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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밖에서 본 것은...

소화기
02.20
·
조회 5700
출처 : 글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함

괜히 옛날 집 사진을 보다 갑자기 생각이 났던 일이라 괜히 적어본다.

지금 생각해도 난 이게 귀신이라고 믿는데, 중2 남학생의 망상이 현실화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우리집은 소위 ‘집장사’들이 만든 집이었다. 작은 마당, 반지하 여럿, 2층 방 2개 그리고 그 사이에

주인집이 위치해있던 다세대 주택이었다. 당시 우리집은 주인집+반지하를 같이 쓰고 있었다.

컴퓨터가 반지하에 있던 관계로, 부모님이 지방으로 문상을 가신 틈을 타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12시가 넘어 1시에 가까워질 무렵, 긁내 방이 있던 윗층으로 올라갔다.

윗층으로 가려면 작은 마당을 지나 계단을 올라야했다. 그리고 담장 밖은 흔한 주택가 골목길이었다.

 

담장에 내 몸이 반쯤, 그러니까 상반신만 보일 때 쯤, 어디선가 ‘또각 또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닿는 구두소리였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담 밖으로 향했는데,,,

말도 안되게 예쁜 여자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난 살면서 그렇게 예쁜 사람 처음 봤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AI에게 그려달라고 했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벽한 모습이 나왔다.

 

 

딱 위와 같은 모습이었다. 길고 검은 머리, 흰 피부,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우리 집앞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을 미모였다. 순간, 이 여자도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안녕?^^” 살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안녕하세요? -.-;;;” 나도 얼떨결에 엉거주춤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 골목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과학적으로 소리를 내는 물체가 멀어질수록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야 한다.

즉, 소리가 멀어져야 정상인데, 구두소리는 귓가에 스테레오처럼 계속 선명히 들리는 것이 아닌가.

과학선생님의 아들이지만 과학점수 42점 받던 나도 그건 알고 있었다.

멀어지는 그 사람(?)을 바라보니 분명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소리는 귓가를 때렸다. 이상했다.

 

이 때부터 내가 무엇에 홀렸는지, 대문을 열고 나가서 따라가기로했다.

물론 지금은 매우 범죄지만, 중2의 미친 만용이었는지, 정말 홀렸는지는 모르겠다.

익숙한 골목길도 그 날 만큼은 엄청 이질적이었다. 그저 앞만 보고 계속 따라갔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걸었다. “또각 또각…또각 또각…”

겨우 그 여자를 따라잡아서, 소리의 근원인 구두를 봤을 때 나는 굳어버렸다.

 

스타킹의 발 부분이 펄럭거리고 있었다. 즉, 발 없이 둥둥 떠있는데 구두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 구두가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각 또각 걸어갔다.

굳었던 몸에서 식은 땀이 확 났고, 그 길로 집으로 뛰어들어가 대문을 잠그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인생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어린 객기였을 것이다.

그 날 이후 귀신을 본 적은 없다.

가장 강렬한 귀신 체험이었다.

 

물론, 난 귀신보다 나방이 더 무섭다….. 너무 무셔웡….

태그 :
#귀신
#중2
#체험
댓글
바솔로뮤조조심슨
02.20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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옾카페재오픈한풍전무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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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솔로뮤조조심슨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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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글쓴이
02.20
살려줏메🙀
옾카페재오픈한풍전무
02.21
BEST
가능
소화기 글쓴이
02.21
시상에 마상에
간생이
02.21
과학점수 42점
소화기 글쓴이
02.21
불효자는 웁니다
딱지코모리
02.22
그녀는 다만 사람들의 예쁜 구두좌표계가 부러웠을 뿐이었다
소화기 글쓴이
02.24
그렇게 생각하니 구두를 공양해야 했었나 싶네요
침착바라
02.23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죠?
소화기 글쓴이
02.24
광기...
황금
02.23
그래서 지금 중3인가요?
소화기 글쓴이
02.24
39살입니다... 내 중3 돌려줘요...
길고양이의조언
02.23
눈나..
소화기 글쓴이
02.24
눈나 저한테 시선도 안 줌..
배추살땐무도사
02.23
고백 공격을 갈기셨다면 그대로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 하나 구제하는 거였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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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글쓴이
02.24
역으로 '우린 이제 하나야 이힣힣' 했을지도... 좋은건가요?ㅎ
배추살땐무도사
02.24
다크 아칸 될 수 있었는데... 까비
@소화기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740378172972-9havhfva9a.jpg
저저저저떼잉쯧
02.23
연예인 누구닮음?
소화기 글쓴이
02.24
그런 얼굴 있잖슴. 연예인은 안닮았는데 예쁜 얼굴. 누구 아무도 생각 안나는데 그냥 "예쁘다..."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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