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음반 #212 The Cure 「The Head On The Door」 (1985)
“변칙적인 박자 위로 정제되지 않은 채 애써 밝은 척 하는 그가 왜 이리 중독적일까”
"[Boys don't cry] 시절의 포스트 펑크나 [Seventeen Seconds], [Pornography] 시절의 고딕 록 또는 21세기로 접어들며 보다 선명해진 드림 팝 풍의 음악 중 어느 것을 이들을 향해 떠올려도 본 작은 그것을 가벼이 빗겨간다. 오늘날에는 전술한 세 분류 안에서 이들을 역사적인 밴드로 소개하지만 이들에게도 다채로움을 향한 여러 시도와 자기부정이 낳은 돌연변이 같은 음반은 존재하였다.
펑크를 근간에 두고 시작한 큐어는 본인의 색을 찾아간다. 그렇게 음악은 점차 어두워졌고, 사뭇 진지해진다. 때론 이해가 필요한 음악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적 요소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시적인 가사를 담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이들은 원치 않았지만 흔히들 일컫는 '고딕 록' 장르에 이들이 끼친 영향 중 일부다. 펑크 록에서 변화한 그들은 새로운 색마저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으나 이는 새로운 가능성인 동시에 스스로를 묶는 자체 행위였다. 대중과 평단 모두 지속된 환호를 보여주었으나 이들은 이후 우후죽순처럼 탄생한 여느 고딕 록 밴드처럼 한 장르에 갇히는 것을 극히 싫어했고, 밴드를 시작할 때의 초심은 온데간데없음을 느낀다. 그렇다고 다시 펑크 노선을 걸을 순 없었다. 이미 우린 그 때의 큐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나름의 권태 속에서 고심 끝에 그들이 선택한 것은 또다른 새로움이었다.
첫 트랙 'In Between Days'부터 밝아진 기타 리프는 놀라움을 안긴다. 펑크나 고딕 어디서도 듣지 못한 변화의 모습, 더군다나 그동안의 음악과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그저 쾌활하게 움직인다. 'Push'는 첫 트랙의 연장선에서 시원함만을 향해 끝없이 내지르는 듯하고 'The Blood'나 'A Night Like This'로 본인들을 국한시키지 말 것을 음악으로 말한다. 그 사이 존재하는 'Close to me'는 초기의 모습부터 그들을 애정하던 팬이라면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의 좋은 의미로의 발버둥은 받게 될 평가를 떠나 스스로 짐을 내려놓는 환기의 창구로 작동한다.
본 작이 큐어의 많은 앨범 중 유독 뛰어난 편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밴드의 황금기로 여겨지는 [Kiss Me, Kiss Me, Kiss Me]에서 [Disintergration]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등장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그들이 때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록 답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쉬어가려 했던 그늘이 존재하였기 때문임을 우린 알기에 나름의 해석적 가치를 부여한다."
Track List
1. In Between Days
2. Kyoto Song
3. The Blood
4. Six Different Ways
5. Push
6. The Baby Screams
7. Close to Me
8. A Night Like This
9. Screw
10. Sinking
- 추천 음반은 모두 1번 트랙부터 쭉 음미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주로 소장 중인 음반을 추천 드립니다. (20230424 수정)
- 멜론, Chanceshin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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