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개봉관이 많지 않아 극장찾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가장 가까운 성북구에 있는 아리랑아트센터에서 상영중이라 한글날 휴일에 후딱 보고 왔습니다. 관객은 저 포함 7명정도 였습니다. ㅎㅎ
참고로 저는 시네필도 아니고 1년에 극장 한두번 갈까말까 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요. 그래서 장면, 대사 하나 하나 깊이 뜯어보고 살펴보지 않고 영화 흐름 따라가면서 단순하게 보는 편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덕성여대 인근에 거주중이라 우리동네가 영화에서 얼마나 예쁘게 나왔나 궁금했는데 덕성여대와 우이천의 가을 풍경이 정말 아름답게 담겼습니다. 매일 댕댕이와 산책하는 코스인데 영화로 보는 모습은 또 색다르더라구요. 홍상수감독의 영화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매우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영화에선 우이천이 아닌 수유천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김민희 배우는 여전히 아름답구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환하게 웃고 나오는 모습은 ‘그 후’의 택시 장면 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권해효, 조윤희 배우의 쿵짝이 정말 뛰어납니다. 두 배우분이 실제 부부 사이라는걸 알고있어서 그런지 영화속에서 썸 타는 장면은 그냥 웃기기만 합니다. ㅋㅋ(감독의 전작에서도 함께 나오는데 그냥 웃깁니다)
권해효 배우가 연기하는 추시언은 홍상수 감독과 권해효 배우의 실제 모습을 잘 섞은듯한 인물로 보였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이자 영화감독 역할이고 오랜 기간 별거를 하다가 1년전에 이혼을 한 남자) 대사에서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실 주연 배우들보다도 촌극이 끝난 후 술자리 뒤풀이 하는 장면에서의 학생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애드리브 없이 시나리오대로 연출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장면에선 권해효 배우가 분위기를 잡고 어린 학생 배우들이 그 분위기에 맞춰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듯 했습니다.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라는 시언의 질문에 학생들이 어색해 하면서도 한명씩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상영관이 적어서 곧 극장에선 내려갈것 같은데, 조용한 영화 좋아하시면 한번쯤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