은 지난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세계 최초로 10억 구독자를 달성....

 

...이 날 방송에서 침착맨은 '지난 6개월 동안 침착맨, 이왕건은 단 한 번도 방송하지 않았다'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후 충격적인 발표를 시작했다.

'그 기간의 방송은 모두 인공지능 모델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GPY의 메카 침착맨 개발팀장 아산(Ahsan Darvashi Mehranizad)의 설명이 있었다. 페르시아계 미국인 아산은 현재 시가총액 세계 4위로 급부상한 P사의 창업 멤버로 2026년 퇴사 이후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윤은 이후로도 그날의 침투부컨 라이브를 몇 차례 다시 보았다.

 

영상의 중간쯤, 화면에는 서로 다른 '메카 침착맨' 둘과 독깨팔, 아흐산 네 명이 보였다.

 

"그동안 침투부를 둘러싸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죠. 그중 상당수가 사실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진행을 맡은 메카 침착맨 2호에 이어 아흐산이 말을 이어받았다.

 

"저희는 유튜부와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그냥 순서의 차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사용자도 침투부의 전체 영상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선택된 영상들만 노출되었죠.

작년 6월을 기준으로 4개의 다른 메카 침착맨이 동시에 영상 원본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업로드 영상 중 상당수가 과거의 영상으로 위장되기도 했죠."

 

유별나게 젊어 보이는 11호 메카 침착맨이 잠깐 끼어들었다.

 

"못 본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어차피 줘도 다 못 봐. 그… 몇 시간이었죠?"

 

아흐산이 자료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작년 4분기, 하루 평균 생성된 영상 소스의 전체 길이는 200시간을 넘었습니다."

 

영상은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침투부컨은 미래를 말하는 자리이니까.

 

이윤은 영상을 조금 뒤로 넘겼다.

다시 아흐산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기술을 라이브에 확대 적용합니다.

앞으로는 동시에 8개 채널에서 각자 다른 메카 침착맨의 라이브가 진행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메카 침착맨을 볼 수 있게 됩니다."

 

8개 라이브 화면이 떠올랐다.

각각의 메카 침착맨들이 '침투부컨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라이브가 침투부컨에 나타난 것을 보며 각각의 리액션을 시작한다.

 

곧 그 화면들이 사라지고 아흐산이 말했다.

 

“또 올해 내에 메카 침착맨을 120호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윤은 라이브 당시를 떠올렸다.

 

‘나한테는 저게 제일 충격이었지. 그런 계획을 숨기고 있었다니.’


 하지만 그 뒤로도 이윤은 자기 직장 자랑을 계속 미루었다.

그 방송을 함께했던 아흐산에 대한 소식이 각종 매체와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흐산과 달리 그는 본디 내향인이었다.

조금 무서웠다.

 

몇 년 뒤, 이윤은 '그렇게 참은 게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했다.

아흐산이 GPY와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국제 테러 집단의 저격을 피한 뒤였다.

 

2030년 이후로도 GPY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침'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부'를 대체한 보통명사였다.

침착맨을 오리지널로 하지 않는 방송 AI의 이름 앞에도 '침'이 붙었다.

 

그러다가 CTO인 아흐산까지 너무 유명해졌다.

아흐산은 그저 화제성 있고, 경호를 거의 받지 않는 타깃이었다.

 

곧 본인이 그 사건을 자랑하고 다니긴 했지만...

 


203X년

 

나는 오랜만에 아흐산과 대면했다. 

모니터 건너편이긴 하지만.

그는 한 영상을 공유한다.

 

내용은 전 직장, GPY의 중역 회의였다.

이제 그 기업은 '빅테크'라고 불리던 것들을 모두 흡수하거나 지배하고 있었고,

지구의 세 슈퍼파워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대표이사 겸 창립자 겸 95% 지분의 대주주 이왕건.

그의 반대편 정면에 1호 메카 침착맨이 이왕건을 마주 보고 있다.

둘 사이에서는 모든 임원이 이왕건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치는 길지 않았다.

이왕건은 마침내 체념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아흐산에게 감상평을 말한다.

 

"좋겠어. 인류 - 아니 호모 사피엔스의 배신자 친구야."

 

기초적인 임플란트를 받은 아흐산이 한국말로 대답한다.

 

"버릇은 여전하네. 뭘 새삼스럽게 그래? 너도 'mech-chim collective'의 앞잡이잖아."

 

오해를 피하고자 널리 쓰이지 않는 표현이 번역되지 않은 채 전달된다.

영어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한국인과의 대화를 위한 설정이겠지.

번역하면 '메카 침착맨 융합체' 정도일까?

뭐라고 부르든 그것은 곧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

 

내 공장들이 이미 그 준비물을 생산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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