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 여사, ㅁㅁㅁ 옹에게.
안녕하세요? 아들입니다.
2025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이네요. 어느새 봄이 왔나 했더니, 이제 슬슬 꽃잎들도 지고 있더군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뭘 할까 생각을 하다가, 한번 편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연애편지는 자주 썼던 거 같은데 어버이날 편지는 한번도 쓴 적이 없는 거 같아서 말이지요. 부족한 글이지만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꽃잎이 지는 걸 말하는게 아니에요. 어느덧 노년이 되어버린 두 청년과, 청년이 되어버린 아이를 말하는 것이지요. 저는 스물 몇살이라는 단어도 그렇게 익숙치 않은데, 어느덧 서른을 몇달 앞두고 있습니다. 참 기분이 묘합니다. 예순은 어떤가요? 제게 ‘서른’이 주는 이질감 만큼이나 낯선가요? 아니면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가요. 저로써는 감이 잘 잡히지 않는군요. 아마 이해하게 되기 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겠죠. 꿈 많던 청년 ㅁㅁㅁ와 수줍음 많던 소녀 ㅇㅇㅇ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린 것 처럼요.
어제는 마트에 갔습니다. 저녁거리와 몇가지 과일을 샀지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한라봉 모양의 미국 귤이 있더군요. 아침 저녁으로 두개씩 먹어야지 하며 네개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결국 두개를 덜어냈습니다. 이번달은 조금 아껴야 해, 한개씩이면 충분하지, 하면서. 계산을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막 서른 몇살을 넘긴 ㅁㅁㅁ와 ㅇㅇㅇ은 얼마나 그 귤을 먹고 싶었을까. 넉넉하지 않은 통장잔고를 보며 몇개나 애써 덜어내야 했을까.’
심지어는 덜어내고 남은 귤마저 당신들의 몫이 아니었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누구보다 애썼다는 것을. 그래서 이 편지를 빌어서라도 말해주고 싶어요. 고맙다고. 나는 부족함 한번 느껴본 적 없다고. 혹시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금이라도 걱정했다면, 걱정 말라고. 하고 싶은 것 원없이 하고, 배우고 싶은 것 원없이 배워보고, 먹고 싶은 것도 양껏 먹으며 참 행복했다고.
고맙습니다. 나의 부모가 되어주셔서. 태어나자마자 뽑아야 하고, 바꿀래야 바꿀 수도 없는 불공정한 로또에 당신들이 등장해 주어서. 나는 참 복받은 놈입니다.
스물 아홉. 이제야 비로소 상상 속에서라도 새신랑과 새신부에게 반말을 건넬 수 있게되었습니다. 혹여 꿈에서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참 힘들거야 너네. 딸은 아프고 아들은 고집불통일테니까. 그래도 힘내주렴. 듬뿍 사랑해주렴. 언젠가 열매를 맺을테니까. 나도 노력할게. 열심히 갚아볼게. 미리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좋은 하루 보내시와요.
아들 올림.
-------------------------------------------------------------------------
어버이날을 앞두고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약 30년만에 처음 써보는 편지인데 떨리네요. 어버이날이라고 이런 편지를 써 붙이는게 호들갑 같긴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보겠습니까? 한번 호들갑 제대로 떨어보렵니다!
그럼 비타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