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음반 #180 윤지영 「나의 정원에서」 (2023)
“어른이 되는 것과 어른으로 비춰지는 것, 그리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각기 모두 다른 것임을”
“각자의 나이에 맞춰 이래야 하고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묵묵히 따르는 것이 진정 성숙해지는 길일까. 그녀의 전작은 [Blue Bird]에선 청춘만의 색을 띠는 아름다운 방황을 목격했다. 우리에게 자유를 찾는 여정을 선보였던 그녀는 몇 해 지나 발매한 본 작에선 보다 성숙해지려 한다. 그녀는 지난 날을 돌아보며 ‘헤맸다’고 느끼는 듯 커다란 자유보단 성숙함에서 발현되는 ‘작은 희망’을 다룬다. 그러나 열 개의 트랙을 반복하다 보면 이미 성숙한 누군가가 읊는 것이 아닌 성숙해져야 한다고 믿는 누군가가 읊어대는 듯한 감상을 받는다. 각 곡마다의 담담한 투(套)와 읽혀지는 낱말의 연속은 또다른 청춘의 고뇌이자 성찰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를 주제 의식의 어긋남을 비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큰 오해이다. 성숙해져야 한다고 믿는 청춘의 방황 속 고민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시간을 거쳐 온 누군가에겐 마냥 귀여워 보일 수도 있고, 그 시간을 공감하는 이에겐 본인을 찌르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한편 이를 진지하고 무겁게만 보이려 하지 않는 듯 음악적 효과에 신경을 쓴 부분 또한 인상적이다. 곡마다의 특징을 잡아줄 오브제를 활용하며 시각적 연출을 위한 장소를 선정하는 노력이 듣는 맛의 상향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그녀는 지난 앨범 [Blue Bird]를 ‘우리의 지난날 어지러움은 어쩔 수 없었던 거’라며 마무리 했고, 본 작에선 ‘나를 헤매게 하지 않을 작은 희망’을 발현시킬 ‘성숙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누구를 투영하는 지를 떠나 감히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발전하고 있고 청춘의 아파하는 성장 일기를 읽는 맛도 여전히 선도가 유지되고 있다. 글을 읽고 있는 여전히 젊은 당신의 젊은 날을 돌아보게 하는 그 시절만의 투박하지만 진지했던 소회와 성찰의 노랫말을 담은 흑백 사진. 그녀의 정규 1집 발매를 축하하며 오늘의 추천 음반으로 선정해본다.”
Track List
1. 어제는 당신 꿈을 꿨어요
2. You Have To Trust Me
3. City Seoul
4. 비행기
5. 나의 정원에서
6. 날 지키던 건
7. 거미야 미아내
8. 당신은 내가 눈을 좋아하던 걸 기억할까?
9. 그래서 다행인 나를
10. 나의 그늘
- 추천 음반은 모두 1번 트랙부터 쭉 음미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주로 소장 중인 음반을 추천 드립니다. (20230424 수정)
- 멜론, Chanceshin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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