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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미야베 미유키 - 용은 잠들다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24.12.17
·
조회 365

일본에서 1992년 초판이 출간된 작품으로, 1987년 《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한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적인 초기작 『용은 잠들다』. 

손끝에 닿는 것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두 소년이 실종사건을 통해 만난 기자와 얽히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운명에 맞서는 미스터리를 그리고 있다. 

사건을 쫓는 시각에만 국한하지 않고 등장인물 각자의 시점에 둔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전개로 결말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내달릴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폭풍우 치던 밤 발생한 실종사건은 모든 일의 파문을 만들고, 패기 있는 젊은 기자 고사카는 이 일을 계기로 두 소년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의식과 무의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를 바꿀 수 있는 숙명은 단 하나! 

세 사람의 결말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데…….

 

목차


제1장 우연한 만남
제2장 파문
제3장 과거로의 여행
제4장 불길한 징조
제5장 어둠 속에서
제6장 사건의 전말

에필로그
개정판 옮긴이의 말
초판 옮긴이의 말

 

 

“대체 지금 무슨 마술을 부린 거야”
그제야 신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몇 번인가 침을 삼키더니 괴로운 듯 헛기침을 했다.
“저도 놀랐어요.”
내 손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불에 덴 것 같았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야. 오늘은 처음 겪는 일들이 너무 많네요.”
“처음 ……”
“과부하가 걸렸나? 내가 너무 깊이 들어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신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상대가 이렇게 가냘픈 소년이 아니라면 멱살을 쥐고 목을 졸랐을 것이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지는 안정을 되찾고 천진난만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이야기한 것, 맞죠”
_ p.67 <제1장 우연한 만남> 중에서

지극히 평범한 인간인 나도 그런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저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상상하는 것과 마음의 촉수를 뻗어 그녀를 더듬고, 그녀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보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모두 본다. 모두 듣는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그때까지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의문이 비로소 머릿속에 떠올랐다.
_ p.144 <제2장 파문> 중에서

‘만약 진짜 사이킥이 있다면 무서워서 숨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건 네 문제야. 오다 나오야의 일이 아니지.”
“마찬가지야. 우린 동료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의견이 다르니까.”
신지는 무릎 위에 얹은 주먹을 꼭 쥐었다.
“난 내가 타고난 능력을 활용하고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안 그러면 의미가 없는걸. 힘들다는 생각만 할 거라면 뭐 하러 살아? 외국에서는 사이킥이 경찰의 수사 활동을 돕기도 해. 당당하게 공식적으로. 금방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할 테지만 기회가 된다면 점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뭐…… 이번엔 내가 생각이 부족해서 오히려 골치 아프게 만들어 버렸지만.”
말꼬리가 떨렸다.
_ p.187 <제2장 파문> 중에서

퇴근할 때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발을 벌려 글자를 넘어선 다음 서둘러 골목길 끝까지 달려가 보았다. 누가 한 짓이든 한 글자를 적었을 뿐이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 없는 밤에 별만 반짝이고 있었다.
아파트로 돌아오니, 아래층 청년이 계단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달려가시는 게 보여서요. 이게 뭐죠” 하고 청년이 물었다.

“뭐 같은가”
“이건 대략 …….” 그는 조심스럽게 웃어 보였다.
“제가 보기에는 죽을 ‘사(死)’ 자로군요.”
_ p.292 <제3장 과거로의 여행> 중에서

얼핏 보기에는 테이블까지 뒤집어져 있어 깜짝 놀라긴 했지만, 나나에가 이렇게 무사한 이상 방 안에서 난투극이나 폭력 사태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에 사진을 찾으려 했다면 서랍도 달리지 않은 테이블을 일부러 뒤집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것도 이웃집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리 없이. 이것은 연극이다.
_ p.417 <제5장 어둠 속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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