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 시연 그리고 지옥의 존재가 밝혀짐으로써
개인을 넘어 대중들이 혼란을 겪으며 무너지는 모습들을 정말 지옥같이 훌륭하게 보여주었던 시즌1.
쿠키에서 부활이라는 소재를 던져주고 끝났기에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중과 기대감은 높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와...
같은 드라마 맞나요?
실망감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네요. 3년의 기다림에 대한 결과물이 이거라니.
재미, 완성도, 취향 다 떠나서 그냥 분위기 및 이야기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렇다면 시즌1에서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겼던 캐릭터들은 어땠을까요.
안타깝지만 유아인의 존재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재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시즌1 매력의 털끝만큼도 미치지 못합니다.
김성철, 김현주, 김신록 모두 한 연기 하시는 분들인거 잘 알죠.
하지만 마치 성공한 영화를 연극화 한뒤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연기' 한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듭니다.
유아인의 존재를 김성철로 덮기 위해 시즌 1의 그 명장면을 재촬영하였고,
그게 이 드라마의 오프닝으로 사용되었는데 악수중 악수였습니다.
유아인를 덮기는 커녕 오히려 더 그가 그리워지고 캐스팅이 변경된게 아쉽다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같은 장면이라 대놓고 비교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시즌2의 김성철은 연기로도 캐릭터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하였습니다.
거기에 바보가 되어버린 김신록과 혼자 무쌍 찍고 있는 김현주까지.
이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이런 결과를 내놓다니요.
거의 모든 분들이 호평하시는 문근영 파트도 저는 그저 그랬습니다.
예고에선 충격적이었으나 이미 다 본 장면이었고 생각보다 임팩트 있는 추가장면이 없었거든요.
저 포함 시즌 1을 좋게 보셨던 분들도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화살촉의 과함과 뜬금없다고 느껴졌던 액션씬들을 이야기 할 것 같은데,
그 단점들을 보완하기는 커녕 이번 시즌에서는 오히려 비중을 높여버렸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지옥인지 기생수인지 헷갈릴정도로요.
기생수를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이 드라마에서 그런 내용이나 느낌을 기대한건 아니었으니까요.
화살촉들이 화면에 나올때마다 그 과한 분장에 몰입도 확 깨지고 한숨만 나왔습니다.
보고 싶지도 않은 구린 액션씬들이 계속해서 나올땐 생각을 멈추고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렸고요.
대체 누가 이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했었겠습니까.
부활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더 혼란에 빠진 사회,
그들을 통한 세력 싸움.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는 어디에?
시청자를 휘어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열연은 어디에?
넷플릭스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막 나가는 충격적인 전개는 어디에?
가슴을 후벼파고 곱씹게 만드는 명대사들은 대체 어디에?
'지옥' 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이 가능했던 시즌 1에 비하면
이번 시즌은 '실종' 이라고 요약하고 싶네요.
상기한 시즌1의 매력들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이 딱 하나 있긴 했는데요.
과정은 엉망이었으나, 놀랍게도 결말은 꽤 괜찮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최선의 마무리였던 것 같고 신선한 점도 있었거든요.
시즌1의 분위기와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이 결말이었다면 기립박수를 쳐줬을텐데,
그러지 못하였고 아쉬움만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2021년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3대장 : '오징어게임', 'DP', '지옥'.
3년만에 돌아온 세작품 중 두작품이 아웃이네요.
'오징어게임'도 이럴까봐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평점: 6/10
*평점 가이드
10: 주기적으로 반복 관람해야하는 걸작
9: 다시 봐도 꿀잼인 수작
8: 한번쯤은 볼만한 평작
7: 아쉬움이 남는 실망
6: 재미없는 졸작
5: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 힘든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