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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광재 -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

취급주의민트초코절임
24.10.09
·
조회 512

이광재 소설의 견고한 문체에서는 시간의 파괴적인 힘에 맞서는 단호한 저항과 분노가 느껴진다. 

무언가가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회한과 감상을 누르고 그럼에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작가의 시선에는 어떻게 해도 다 말해질 수 없는 침묵과 여백의 시간에 대한 속 깊은 수긍과 존중이 깃들어 있다. 

“한 인간이 스며들기를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햇빛과 바람이 내 안에 들어와 육화 되기를 기다리듯이”(「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라는 작품 속 소설가의 다짐은 이광재 소설이 그 자신의 밀도와 생생함으로 이미 증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기다림 때문에라도 더딘 걸음은 불가피했을 수 있겠지만, 조금은 뒤늦게 찾아온 이광재 소설의 힘과 기품은 과작의 아쉬움을 상쇄할 만하다.
표제작인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는 주인공 ‘나’가 친구 문수, 몽골인 바타르와 함께 지프를 타고 푸르른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나’가 몽골에 온 목적은 이대암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다. 

“1911년 세브란스 의학교를 졸업한 이대암은 독립군 군관학교를 설립하려고 울란바토르까지 건너와 동의의국(同義醫局)을 세우고, 청나라가 퍼뜨린 화류병(花柳病)을 절멸시켜 몽골을 구했다. (……) 이대암의 모습을 모니터에 담아나가던 나는 문수로부터 몽골까지만 날아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아귀 틀어진 집을 짓는 듯한 불길함 속에서 자판을 두드리던 내게 그의 전화는 구원과 같았다.”(10쪽) 

그러나 ‘나’가 정작 몽골에서 발견하는 것들은 이대암의 발자취보다는 직면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스스로의 모습이다. 

여행 도중 ‘나’는 기념품을 파는 게르에서 늑대 송곳니 한 쌍으로 만든 목걸이를 얻는다. 

몽골에서 늑대는 “야생의 것들 가운데 가장 용맹하고 헌신적이며 목숨을 내놓고 주어진 소임을 수행”(30쪽)하는 존재다. 

“호랑이는 길들여도 늑대는 길들이지 못한다”(13쪽)는 말은 ‘나’의 가슴에 깊게 남는다. 

막다른 길에 놓여 있던 이대암에 관한 소설의 가닥을 다시 다잡으며 ‘나’는 다짐한다. 

“낫이나 초승달처럼 벼려진 송곳니는 어둠 속에서도 찌를 듯 도드라져 조용히 울부짖는다. 그 송곳니를 응시하다 보면 어쩐지 늑대의 정령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다. 내가 만일 늑대라면 저 앞에 웅크린 것의 목덜미에 이제는 송곳니를 꽂을 것이다.”(34쪽)
늑대에 관한 사유는 소설집 곳곳에서 돋보인다. 

「먹을 만큼 먹었어」에선 ‘토끼우리’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늑대의 길’이 등장한다. 

‘나’는 신학대학을 마치고 군사정권하에서 수배된 청년들을 교회에 숨겨주거나 밤거리에 내몰린 이들을 도우며 이것이 늑대의 길, 늑대의 삶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군산, 적산가옥」의 백 목수는 스스로를 ‘개잡부’ 출신이라고 칭하는데, 뜻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개를 잡을 때 말요, 그렇게 순하던 놈도 한 방에 날리지 못하면 늑대가 됩니다. 눈빛이 파래져 송곳니를 드러내요. 아무리 대목이라도 잡부는 건들지 못하는 법입니다.”(206쪽) 

이처럼 이광재의 소설 속에서 늑대는 야성적인 생명력과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불멸성을 가지고 맥동한다.
그 외에도 노량진 고시원에서 안타깝게 스러져간 젊은 영혼에 바치는 가슴 시린 애가(「386번지」)에서부터 범죄자 신분으로 한국에 끌려와 새벽녘 꿈속에서 가족이 있는 아프리카의 사막을 떠도는 소말리아 민병대 출신의 아흐메드 이야기(「매머드」)까지, 소설집에 수록된 이야기의 진폭도 크다. 

몽골 초원과 북만주를 떠돌며 이념의 시대를 돌아보는 인물들의 생각과 언어에는 그들 자신의 내부를 향한 신뢰할 만한 공명통이 마련되어 있다. 

이광재의 소설은 가장 개인적으로 시리게 포착된 삶의 순간조차 너와 나가 함께 일구어온 역사와 현실의 시간 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 성숙한 시선의 귀환이 놀랍고 고맙다.

 

목차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
먹을 만큼 먹었어
매머드
386번지
달 세 개 뜨는 행성
검은 바다의 기억
군산, 적산가옥

발문 한없이 고독하고, 한없이 사려 깊고, 한없이 도발적인 | 김형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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