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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 Periwinkle Blue

룸메이트
04.12
·
조회 225

동화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경쾌한 이름은 어떤 색깔의 이름이에요. 언뜻 생소하지만 의외로 흔히 보아왔던 색깔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꼈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하늘빛에서,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잎에서, 들여다보아야만 발견할 수 있게 한 겹 숨겨져있는 봄의 신호들에서, 무심결에 언뜻 드러나곤 하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말이에요.

사전은 이 색깔을 푸른빛에 자주색이 섞인 색이라고 설명하는데, 나는 쓰고 부르는 사람답게 이 색을 제멋대로 사람에 투영해 보았습니다.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에 신비로움을 뜻하는 퍼플이 겹친 이 색깔이, 어쩌면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과도 매우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우리들의 봄도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깔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소란스레 피어나는 와중에, 그 개화를 반기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우울이 꽤 오래 우리 안에 있었을지도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내일을 매도罵倒한 적이 있었는지요. 당신은 아무리 답답한 현재에 갇혀 있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내일에 대한 신비로운 예감들을 믿어왔습니다.

근래에 어떤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우울합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오>, <죽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대답한다고 하더군요.

...

그것은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답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모두 똑같은 동시대의 우울과 싸우고 있습니다.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지요. 그런 면에서 나도 당신을 이해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해받고 있듯이.

나는 우리가 우울할 때, 조금 우울하다고 드러내서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긴 여정인 우리의 삶에서 그런 때란 언제든지 오고 또 언제였나 싶게 사라집니다. 자신을 감추어야 할 정도로 누구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당신의 깊은 다정함이 당신 스스로에게도 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가 체감한 당신의 온기는 사월의 햇살만큼이나 온화했으니까요.

'죽어도 상관없다'거나 '죽으면 죽는 거지' 라는 말이 흔해졌어요. 당장 내 안에서도 그런 말이 들려올 때가 있거든요. 이것은 시대가 우리에게 심은 말이지 절대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의식적으로, 어떻게든 생의 만발하는 한때를 누리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해요. '조금 우울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네. 고작 그렇게 되뇌는 것만으로도 삶의 색채와 균형은 변화합니다. 영하의 기온으로 곤두박질치다가 다시 고온으로 치솟는, 초봄의 날씨가 아무리 변덕스럽다 한들 꽃이 못 피더이까. 삶은 언제나 우울보다 강합니다.

계절은 순환되지만 늘 같은 봄이 아니듯, 사람 또한 헝클어짐과 피어남을 반복하는 생의 화음 속에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던 우리 안의 짙푸른 우울도, 내일에 대한 낙관을 끌어안을 때 많은 것들과 섞여들며 새로운 빛깔을 자아냅니다.

누군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스스로의 색채를 이제 저 바깥에 드러내세요. 당신은 파랑도 아니고 보라도 아니며, 동시에 파랑이기도 하고 보라이기도 하다고 말하면서요. 우리 안에 있는 색깔이라면 모두 아낌없이 꺼내 펼쳐서 매일의 불안을 새롭게 덧칠합시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보고 생경해하면서도, 동시에 봄꽃 번지듯 서서히 물들어 갈 거예요.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기대로 내면의 우울까지 온통 물들여 버립시다.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생명력으로. 긴 겨울이 아무리 막아보려 한들, 봄이 오고 또 오고 반드시 오듯이.


여러 겹의 사랑을 담아 당신께,

심규선
 

 

 

치욕도 명성도 내게는 모두 하나
내가 애달픈 건 오직 그대뿐이라오
꽃 핀 잔가지 사이에 붙들린 미풍을
선율 위에 베껴서 네게 보내주리


우리는 진흙 속에 피어나는 존재
나약하지만 비겁하지는 않으리
이울어가는 달에 입맞춤을 하고
밤을 지새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내일에 대한 너의 예감들을 믿으렴
지금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니까
사나운 불안과 갇힌 마음에 살아도
봄이 오고 또 오고 반드시 오듯이


조금 우울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니까


아아아아아 아아 아


감미로운 가락을 내게 부추기네
우리를 속이고 약 올리는 사월의 들뜬 밤
조율할 수도 없이 헝클어진 생의 화음
이 순환 속에서


조금 부끄럽지만 숨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미묘한 죄책감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니까


조금 우울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깔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드니까


아아아아아 아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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