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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박연준 -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02.10
·
조회 602

깨트림에서 비롯되는 탄생
헝클어짐에서 비롯되는 사랑
작은 인간, 작은 우주, 작은 나에게서 비롯되는 세계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시와 산문, 소설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온 박연준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을 펴낸다. 

소시집 『밤, 비, 뱀』(현대문학, 2019) 이후 5년 만이자, 등단 20주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특별함을 더한다.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창비, 2007) 속 삶과 세계를 부정하며 생살을 찢는 아픔을 거침없이 말하던 20년 전 박연준의 화자는, 사랑하는 이들을 상실하며 쓴 뜨거운 슬픔의 시세계에서 “나와 나 사이의 불화를 중재할 수도 있게”(신형철,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해설에서, 문학동네, 2012) 되었다. 

이후 “은밀하고도 섬세한 언어를 통해 뿜어나오는 명랑하고도 발랄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조재룡, 『베누스 푸디카』 해설에서, 창비, 2017)이라는 평을 받으며 매혹적인 리듬감을 펼쳐보인 그는 “내 시는, 내가 쓰고 당신이 연주하는 음악이다”(『밤, 비, 뱀』 수록 에세이에서)라 말하며 고요한 밤의 자리를 독자와 나누기에 이르렀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이곳에선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흰 귀/ 불사조/ 재봉틀과 오븐/ 나귀쇠가 내 사랑을 지고 걸어간다/ 소금과 후추/ 소설/ 울 때 나는 동물 소리/ 나는 당신의 기일(忌日)을 공들여 잊는다/ 유월 정원/ 마리아 엘레나 1/ 마리아 엘레나 2/ 진눈깨비/ 이월 아침/ 무보(舞譜)

 

2부 혼자는 외로운 순간에도 바쁘다
작은 인간/ 작은 돼지가 달구지를 타고 갈 때/ 저녁엔 얇아진다/ 택배, 사람/ 주차장에서/ 베개 위에서 펼쳐지는 주먹/ 작은 사람이 키를 잰다/ 다이빙/ 혼자와 세계/ 뜨거운 말/ 수요일에 울었다/ 도착-당주에게/ 미운 사람과 착함 없이 불쌍함에 대해 말하기/ 구원/ 경주 1/ 경주 2-대릉원에서

 

3부 말하지 않는 시, 말하는 그림
나는 졌다/ 쫓는 자와 도망가지 않는 자/ 나는 하반신을 잃은 치마/ 우리는 저울을 사랑합니다/ 밤은 파기된 사랑의 도래지/ 욕조/ ‘멍청하고 과격하게’ 연주할 것/ 상처 몇 개/ 사랑은 잠들었다/ 청동거울/ 키키, 키키, 키키키

 

4부 돌멩이가 조는 걸 바라보는 일
초혼(招魂)/ 밤안개에서 슬픔을 솎아내는 법-1988/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초록유령을 위한 제(祭)-2022-10-29/ 음악의 말/ 피아노 연습/ 형용사로 굴러가는 기차/ 사랑으로 치솟는 명사/ 안녕, 지구인/ 수업시간/ 시인하다/ 당신에게/ 어제 태어난 아기도 밤을 겪었지요/ 파양/ 우산 사세요/ 빗방울 쪼개기/ 죽은 새
 

발문 | ‘공들여 추락하는’ 불사조의 눈부심
신미나(시인)

 


이곳에서는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른다
깨지면서 태어나 휘발되는 것
부화를 증오하는 것
날아가는 속도로 죽는 것
_「불사조」에서

 

늙는다는 건
시간의 구겨진 옷을 입는 일

모퉁이에서 빵냄새가 피어오르는데
빵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

미소를 구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_「재봉틀과 오븐」에서

 

사랑과 늙음과 슬픔,
셋 중 무엇이 힘이 셀까
궁금해서 저울을 들고 오는데

힘은 무게가 아니다
힘은 들어볼 수 없다
_「재봉틀과 오븐」에서

 

몸을 사랑한다는 건
영혼의 외투를 사랑한다는 뜻이야
밤마다 침대에 엎드려 흔들리는
영혼의 외투들,
보렴
각자의 방에서 느리게 낡아가며
우는 외투들
_「나귀쇠가 내 사랑을 지고 걸어간다」에서

 

사소한 걸 이야기하면 사소해진다
공책을 펼치면 거기
작은 인간을 위한 광장
납작하게,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이름들
사소한 명단이 걸어다닌다
작은 이름표를 달고 작게 작게

봄이 되면
봄 아닌 걸 치워야 한다
_「작은 인간」에서

 

웅크린 채 힘을 주고 자다 주먹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단단해지려던 건 아니었는데
무릎도 엉덩이도 등도 허리도
한 덩이가 되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주먹이 통째로 흔들릴 만큼 흐느꼈는데
깨어나니
바스러질 정도로 건조하다
_「베개 위에서 펼쳐지는 주먹」에서

 

혼자는 아주 작고
혼자는 전부다
혼자는 외로운 순간에도 바쁘다

어느 날 혼자는 브라운관이 꺼지듯
끊긴다
_「혼자와 세계」에서

 

어제 태어난 아기도 밤을 겪었지요. 어제 태어난 아기도 밤이 한 올 한 올 빚은, 캄캄한 머리카락을 가졌지요. 어제 태어난 아기도 밤이 세상을 한꺼번에 덮어 사라지게 하는 것을 느꼈겠지요.

세상에 태어나 가져본 게 겨우 밤이라니,
아름답지 않나요?
_「어제 태어난 아기도 밤을 겪었지요」에서

댓글
한줌의시간
02.10
오랜만에 사서 읽고 선물까지 했던 시집인데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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