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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진수미 -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02.12
·
조회 493

“한 발을 딛고
두 발짝 딛고
다음 발은 싱크홀”

 

개똥 같은 삶을 껴안는 명랑함으로 나아가기
‘몸으로 쓰는 시인’ 진수미 12년 만의 신작 시집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진수미의 세번째 시집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를 문학동네시인선 226번으로 펴낸다. 

한국 시단에 낯선 족적을 남긴 첫 시집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문학동네, 2005)와 “다른 차원을 꿈꾸는 고백의 나라”(권혁웅 시인)를 선보인 두번째 시집 『밤의 분명한 사실들』(민음사, 2012) 이후 꼬박 12년 만이다. 

밤이 찾아오면 선명해지는 꿈을 기다려왔던 시인은 이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이 꿈은 어서 깨도록 하자”(‘시인의 말’)고 채근하며 “한 발을 딛고/ 두 발짝 딛고/ 다음 발은 싱크홀”(「죽은 자의 휴일」)인 세계를 상상한다.


시집의 제목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는 마지막 수록작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의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이 시는 시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가 시집 원고가 담긴 파일을 삭제한 실화에 기반해 창작되었다. 

데뷔 후 28년 만에 세번째 시집을 펴내는 천천한 속도로 미루어볼 때,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세계가 “한갓 신기루”에 불과해졌던 경험은 마치 신의 농간처럼 느껴졌을 터다. 

그리하여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우연 위에 덧씌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시집이 탄생했다. 

어느 장을 펼쳐 읽어도 언제든 헛것으로 사라질 줄 알면서도 기어코 다시 쓰인 문장들, “이미 없는 것들” 위에 새로이 쓰인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주지하듯 꿈에서 깨어나 마주한 싱크홀이 어둡고 냄새나는 것은 필연적인 결말이다.

 

작가의 말


이름 붙일 수 없는 망가짐을 보라.

 

어쩌면 이리도
나는, 나라는 존재는
좋아지기만 하는 걸까.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
원고 파일처럼
지상이라는 무밭에서 솎아지고 사라지길
꿈꾸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이 꿈은 어서 깨도록 하자.

 

2024년 겨울
진수미

 

목차


시인의 말

 

1부 사유는 사유하다의 사유이고
무섭다/ 10번 출구에서 돌아보라-강남역에서/ 버스보이, 시인, 웨이트리스 그리고 혁명/ 센세라는 이름의 고양이/ 처형의 이듬/ 공포분자

2부 구경을 했으면 구경거리가 되어야 한다
젖어서 아름다움/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개미는 애인이라도 있지/ 당신의 혐오 당신의 근심/ 세상의 모든 풍선/ 후드득후드득 날갯짓/ 구겨진 골목/ 거꾸로 서 있는 나무/ 처형극장 A/B

3부 이다음 발은 싱크홀,
세 겹의 죽음, 그리고 카사밀라의 재회/ 당신 행성의 위치/ 듣는다-지영에게/ 죽은 자의 휴일/ 푸른 잎 우주_20140416/ 심해어/ 누군가는 달이 없어졌으면…… 하고 빌었다

4부 인간은 어디까지 식물이 아니고
자연광 독서/ 검은 화환/ 20세기적 혼종/ 텐 미니츠 첼로/ 이 해변은 당신을 닮았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일/ 번갯불에 똥덩어리/ 여기, 털피지의 기적

5부 왼쪽에서는 자유, 오른쪽에선 사랑
이빨이 갖고 싶구나/ 소리와 빛/ 모두가 쿠로브스키 부인/ 죽음과 씨름하는 건물/ 소파를 버렸다/ 장거리 여행중인 빛의 견지에서/ 복도의 끝, 세계의 끝/ 좀비도 방귀를 뀝니까/ 암종/ 검은 꿈의 오르페

6부 지우면서 우는 붓이 있다
생존 연습/ 보이스오버2/ 종달새는 파업중/ 천장관찰자의 수기/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앨리스/ 신적인 너무나 신적인

