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 쪽이 내 심장과 가까우니까."
라고 말한 사람은 사실 워낙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죠
그런데 이 말을 하며 악수를 건네었던 대상은 누굴까요
사실 저 유명한 지미 헨드릭스의 악수는
두 기타 거장의 만남에서 나온 명언입니다
"첫 세트를 끝내고 무대 뒤로 왔는데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내게 다가왔죠
내가 만난 정말 빛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는 제게로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왼손으로 악수합시다. 그 쪽이 내 심장에 가까우니.’"
-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의 회고 중
무려 50여 년 넘게 프로그레시브 락의 태산으로 군림했던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수장인 로버트 프립이
바로 그 지미 헨드릭스와 왼손으로 악수한 사람입니다
킹 크림슨이야 지미 헨드릭스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노래방에도 이 밴드의 곡이 있기도 하고)
중간중간 해체와 휴식기가 있기는 했지만
5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킹 크림슨의 음악 세계를
차마 제 기름종이 같이 얄팍한 지식으로
다 읊어내지는 못하겠으니
오늘은 이 양반에 대한 각종 잡다한 사실들을
짧게 짧게 찌끄리고자 합니다
1. “Heroes”
데이비드 보위의 불후의 명곡이자 앤썸(Anthem)
“Heroes”의 리드 기타 녹음을 로버트 프립이 했습니다.
당시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적 역량의 부흥과는 별개로
어쩌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의 근원 중 하나가 되기도 했죠
피드백 루프를 활용한 끊이지 않는 기타 소리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킹 크림슨을 이끌고 했던 위 2000년 공연에서
리드 기타의 사운드를 더욱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죠
(위 영상에서 보컬 및 리듬 기타를 맡은 아드리안 벨류는
토킹 헤즈와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윈도우즈 비스타(Windows Vista)
컴퓨터 운영 체제로 윈도우를 쓰는 여러분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키보드에 손을 얹으실 겁니다.
이 시작 음은 윈도우즈 비스타부터해서
윈도우즈 10까지 쭉 이어지죠.
이 소리, 로버트 프립의 작업물입니다.
소위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연구하던 프립은
그 결과물을 밴드의 음악이나 공연에서의 재밍에서 더 나아가
우리 일상 생활 깊숙한 곳까지 심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3. 그는 공연 중에 일어서지 않습니다

킹 크림슨의 첫 앨범을 내기도 전인 1969년 7월,
롤링 스톤즈가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무료 공연을 했을 때
킹 크림슨 또한 무대에 오르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합니다.
밴드가 태동하던 시기부터 로버트 프립은 기타를 칠 때
무대 위 의자에서 절대로 일어서는 법이 없습니다.
“프론트맨”이라 불리는 락 밴드의 보컬만큼이나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상당한 포지션이 리드 기타리스트인데
로버트 프립은 그저 앉은 채 기타 연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왔습니다.
물론 그도 킹 크림슨으로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는
일어서서 무대 전면에 나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관객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4. 어쩌면 세계 최악의 기타리스트
로버트 프립의 아내는 영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토야 윌콕스(Toyah Wilcox)입니다
1946년생인 로버트 프립보다 12살 연하, 띠동갑이죠
둘은 1986년에 결혼하여 여전히 금슬 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킹 크림슨을 은퇴할 무렵, 꾜료나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이 음악가 노부부는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견딜까 고민하다
아내 토야의 명의로 유튜브 채널을 파서는
집에 틀어박혀 노닥거리는 영상을 올립니다
심지어 후방주의가 필요한 영상(!)도 말이죠
무대 위에서 절대적인 아우라를 풍겼던 것과는 다르게
'이거 혹시 프립 옹이 아내한테 잡혀 살며 찍는 거라면
다음 영상에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라고 댓글 달 뻔한
의외의 모습이 많이 낯설기도 합니다
그런데 프립 옹도 본인 채널에
쌔끈빠끈한 만우절 낚시 영상 올린 거 보면
본인도 유쾌한 노후를 즐기고 있는 듯하네요…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죠?
에라이 치트키나 써야겠다
킹 크림슨 최고의 명곡 Starless나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