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바렛과 친구들, 핑크 플로이드 (1)

(왼→오) 로저 워터스, 닉 메이슨, 시드 바렛, 리처드 라이트

70년대 초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란 희대의 명반을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밴드의 반열에 오른 핑크 플로이드

지금에야 대곡, 수많은 악기, 실험적 요소, 컨셉트 앨범 등으로 특징되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여겨지만,

한때 그들은 사이키델릭 록 밴드였다는 사실

핑크 플로이드의 발자취를 알아보자

시드 바렛과 그의 여동생 로즈메리 (1949년 1월)

1946년 케임브리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저 키스 바렛 (시드 바렛)은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 덕에, 시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격려 아래 음악과 예술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7살엔 여동생과 함께 피아노 듀엣 대회에 우승했으며, 10살엔 우쿨렐레를, 11살엔 밴조를, 14살엔 어쿠스틱, 15살엔 전기 기타 등등

수많은 악기들을 다루었으며, 글쓰기, 시짓기, 웅변, 미술 등등에 재능을 보이며 전형적인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 시기에 그는 초등학교에서 훗날 밴드의 동료로 만나는 로저 워터스와 빌리 길모어를 만나 기타를 치며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1962년, 바렛은 케임브리지 예술 대학 (현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그는 비틀즈의 첫 싱글인 Love Me Do를 듣게 되고 충격에 빠지고, 이때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음악인으로써의 시드 바렛이 시작됩니다.

한편, 1963년.. 리전트 스트리트 플리테크닉 대학 (현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선 한 밴드가 결성됩니다

1963년경, 시그마 6

밴드명은 시그마 6,

멤버로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흥미를 잃은 로저 워터스와 리처드 라이트, 닉 메이슨

노래를 부르던 키스 노블과 그녀의 여자 형제인 셰일라, 라이트의 여자친구 줄리앗 게일, 밥 클로스, 첼시 예술 대학 출신의 클라이브 메트컬프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지하에 있는 티 하우스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허나 노블과 메트컬프는 본인들만의 밴드를 위해 떠나고

하필 떠난 멤버들이 보컬과 기타였기에, 워터스는 시드 바렛을 부르게 됩니다.

1964년경

시드 바렛은 가수인 크리스 데니스와 함께 밴드에 들어오나, 얼마 못 가 크리스 데니스가 밴드에서 나가자 보컬과 기타를 맡으며 밴드의 리더가 됩니다.

남은 멤버는 시드 바렛, 밥 클로스, 리처드 라이트, 닉 메이슨, 로저 워터스, 그러나 밥 클로스도 곧 부모님의 압력으로 밴드를 떠나죠.

이 당시 밴드는 1966년까지 주로 블루스 곡을 불렀는데요.

그리고 1965년, 밴드명은 핑크 플로이드 사운드로 바뀝니다.

블루스 뮤지션인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슬의 이름을 따서 장난삼아 만든 이름이었으나 곧 정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재탄생한 핑크 플로이드는 주로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활동했습니다.

1966년 12월, 마키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밴드를 눈여겨 본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강사 피터 제너는 밴드의 매니저로 합류합니다.

피터 제너, 앤드류 킹과 있는 핑크 플로이드

곧 제너의 절친인 앤드류 킹도 밴드의 매니저로 합류하며, 약 1,000 파운드를 투자해 새로운 악기와 장비를 구매해줬습니다.

매니저가 된 제너는 밴드에게 이름에서 사운드를 빼자고 제안했고, 

1966년, 우리가 아는 핑크 플로이드가 마침내 완성됩니다.

사실 매니저로 합류한 제너와 킹은 음악 산업에 대한 상식이 전무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잠재력이 뛰어난 지 알고 있었기에, 블랙힐 엔터프라이즈를 세워 그들을 여러 면에서 도왔습니다.

이때부터 핑크 플로이드는 점차 블루스의 지분을 줄이고, 사이키델릭으로 장르가 변화합니다.

1966년경

화려하면서도 기괴한 색상의 무대와 본인들의 음악으로 팬층을 쌓아올린 핑크 플로이드는 곧 런던에서 알아주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1967년, 그들은 EMI와 계약을 체결하며 밴드의 데뷔 싱글 Arnold Layne를 발매합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초창기 사이키델릭함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아놀드 레인이란 관음증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라디오에선 퇴출됐으나, 영국 싱글 차트 20위에 오르며 나름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몇 달 뒤, 출시한 See Emily Play

훨씬 더 짙어진 몽환적인 분위기와 즉흥적이면서 절제된 연주들을 보여주며

싱글 차트 6위에 올랐고, 이 덕에 BBC의 Top Of The Pops에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밴드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져 갔습니다.

그러나 시드 바렛의 정신은 점점 더 낮아져 갔습니다. 이 시기부터 그는 LSD를 정기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멤버들도 그의 상당한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노먼 스미스 (중앙)와 비틀즈

과거 비틀즈의 음향 엔지니어로 활동했던 EMI 프로듀서인 노먼 스미스는 핑크 플로이드와의 첫 앨범 녹음 계약을 제안합니다.