 

발문 | 아름다운 나의 개똥, 당신들에게
김민정(시인)

 

이곳은 사유지. 네가 잃어버린 건 뭐니? 사유는 사유하다의 사유이고 누군가 두더지처럼 땅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이름을 꽝꽝 말뚝 박고 간다. 당신이 밟고 있는 땅의 주인을 아십니까? 이 땅이 그들 것이라면 공기에도 이름이 새겨졌겠지

등기소에 기입된 성명은 국가의 이름으로 권위를 누린다. 사유는 사유하다의 사유이고 국유의 반대말이다. 그들의 것, 국가의 것, 그래서 달라지는 게 뭐지?
_「무섭다」 부분


삶이란 모두 잠든 밤
삐걱대는 마루를 디디는 일

발끝을 뾰족 세워도
존재의 기척은 요란하다
당신을 깨우고야 만다

살아 있음에, 미안함에
이 밤이어서, 추위여서

더듬더듬
가운을 여민다
단추와 단춧구멍을 꿰려 한다
단추와 구멍은 만나지 못한다
_「센세라는 이름의 고양이」 부분


생은 한없는 모욕
순종과 굴종 사이에서 눈알 굴리는 것
아버지
개를 만들고
개의 울부짖음을 완성하셨다

관이 두 동강 났는데
나는 죽지 않았다
당신의 마술인가요?

매 순간
매일까 사랑일까 매일까 사랑일까
매일까 사랑일까 고민케 한다
이것이 진정한 매직
_「처형의 이듬」 부분


턴테이블을 느리게 회전하는 오보에 선율은 연주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지 않네 허나 소리를 삼키는 소리를 볼 때, 개미 소리로라도 물어야 한다네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더 큰 것이 큰 것을, 큰 것이 작은 것을, 작은 것이 그보다 작은 입술을 지워버릴 때, 진열대에서 말없이 천칭을 꺼내는 자여 저울은, 평등은 무엇입니까 차라리 비대칭의 거울 속 짓이겨진 얼굴을 들고 뛰쳐나올까요? 마구 편향된 날개처럼 돌아가는 세계, 프로펠러여
_「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전문


움직이고
숨 쉬는 것들
씹고 삼키고 빨아들이고 내보내고
세상은 커다란 변기인 셈인데
변기는 넘치기 직전인데

(……)

세상 변기는
양변기와 재래식으로 나뉜다
양변기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춰주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이 있지

재래식은
고약한 걸 품은 게
나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황홀한 기만과
더러움의 연대랄까
_「당신의 혐오 당신의 근심」 부분


당신은 부자인가요 어떤 옷을 입었나요 무엇을 다루고 있나요 삶의 출구가 있나요 한 남자가 셔츠를 입고 깨지기 쉬운 말, 이미지 같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의 주변은 성공, 결혼, 우정처럼 조각나기 쉬운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우연히 그는 자신을 똑 닮은 남자를 만납니다 우연히 그의 죽음을 봅니다 이제 그는 죽은 자의 여권과 수첩을 들고 미지의 삶으로 환승중입니다 단단하고 깨지지 않는 삶이라는 환상 속에서 당신은 오늘도 신발끈을 묶고 있습니다
_「세 겹의 죽음, 그리고 카사밀라의 재회 」 부분


내게는
두 개의 눈이 있고

눈을 반쯤 감은 현실이 있고
스크린이 있고

액자처럼
세계를 껴안은 어둠이 있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의 이름도 사라지지 않는다
_「심해어」 부분


프린터가 종이 대신
납작 고양이를 투투투투
출력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시어로 털옷을 지어 입은 고양이라니
사랑스럽고 귀엽고
아찔하게 멋지지 않은가!
(올검냥을 위해 젖빛 잉크를 생산하자)

집사 시인들이여
이제 A4 용지 대신 고양이 몸에 시를 찍어냅시다

그리하면 온 집안에 시어들이
솜털처럼 날아다니는 기적이 생길 것입니다
_「여기, 털피지의 기적」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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