밴드는 이에 합의하고,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때의 상황에 대해 메이슨은 순조로운 작업이였다고 말했으나, 스미스는 이에 대해 비동의하며 시드 바렛이 자신의 제안과 건설적인 비판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1967년 그들의 데뷔 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이 발매됩니다.

모든 곡을 시드 바렛 혼자서 작곡한이 앨범은 당대의 사이키델릭 조류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다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우주 비행사가 직접 말하는 듯한 통신음과 특이한 코드 진행의, 스페이스 록의 시초 Astronomy Domine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와 틈을 메워주는 오르간의 Lucifer Sam

동화같은 분위기와 달리 코러스 이후 나는 기괴한 분위기와 마지막 구체 음악을 보여준 실험적인 성향이 돋보이는 Bike

후반으로 들수록 구조가 사라지는 9분에 달하는 즉흥 기악곡 Interstellar Overdrive

1집은 영국 차트 6위에 올랐으며, 14주 동안 차트에 머물렀습니다.

BBC 라이브

1집의 성공으로 많은 군중을 모으며 성공의 길만 남을 줄 알았지만,

시드 바렛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LSD의 노예가 된 그의 눈은 공허해졌고, 더 이상의 공연이 불가할 정도로 온 몸은 축 늘어졌고, 온갖 기행을 벌였죠.

이는 미국 투어 동안 더 악회되었고, 성공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우울증까지 심해졌고,

결국 워터스는 그를 작곡만 하는 멤버로 두고, 그의 기타리스트 역할을 데이비드 길모어를 영입해 대체했습니다.

1968년경, 다섯 명

시드 바렛의 건강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작곡은 불가능해질 정도로 사고 기능은 마비되었고, 멤버들은 대놓고 그를 기피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드 바렛 덕에 이 위치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던 멤버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멤버들은 시드 바렛에게 밴드를 나가달라고 설득합니다.

그리고 시드 바렛은 이를 수락하며, 밴드의 리더는 초라한 모습으로 나가게 됩니다.

모든 곡을 작곡한 시드 바렛의 역할은 로저 워터스에게 이임됐으나.. 문제는 그는 악보 읽는 법조차 몰랐죠…

한편 이런 시기에 2집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고, 1968년 발매됩니다.

시드 바렛의 마지막 핑크 플로이드 앨범, A Saucerful Of Secrets

밴드의 작사/작곡을 전부 담당했던 바렛이 나가면서, 멤버들 모두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앨범

기존 사이키델릭의 분위기에 많은 주제들이 들어갔는데,

상공의 UFO를 서정적으로 다룬 Let There Be More Light

다섯 멤버가 모두 참여한 곡으로 시적인 가사와 몽롱한 분위기의 Set The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

총 4파트로 이루어진 곡으로, 1장은 전투 준비, 2장은 전투 중, 3장은 전투 후의 죽은 자들, 4장은 죽은 자들에 대한 애도로 이루어진 A Saucerful Of Secrets

2집의 유일한 시드 바렛의 단독 곡, 냉소적인 유머와 정신이 점차 분열되며 밴드 멤버들과 단절되어 소외되어가는 바렛, 본인의 심정을 담은 Jugband Blues

2집은 1집 만큼의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흥행엔 나쁘지 않았으며, 훗날 핑크 폴로이드의 역사에 빠지지 않을 디자인 회사 힙노시스가 처음을 참여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1969년경

시드 바렛은 밴드 탈퇴 이후, 솔로 활동을 이어갔으나, 그의 정신은 더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래도 1970년엔, 치료 덕에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되었고, 아직까지 음악적 야망이 남아있던 그는 솔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The Madcap Laughs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Octopus 같이 후대에 재평가되는 곡이 있을 만큼 아직까지 그의 재능은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연마다 기행을 벌여 망치고, 잘생겼던 외모는 몰라보게 달라졌고, 음악에도 흥미를 접어버리며

그는 결국 돈이 떨어져 부모님의 집으로 가며 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훗날 핑크 플로이드가 대성공하면서, 거기서 나온 로열티 값으로 충분하게 살았으나, 여전히 멤버들과의 만남을 거부하며 (다만 75년에 한 번 만나기는 한다)

2006년 췌장암으로 쓸쓸하게 사망합니다.

천재의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그러나 몽환적이면서 환각적인 주류의 사이키델리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공포감과 즉흥적 연주를 보여주며

훗날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발판을 마련해준 그의 영향력은 현재까지 여러 곳에서 볼 정도로 수많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한편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이자 사실상 밴드의 정체성을 만들었던 시드 바렛이 사라진 핑크 플로이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음 편을 예고하며 오늘은 핑크 플로이드의 색다른 사이키델릭 한 잔 느껴보세요

읽어주셔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